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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원맨쇼가 된 강호동의 낙오

by 피앙새 2010.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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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1박2일’ 사상 처음으로 낙오를 했습니다. 메인MC가 낙오되면 방송 분량과 재미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강호동은 낙오된 그 순간부터 혼자서 6명의 방송 분량을 다 책임졌습니다. 강호동이 낙오된 것이 아니라 이수근 등 나머지 6명이 낙오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강호동의 낙오는 왜 강호동이 ‘1박2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메인MC인지를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경주편 ‘수학여행을 가다’에서 낙오자를 결정하기 위한 스탬프 찍어오기 복불복은 맴버들끼리 물고 물리면서 승리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김C와 은지원, MC몽은 김종민과 이승기와 스탬프가 겹쳐서 무효처리가 됐고, 이수근은 자전거를 타서 실격처리 됐습니다. 강호동은 스탬프 대신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윤덕환씨 도장을 스탬프 대신 받아와서 인정이 됐으나 스스로 무효라고 해서 7명이 눈치게임으로 낙오자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눈치게임에서 강호동과 김종민이 1차 게임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강호동과 김종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최종 낙오자가 되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데, 지금까지 강호동은 낙오자 결정 가위바위보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습니다. 강호동과 어리버리 김종민이 대결하기 전에 제작진과 나머지 맴버들은 승부는 강호동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데 이게 왠일입니까? 김종민이 강호동을 이겨 버린 게 아니겠어요? 김종민이 소집해제 후 복귀해서 가장 큰 대형사고를 친 것이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강호동을 낙오시킨 일입니다.

지금까지 이승기, 은지원, 김C 등 모든 맴버들이 한 번 이상씩 낙오를 경험했습니다. 낙오자가 되면 특별한 재미와 웃음을 주지 않는 한 방송 분량이 적습니다. 그런데 강호동의 낙오는 다른 맴버와 달랐습니다. 낙오됐어도 메인MC 책임감 때문인지 방송 분량에 무척 신경을 쓰는 듯 했습니다.


호랑이 없는 산에서 토끼가 주인행세 한다는 말처럼 강호동이 낙오된 순간부터 이수근이 메인MC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6명의 맴버들과 함께 우왕좌왕 했습니다. 이수근은 갑자기 기회가 찾아온 메인MC자리가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습니다. 마음은 국민MC 유재석 버금가게 맴버들을 이끌며 진행하고 싶었겠지만, 그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닙니다. 강호동이 없는 상태에서 맴버들은 서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무척 산만하게 보였습니다.

불국사 근처 유스호스텔에 먼저 도착한 맴버들이 뽑아낸 방송 분량은 숙소 안에서 머리 싸움과 라면 끓여먹기가 전부였습니다. 강호동 없이는 맴버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강호동이 언제 숙소를 찾아올 지 불안해했습니다. 이왕 강호동이 낙오된 거라면 강호동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반대로 ‘강호동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낙오된 이후 강호동은 1인 7역을 했습니다. 이는 무한도전 200회에서 유재석이 1인 7역을 한 것과 같습니다. 강호동은 나머지 맴버들을 흉내내진 않았지만 7명의 맴버들이 함께 다닐 때와 같이 방송 분량을 뽑아냈습니다. 보통 다른 맴버들이 낙오를 하면 어떻게 하면 이 낙오 상황을 빨리 벗어날까를 고민하는데, 강호동은 달랐습니다. 빨리 숙소를 찾아가 쉬고 싶을텐데, 경주 안압지로 가서 시청자들에게 환상적인 야경을 보여주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본 야경이 참 멋졌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로마와 함께 경주가 천년 고도라는 것을 소개한 것도 메인MC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낙오된 이후 시민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1박2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강호동은 하다못해 개와 ‘멍멍멍’으로 대화를 하면서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예능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스호스텔이 베이스캠프인 것을 알아낸 것도 여우같은 강호동만의 노련미입니다. 택시운전사에게 불국사 근처가 숙소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여자PD와 눈치싸움을 벌이고, 이수근과 통화를 한 후 유스호스텔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호동만의 직감과 통찰력입니다.


김종민이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강호동을 낙오시키는 순간 시청자들은 통쾌했을지 몰라도, 이것이 강호동의 진가를 확인시켜준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동안 강호동이 가위바위보를 잘 해서 낙오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제 강호동의 낙오를 보니 왜 3년간 제작진이 강호동을 낙오시키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제작진이 강호동을 처음으로 낙오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 1:6으로 팀을 나눈 것은 강호동 없는 6명이 얼마나 무기력한 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요? 강호동의 낙오는 강호동의 원맨쇼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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