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라이어티

'패떴2', 1박2일의 '리얼'을 배워라

by 피앙새 2010. 5. 4.
반응형
약 한 달만에 재개된 예능 프로 중 지난주 '패떴2'와 '1박2일'을 시청했습니다. 두 프로 모두 휴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프로지만 극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리얼(real)'입니다. 요즘 예능은 야외 버라이어티가 대세인데, 시청자들은 뻔한 각본보다 '리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패떴1'이 대본 논란 이후 김종국의 참돔 조작사건으로 한 방에 훅 간 것도 바로 '리얼'의 허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리얼의 차이가 결국 시청률로 나타나고 있는데, 한때 16주 연속 주말 예능 1위를 질주하던 '패떴2'는 10% 이하로 추락했고, '1박2일'은 3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국민 예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주 '패떴2'는 한 마디로 게스트 물량 공세로 맞서는 느낌입니다. '친친특집'으로 뉴패밀리들의 친구를 초대한다는 명목하에 기존 맴버 7명에 슈퍼주니어 김희철, 탤런트 김광규, 가수 노사연, 개그맨 장동민, 2PM의 준호, 소녀시대 티파니 등을 초대했습니다. '패떴2' 시작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을 한 번에 만회하려는 것일까요? 이렇게 많은 게스트가 출연한 이유는 경기도 안성 고은리, 방초리 마을 운동회에 참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두 마을은 50년간 마을 대항 운동회를 펼쳐왔는데, 한번도 우승을 빼앗긴 적이 없는 고은리 마을 이장의 부탁으로 패밀리들을 마을 운동회에 참여시킨 것입니다. 마을 운동회에 참여한 것은 좋은데, 굳이 친한 친구 7명을 게스트로 초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뉴패밀리 7명이 참가해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운동회를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SBS 예능 프로는 유난히 아이돌 스타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강심장', '스타킹' 뿐만 아니라 '패떴2'도 윤택조(윤아, 택연, 조권) 라인으로 아이돌 세 명이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게스트 7명 중 세 명이 아이돌 스타입니다. 그러니까 어제 '패떴2'는 6명의 아이돌이 참여해 마치 아이돌 특집같았습니다.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다고 해서 시청률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게스트들을 대거 출연시켜 방송한 내용은 아이돌 스타간 연애 가십거리 만들기였습니다. 김원희는 슈퍼주니어 김희철에게 '윤아랑 친하냐?'고 물으며 택연과의 스캔들 엮는 것도 부족해, 티파니가 택연의 등짝을 때리자 '티파니는 왜 택연하고 친하니?'라는 등 아이돌 스타 가십거리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어제 극명하게 나타난 두 프로의 '리얼' 차이를 한번 볼까요? 우선 '패떴2'는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일손돕기→비료 뿌리다 장난치며 놀기→새참먹으며 수다떨고 개인기 자랑→저녁만들어 먹기 등으로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특히 메인 MC김원희는 우발 상황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리얼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패떴2'는 '패떴1'과 다르지 않게 늘 '안봐도 비디오'란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면 '1박2일'은 어떨까요? 어제 코리안루트 2편은 리얼의 연속이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해 영덕 베이스캠프까지 와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제작진이 그냥 저녁을 줄리가 있나요? 바로 저녁식사 복불복이 준비된 것입니다. 그런데 나영석PD가 갑자기 뜬금 없는 제안을 합니다. 7인용 돔 텐트를 10분 안에 치면 바로 퇴근시켜 준다는 겁니다. 나PD가 조금 흥분했나요? 이승기가 예리하게 "그럼 방송 분량은 어떡하냐?'고 하자, 미션 성공 보상을 횟집파티로 바꿨습니다. 결국 제작진의 제안대로 강호동 등 맴버들은 전문가가 1시간안에 치기도 힘든 7인용 돔 텐트 설치 미션에 도전했고, 결과는 28분여만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맴버들은 무제한 저녁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도 1시간 안에 텐트를 치기 힘들기 때문에 맴버들이 절대 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제작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저녁식사 복불복을 하기도 전에 이미 맴버들은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받게된 것입니다. 나영석PD가 대략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계획됐던 복불복 게임을 모두 취소하고 캠핑의 밤으로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만약 제작진이 30분 안에 텐트 설치에 성공하면 퇴근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1박2일'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맴버들이 진짜로 비행기타고 서울로 퇴근해서 자택에서 편히 쉬는 모습을 담지 않았을까요? '패떴2'는 이런 돌발적인 리얼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뻔한 얘기보다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리얼 상황을 더 재미있어 합니다.


'1박2일'은 자연스럽게 '리얼' 상황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지난주도 황당한 UFO사진 찾기가 나왔는데, 이 장면은 분당 최고시청률을 나타낼 정도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맴버들은 청도에 가서 미나리와 함께 먹을 삼겹살 살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봄 사진 찍기 미션에 돌입했는데, 제한시간이 다되도록 겨우 2만여원 밖에 벌지 못하자, 조작 UFO사진찍기에 돌입했습니다. 제작진이 UFO사진을 찍으면 무려 10억원을 준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는데, 그저 웃자고 한 일이었습니다. 낙오된 은지원까지 김C의 전화를 받고 "그 사진을 태워버려야 한다. 아니면 그들이 사진을 찍은 사람을 추적해 기억을 지워버린다"고 4차원 협박(?)을 하는 등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졌습니다. 병뚜껑을 던져 가짜 UFO사진을 찍어 제작진을 귀엽게 협박해 삼겹살 값을 마련해보려 하지만 제작진이 여기에 속아 넘어갈리가 있나요?


맴버들이 가는 곳에 일반인들을 만나면 바로 리얼상황으로 연결됩니다. 맴버들이 타고가던 다마스 차량이 고장났었는데, 수리가 끝나 경주 첨성대 근처로 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경주를 경유하게 됐습니다. 마침 경주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1박2일' 맴버들이 첨성대 주변에 등장하자,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학생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맴버들과 수학여행온 학생들과의 만남을 즉석에서 마련해 미니 '시청자 투어'를 만든 것입니다. 학생들은 재기 발랄하게 자기 고향 자랑을 하며 녹녹치 않은 예능감을 뽐냈습니다. '1박2일'은 정해진 기본 촬영 계획이 있지만 그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강호동의 순간 판단에 의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지원도 얼마 전 강화도편에서 뜬금없이 강호동에게 탁구 대결을 제안해 40여분간 빵 터지는 방송 분량을 뽑아낼 정도로 모든 맴버들이 '리얼'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패떴2'가 친친특집으로 게스트 7명을 초대하는 것도 모자라 원더걸스를 초대하고, 고정게스트로 슈퍼주니어 김희철을 합류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리얼(real)'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주는 게스트 7명을 대거 초대해서 그런지 시청률이 7.3%로 조금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매주 게스트들을 대거 출연시킬 수는 없습니다. '패떴2' 제작진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예능이 됐는지 그 해답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