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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박재범 비난, 인민재판을 보는 듯 했다

by 피앙새 200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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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한국 비하 발언’으로 거센 퇴출 요구와 비난을 받던 2PM의 박재범이 결국 어제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지난 9월 4일 데뷔 1주년을 맞아 팬들의 축하속에 짐승남 박재범의 인기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 했으나 이무기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소속사인 JYP가 ‘탈퇴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박재범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다했으나 한번 불붙은 박재범 죽이기는 결국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데뷔 1주년 하루 뒤인 지난 5일, 박재범이 미국판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에 연습생 시절에 써놓은 한국 비하 발언은 삽시간에 연예계 메가톤급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때는 한류스타 대장금의 이영애가 귀국을 하고, G드래곤의 표절시비 등 연예계 굵직한 뉴스들이 있었지만 박재범 쓰나미는 모든 연예뉴스들이 휩쓸었습니다.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과 관련한 인터넷뉴스에는 수천, 수만건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댓글들 대부분은 ‘퇴출’, ‘노다지 등 모든 연예프로 하차’ 그리고 ‘당장 한국을 떠나라’였습니다. 일부 박재범 팬들만이 ‘용서해주라’는 호소의 글을 달았지만 수많은 비난 글들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언론은 군대 입영을 수차례나 번복하고 미국시민권으로 끝내 병영 의무를 회피한 유승준과 비교해 ‘제2의 유승준’이라고까지 보도했습니다. 박재범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비교입니다.


박재범은 대중들의 비판을 삭히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습니다. 그런데 몇일 동안 그가 무차별적인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을 보니 마치 6.25전쟁 당시 인민재판을 보는 듯 했습니다. 단 4일 만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모습은 시공간적 차이가 있을 뿐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죽여라!’ 한마디에 군중심리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처럼 박재범은 철 모를 때 써놓은 한국 비하 발언 글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철저히 매장당한 채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죽여라!’ 할 때와 달리 막상 박재범이 2PM을 탈퇴하고 그가 출연하던 예능 프로 <노다지>에서 하차하게되자, 일각에선 동정 여론도 있었습니다.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따가운 시선과 대중들의 계속되는 비난을 박재범은 견디지 못했습니다.

소속사인 JYP가 탈퇴는 사실무근이라 했지만 어제 미국으로 떠나기 전 박재범은 팬사이트를 통해 먼저 2PM 탈퇴 입장를 밝혔습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것입니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무대에서 여러분을 뵙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재범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비난 화살을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2PM의 리더로서 같이 활동하던 맴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도 전했습니다. '2PM 애들, 우리 애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리더로 형으로서 힘이 되지는 못하고 짐을 지우고 떠나게 되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더욱 멋있게 잘해 주시길 바랍니다.' 2PM은 ‘짐승남’으로 불리는 박재범이 빠지면 사실상 그 존재 가치가 희박할 정도로 박재범의 2PM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탈퇴는 곧 2PM의 해체를 의미할 만큼 팬들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박재범이 미국으로 떠난 마당에서 그의 한국 비하 발언을 곱씹어 보니 과연 인민재판만큼 가혹한 비난을 받아야 할 사안이었던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가 팬사이트를 통해 어제 밝힌 사과문의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채 전달되기도 전에 박재범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인지 아니면 한순간에 추락한 스타의 자존심 때문인지 황망히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은 천번 만번 비판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박재범은 비판보다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비판과 비난은 다릅니다. 비판은 건전한 대안까지 제시된 의견이며, 비난은 대안도 없이 저간에 증오의 감정이 깔린 의견입니다. 지난 4일간의 박재범 비난 쓰나미를 통해 본 대중들의 심리는 비난 일색이었습니다.

('가지말라'는 팬들의 바램을 뒤로하고 어제 박재범은 무차별적인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박재범이 지난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게재할 당시의 개인 박재범의 입장과 상황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한국 비하 유포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고 박재범 뉴스가 인터넷을 도배하는 사이 대중들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건전한 비판을 하기보다 군중심리가 더 앞섰습니다. 물론 필자 역시 처음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 뉴스를 접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몇 일간 박재범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보며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를 비난하는 다수의 군중들이 있는 만큼 그를 용서해달라는 소수팬들의 입장도 있었지만 팬들의 용서 입장조차 박재범을 감싸는 것이라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난 인터넷 군중심리속에서 박재범을 두둔하거나 용서해야 한다는 글들은 박재범 그 이상의 비난 악플을 맞아야 했습니다. 박재범 비난 쓰나미를 보고 글을 쓰는 필자 역시 많은 악풀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재범이 한 한국 비하 발언보다 더 심한 말들을 한 사람도 방송에 얼굴 내밀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중에는 박재범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 화살을 맞았지만 맷집이 좋아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송에 잘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박재범의 2PM탈퇴와 미국 출국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2005년 당시 한국 비하 발언은 한 것은 과거일입니다. 그리고 박재범의 생각이 조금 깊었다변 아마 그때 썼던 글을 모두 지웠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박재범의 한국 비하 발언이 용서된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박재범은 비난 쓰나미를 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글을 삭제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결국 천당과 지옥의 차이였습니다. 이 차아기 결국 데뷔 1년만에 박재범을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시켰습니다.

어제 쓸쓸히 미국으로 떠난 박재범을 보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죽는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가 내민 용서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을까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헤어려 주었다면 단 4일만에 인민재판과도 같은 비난화살을 맞고 박재범이 떠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인민재판식 군중심리라면 앞으로 제2, 제3의 박재범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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