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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일밤', 일요 예능의 신 삼국지 시대 열었다

by 피앙새 2009.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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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습으로 제작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어제 첫 방송됐습니다. 쌀집아저씨 김영희PD는 역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첫 방송을 본 느낌은 한마디로 '일밤'의 개편으로 앞으로 일요 예능은 신 삼국지 시대를 열겠다는 것입니다. 어제 첫 선을 보인 코너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침체에 빠진 ‘일밤’을 살리기 위해 새롭게 선보인 코너는 글로벌 나눔 캠페인 ‘단비’, 공감 버라이어티 ‘우리 아버지’,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입니다. 모든 코너가 독립 프로그램으로 제작된다 해도 될 만큼 특색이 있어서 MBC가 ‘일밤’을 부활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1박2일>, <패떴>에 공익적 요소보다 재미와 웃음을 강조합니다. 그저 웃기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일밤’은 철저히 공익으로 승부합니다. 신설된 코너가 모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어서 잘 만들어진 한편의 드라마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능 프로 특유의 재미가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일밤’에서 선보였던 양심냉장고는 재미보다는 공익을 모토로 한 코너였지만 당시 시청자들에게 전폭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일밤’의 신설된 코너들은 모두 ‘제 2의 양심냉장고’ 코너라고 할 만큼 공익을 강조한 점이 특징입니다. 어제 선보인 ‘일밤’의 새 코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단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 MC 김용만, 탁재훈, 김현철, 안영미, 윤두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도움을 준다는 ‘단비’ 코너가 첫 번째로 선택한 장소는 아프리카 잠비아입니다. 단비의 첫 게스트로는 한지민이 동참했는데, 장장 25시간의 대 여정을 감행한 까닭은 물이 부족한 믐부아 주민들을 위한 우물 파기 때문입니다. ‘단비’팀은 예능 최초로 아프리카 홈스테이를 하면서 물 부족으로 처참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눈으로 보고 믿기 힘들만큼 썩어가는 죽음의 물로 고통 받는 믐부아 주민들을 위한 우물파기 대작전을 시작합니다.


‘단비’ 코너는 다큐 느낌도 나지만 지구상에 11억이 깨끗하지 못한 물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일밤’이 야심차게 준비한 해외 프로젝트입니다. 단비팀이 우물을 파기 위해 마을에 도착하자, 주민들은 마을이 떠나갈 듯 환영해줍니다. 이들은 단비팀을 몇 년, 아니 몇 십년간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내에도 불쌍한 사람들이 많은데 꼭 아프리카로 먼저 눈을 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야 한다면 연말을 맞아 국내 불우시설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프리카까지 가는 등 스케일은 컸지만 그래서 감동은 크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 MC 신동엽, 김구라, 정가은, 황정음

이 코너는 한마디로 김영희PD의 양심냉장고 부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우리 시대 아버지들을 재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신동엽 등 MC들이 금요일 저녁 강남 영동시장에서 아버지들을 만났습니다. 아버지들을 만난 후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어서 아빠라는 대답이 나오면 통닭을 선물합니다.  MC들이 만난 아버지중 가장 감동을 준 아버지를 뽑아 ‘아빠냉장고’를 선물합니다.


MC들이 만난 아버지들은 모두 시청자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청각장애인 딸을 둔 아버지는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 눈물을 흘리고, 군대를 보내는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도 소개되었습니다. 30년간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청소부’ 직업이 부끄러워 18년간 딸에게 직업을 숨겨운 아버지 사연, 그리고 그 딸이 시집을 가서 아빠의 고마움과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이 찾는 술집, 식당, 포장마차에서 만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모두 한결 같았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 가족을 위해 밤 늦게까지 고생한다는 것입니다.

어제 MC들이 만난 아버지 중에서 가장 감동을 준 첫 번째 ‘우리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바로 30년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환철(58세)씨입니다. 자식들에게 부끄러워 직업을 밝히지 못한 분인데, 우리 시대 아버지들이 이렇게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김구라가 소형화물트럭에 아빠 냉장고를 싣고 직접 배달해주었으나 조환철씨는 이 냉장고를 어린이집에 기증해 시청자들을 훈훈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줍니다.

헌터스 MC 이휘재, 박준규, 신정환, 천명훈, 김태우, 김현중, 우승민, 구하라, 정용화, 심권호

이 코너는 방송 전부터 환경단체 등에서 멧돼지를 죽이는 장면 등이 나오는 것을 반대하며 제작 중단까지 요구하고 나섰는데, 첫 방송을 보니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멧돼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마을 멀리 몰아내는 것이 헌터스의 미션입니다. 따라서 잔인한 멧돼지 살육장면 등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멧돼지틀로 산 채로 포획해서 관계 당국에 인계하는 것입니다.


헌터스는 단일 예능 코너로는 최대 MC군단(10명)을 자랑하는 생태 버라이어티입니다. 이렇게 호화스럽게 코너를 만든 이유는 전국에 있는 17만마리의 멧돼지 개체수를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주민들의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멧돼지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거창하고 야심만만한 프로젝트입니다. ‘일밤’ 코너중 김영희PD가 가장 공을 들여서 만드는 코너인데, 방송 전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이 오히려 약이 됐습니다. 예능프로에서 다큐프로처럼 멧돼지를 추적하고 죽이는 장면을 방송했다면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비난이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간과할 수 있었던 문제를 짚고 넘어간 것은 '일밤' 제작진으로서는 참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휘재가 촬영을 하면서 “예능 맞나요?”하고, 우승민은 “납량특집 같은데요”라고 하는 등 예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김영희PD의 컨셉이 그대로 묻어나는 코너입니다. 어제 첫 번째 멧돼지 축출작전은 실패했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계속 멧돼지를 추적하다보면 성공할 날이 올 것입니다. 헌터스단은 우리 나라 멧돼지를 모두 다 축출하는 것이 아니라 멧돼지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경고하고 피해를 줄일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 헌터스 코너의 목적입니다.


‘일밤’은 동시간대 방송되는 <1박2일>, <패떴>과 철저히 차별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 차별화의 핵심이 바로 ‘공익’입니다. 김영희PD가 ‘일밤’에 복귀하면서 공익 포맷은 예상했지만 새로 선보인 세 코너가 모두 공익 요소를 기본에 깔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에 공익요소를 넣는다는 것은 잘 만들면 크게 성공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습니다. 개편된 ‘일밤’은 전통적인 시청자, 그중에서도 중장년층을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1박2일>과 <패떴>이 젊은 시청자를 놓고 시청자 경쟁을 하는 사이 ‘일밤’은 중장년층을 흡수해서 나중에는 <1박2일>과 ‘일밤’이 일요 예능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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