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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김제동, 그가 '좌파'라고 불리는 이유

by 피앙새 201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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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안타깝습니다. 역시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입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막상 '김제동쇼'가 외압으로 방송이 불가할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동안 외압설과 방송 연기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던 '김제동쇼'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건가요? 어제 김제동이 '김제동쇼' 사퇴를 결정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김제동과 절친한 사이인 탁현민교수가 외압으로 김제동쇼의 MC직에서 하차한다는 것입니다. 사퇴 이유는 그동안 끊임없이 거론돼온 고 노무현전대통령의 추도식 사회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중파에 이어 캐이블 방송에서도 안타깝게 김제동이 퇴출될 위기인 것입니다.

김제동은 지난 5월 23일 고 노무현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수락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추도회 사회를 볼 것이다. 그 다음의 일은 운명에 맡긴다."

그런데 그 운명이 끝내 '김제동쇼'의 MC직을 사퇴하게 만들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보 김제동이라 할만큼 그렇데 당했으면서도 또 다시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 것 때문에 캐이블방송에서조차 MC 마이크를 들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김제동쇼와 관련하여 Mnet은 그동안 편성 문제로 6월로 연기할 뿐 방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김제동이 노전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볼 것이란 보도가 나간 직후 엠넷 관계자는 '추도식 사회를 재고할 수 없겠느냐?'고 했고, 김제동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추도식 사회의 운명을 택한 것입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김제동은 스스로 '정의'라고 생각한 일, 즉 노전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왠만한 연예인이라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한번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이 있는 행사를 거부할 만도 한데 김제동은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고 노무현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자 마이크를 잡아야했고 아무도 잡지않겠다고 할 때 김제동은 소신을 가지고 봉화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지난 5월 23일 비가 질척질척 내리는 가운데 추도식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보는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입니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추도식 사회를 문제삼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좌파, 우파를 나눴는지요? 김제동이 좌파라면 그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좌파입니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것을 잘 모르지만 김제동을 좌파라고 한다면 글쓴이 역시 기꺼이 좌파가 될 용의가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좌, 우를 가르며 사는 건지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좌우가 균형있게 공존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우는 선, 좌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와 편가르기가 김제동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든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김제동은 왜 '좌파'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요? 이는 지난해 10월 나경원의원이 국감장에서 던진 질문 하나가 ‘좌파’ 논란으로 비화된 것입니다. 나의원이 국감장에서 당시 KBS 이병순사장에게 던진 질문은 “김제동씨가 노무현전대통령의 노제에서 좌파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스타 골든벨 MC를) 바꿨느냐?”였습니다. 김제동 하차 문제와 관련해 '외압설 vs 가을 정기개편 하차‘ 논란 구도가 나의원의 말 한마디로 정치권의 ’좌파 vs 우파‘의 색깔 논쟁으로 비화된 것입니다. 나의원의 질문을 워딩 그대로 본다면 분명 ’좌파‘라는 용어가 있었고, 질문 의도가 어떻든 간에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 이후 김제동 하면 '좌파'라는 말이 따라 다녔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을 추모했다고 해서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쓴다면 이 나라는 김제동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들이 ‘좌파’가 됩니다.  당시 홍사덕의원이 김제동의 추모사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본 추도사로서 가장 걸출한 추도사‘라고 극찬을 한 것과 너무 비교가 됐습니다. 나의원측은 ’좌파‘ 파문이 확산되자 즉시 ”김제동 교체가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편에 따른 게 아니었느냐고 이병순사장에게 질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내 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나경원의원의 '좌파' 용어는 그 이후 김제동을 옥죄는 족쇄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제동이 노전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때 한 말을 보면 정치적인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노전대통령을 생각해서 눈물을 흘리며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지난해에도 김제동은 노제 사회를 보면서 슬픔에 잠긴 우리 국민들과 함께 노전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가슴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그래서 노전대통령의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기에 가슴 아픈 심정으로 추도회 사회를 본 것이 무슨 그리 큰 잘못이 되겠습니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것도 아닌 일로 김제동은 원치 않아도 정치권의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입니다.

연예인도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사회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예전에는 인기와 대중적 이미지를 고려해 연예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을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소신을 밝히는 연예인이 많아졌습니다. 김제동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연예인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김제동은 작은 거인입니다. 그는 방송에서 항상 약자들을 대변해주고, 그 어떤 권력앞에서도 주늑들지 않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많은 대중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그는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 그냥 방송인일 뿐입니다. 다만 개념이 다른 연예인보다 더 있을 뿐입니다. 김제동은 화려한 말솜씨보다 진실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소탈하고 인간적입니다. 그래서 그를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의 맑은 영혼이 우리 사회를 더욱 맑게 해줄 수 있는데, 이를 막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김제동은 정치적 희생의 가장 나쁜 예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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