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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바보 노무현과 가장 닮은 사람

by 피앙새 2010.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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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이 故 노무현전대통령 1주기입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봉하마을 노전대통령 묘소에서는 오후 2시에 추도식이 열리는데, 사회자가 김제동입니다. 1년 전 노전대통령이 이승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하늘로 떠날 때 김제동이 노제 사회를 봤는데, 1주기 추도식 사회도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습니다. 노제 사회 때문에 그렇게 어려움을 당하고도 또 사회를 보는 김제동이야말로 바보 노무현과 가장 닮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제동이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볼 것이라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왜 또 바보같은 짓을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노제 사회를 봤다고 방송에서 불이익을 당했는데 또 추도식 사회를 보면 ‘방송에서 영구 퇴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김제동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추도식 사회를 보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고,
나는 사회를 볼 것이다. 그 다음의 일은 운명에 맡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추도식 사회를 운명에 맡긴다니요? 여기서 운명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추도식 사회를 보고난 뒤 닥칠 지도 모르는 외압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방송활동을 위해 추도식 사회를 거절할 수 있었지만 김제동은 운명을 피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이쯤되면 김제동이 참 바보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바보 노무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전대통령은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 야당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3번을 연거푸 낙선했습니다. 그리고 얻은 별명이 ‘바보 노무현’입니다. 여당의 텃밭에서 야당으로 출마하면 낙선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꿋꿋하게 3번이나 출마했습니다. 김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전 노제 사회 때문에 잘못하면 방송계에서 영원히 매장당할 수 있는데 추도식 사회를 거절하지 않은 게 바보가 아니고 뭔가요? 오죽하면 문제인 변호사가 '이번에 또 사회를 보는 김제동의 밥줄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을까요?


김제동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조차 두렵지 않고, 불행을 알아야 행복의 소중함을 안다'고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행복해지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는다는 겁니다. 그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노제 사회를 본 것 때문에 좌파라고 한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한 말도 노전대통령을 지켜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노제에서 김제동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전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우리가 그분에게 너무 큰 신세를 졌습니다.“ 김제동은 노전대통령의 신세를 조금이나 갚기 위해 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그 불행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봉하마을을 찾은 것입니다.


김제동은 우리 시대 가장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방송인입니다. 그리고 우리 시대 바보 노무현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입니다. 그는 노전대통령을 지켜주려다가 방송에서 퇴출당하는 불행을 겪었지만,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행복한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그가 정치적인 문제로 ‘좌파’ 소리까지 듣는 것은 김제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늘로 떠나는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안내해준 것 뿐인데, 이를 두고 논란을 만든 것은 타인들입니다. 김제동은 ‘정치’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는 방송인이지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를 '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마이크 하나만 손에 들면 수만 관객들을 울리고 웃길 줄 아는 그가 오늘 추도식 사회를 보면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그가 1년 전 노제에서 쏟아낸 말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오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언론의 초점이 될 것입니다. 그가 하는 말들은 정치적 이념이나 특정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가 사랑했던 노전대통령을 추모하고 지켜주기 위한 순수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이런 김제동이야말로 바보 노무현과 가장 닮은 사람이 아닐까요?

* 오늘(23일) 오후 2시 예정대로 김제동이 추도식 사회를 맡았습니다. 1년 전과 같이 검은 정장을 입고
  비통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김제동의 말을 요약해 덧붙입니다.


지금 맞고 있는 이 비가 여러분들 마음을 모두 다 씻어주기를 바랍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깨어 있는 시민이 만들어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나라, 여러분 모두가 개개인의 역사를 살리라는 노무현대통령의 말처럼 여러분들도 이 비를 맞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마음 마음 모두를 전할 것입니다.

벽은 허물고 물은 흐르게 하고 문은 열고 나아가서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게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이 땅의 비를 적시듯, 이 땅의 역사가 공평하고 누구나 함께 어깨를 연대하게 하는 것처럼 만들 것입니다. 여러분의 발걸음이 포기하지 않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그분을 보여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이곳에 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 앞에서 이끌던 노무현을 기억하는게 아닙니다. 함께 우리와 호흡을 맞추고 사진을 찍고 눈높이를 맞추고 어깨를 맞추던 동반자를 그리며 이곳에 있습니다.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만 동반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늘 여기서 그 동반자를 그립니다. 어떠한 보답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마음들을 이곳에 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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