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영어 논란에 대한 '무도팬' 변명

by 피앙새 2009. 12. 6.
반응형
참 답답합니다. 무한도전 한식 특집에 이어 어제 또 영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미국인들과 서툰 영어를 구사했다고 보기 민망했다는 반응은 무한도전 뉴욕편을 만드느라 고생한 제작진과 맴버들의 고생을 몰라준 혹평이기에 팬의 한 사람으로서 변명을 하려고 합니다. 미국에 가서 한국사람들이 꼭 영어를 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맴버들의 영어를 놓고 자꾸 비판을 하는데, 반대로 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말을 꼭 잘해야 하나요? 미국사람은 우리 나라에 와서 한국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아서 미국말도 응대해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에 가서 한국말을 사용할 때 손님 응대차원에서 미국인들은 한국말로 응대해주진 않습니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필요는 없고 필요한 사람만 배우고, 기본적인 소통만 하면 됩니다.

어제 무한도전은 뉴욕의 연장으로 ‘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편을 방송했습니다. 맴버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에디터가 준 미션을 완수해야 했는데, 낯 설은 뉴욕에서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데 그 미션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맨하탄에서 맴버들이 좌충우돌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인들과 답답한 언어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이 비춰졌는데, 이를 두고 또 영어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제작진은 지난번 한식 편에서 정준하가 명셰프에게 범한 무례 등 시청자들의 비난에 대해 ‘미안하다송’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시청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발 빠르게 사과송까지 제작해 방송한 것입니다. 제작진은 어제 방송에서 영어 논란이 또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모델 쥴리엔강을 출연시켜 한국인들이 틀리기 쉬운 영어발음 등을 교정해주는 등 영어 논란에 대해 발빠른 사전 대비를 했습니다.


맴버들의 영어실력은 대한민국 시청자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초보 에디터가 된 맴버들은 편집장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뉴욕거리로 나갔습니다. 맴버들이 수행해야할 미션은 ESB빌딩 층수 알아오기, 핫 플레이스에서 패셔니스트 두 명과 사진 찍기, 뉴욕대학교 앞에서 커피사오기, 세탁소에서 옷 찾아오기 등이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쉽지 않은 미션입니다. 영어가 서툴기 때문입니다. 비까지 질척질척 내리는 가운데 유재석 등 맴버들은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며 서투르지만 콩글리쉬를 구사해가며 정말 열심히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맴버들이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보기에 따라 다릅니다. 영어를 못해서 창피하고 민망하다는 사람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너무 사대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게 아닐까요? 그러나 미국인들은 맴버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비웃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맴버들과 부딪힌 미국인들은 조금 당혹스런 느낌을 가질 수 있으나 그것 또한 미국인들은 즐길 정도로 여유와 위트가 있습니다.


무한도전의 컨셉상 맴버들이 뉴욕에서 보여준 모습은 올 초 봅슬레이 대표팀 선발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맴버들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며, 영어도 못하고 미국 뉴욕에 살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다소 무리한 미션을 그들에게 던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보통 사람들을 대신해 영어는 잘 못하지만 한번 열심히 도전해보라고 한 것입니다. 누구나 뉴욕에 갈 수 있습니다. 그때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맴버들이 먼저 경험해준 것입니다. 이것이 뉴욕편을 통해 제작진이 던진 메시지입니다.

"누구나 미국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라는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 맴버들처럼 수줍어 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부딪혀 보세요. 그러면 통할 수 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영어를 못해 안된다고 하기 전에 일단 부딪혀 보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필자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맴버들과 똑같이 콩글리쉬 수준입니다. 결혼전 직장을 다닐때 회사일로 미국 시카고에 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출장은 시카고 미국 거래회사에 중요한 샘풀 상품을 전해주는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택배로 전할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출장을 가기전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영어를 잘하는 회사 동료에게 기초적인 영어 몇 마디 배우고 갔는데, 막상 미국에 가니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필자가 영어를 못한다고 미국인들에게 창피하거나 민망한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 거래회사에 가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어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무한도전 맴버들 역시 뉴욕에 가기 전에 기초적인 회화 등을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인데, 영어를 배우면 얼마나 배웠겠습니까? 그러나 어제 보니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마저도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낯선 동양의 이방인들의 모습에 뉴욕 사람들은 신기하게 봐라보는 게 당연합니다. 우리도 길거리에 낯선 외국인들이 공연을 하거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면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나요? 그리고 외국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한마디만 해도 감동하면서 왜 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뉴욕편은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노홍철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좋았으나 외국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지난번 '지못미'특집때도 프랑스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할 때 프랑스 사람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더라구요. 외국인들은 손가락질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미흡함 점 몇 가지만 뺀다면 뉴욕편은 제작진과 맴버들이 눈물겹게 만든 멋진 특집입니다.


사실 이번 뉴욕편을 만든 제작진과 맴버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알면 영어 못했다고 ‘창피’, ‘민망’ 등의 말로 무한도전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뉴욕편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지금 발매되고 있는 달력때문이었습니다. 지난 7월 전반기 결산 달력만들기 특집을 방송할 때 뉴욕으로 비너스촬영을 위해 떠날 맴버를 돌림판으로 뽑았는데,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세 사람이 당첨됐습니다. 유재석 등 세 명과 일부 제작진이 뉴욕으로 달력 촬영을 떠나려할 때 박명수 등 나머지 맴버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함께 가겠다고 해서 뉴욕편 ‘한식’ 특집에 이어 어제 ‘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 특집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정된 제작비 때문에 이왕 뉴욕까지 간 거, 시청자들에게 좀 더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기 위해 숙박비 등 체류비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많은 촬영을 한 것입니다. 하루 2시간만 자고 강행군을 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맴버들이 뉴욕에서 보여준 것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만약 미국 뉴욕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더라도 또한 리얼이 아니라며 비판했을 겁니다. 무한도전 뉴욕편에서 영어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보니 조금 씁쓸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