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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강심장, 황제 이승기의 굴욕?

by 피앙새 201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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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승승장구’가 시청률에서 ‘강심장’을 위협하고 있어 그런가요? 어제 심야토크쇼 ‘강심장’에 역대 최고의 게스트 21명이 초대됐습니다. 타블로, 컬투의 정찬우, 슈퍼주니어 김희철, 티아라 효민, 정가은, 황현희, 애프터스쿨의 박가희, 탤런트 이태곤과 이채영, 박기웅 등 게스트 수준은 정말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스트들이 비를 위한 병풍이었습니다. 메인게스트 비가 주인공이었고, 비를 중심으로 강심장이 진행됐습니다. 왜 그런가요? 비가 월드스타라서 그런가요?

이승기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비를 지켜보겠다며 비 앞에 서니 스타 울렁증까지 나온다고 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말까지 더듬 거릴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김효진과 김영철은 우산을 쓰고 ‘강심장에 비(정지훈)가 온다’고 썰렁한 유머를 날렸습니다. 강호동이 세계를 사로잡은 월드스타 비를 소개하자, 고정 게스트 김효진, 정주리, 김영철이 기립박수를 날리며 환영했습니다. 강호동은 비가 월드스타 이전에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대표 예능 선수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비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졌고, 자막은 ‘할리우드를 적셔버린 비’, '국가대표 예능선수'라고 과도하게 소개됐습니다.


비가 월드스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만큼 이승기 또한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국민적 인기스타입니다. 그래서 ‘황제’로까지 불립니다. 비에 대한 떠들썩한 소개가 끝나자 강호동이 월드스타 비와 대한민국 황제의 만남이 있겠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강호동과 이승기, 비가 무대 앞으로 나왔습니다. 강호동은 자존심 강한 두 스타가 과연 누가 먼저 손을 내밀 것이냐며 자존심 싸움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강호동이 ‘준비’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승기가 머리를 90도 아래, 아니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숙이며 비에게 악수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선배에 대한 예의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승기가 비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큰 절까지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승기도 팬들이 많은데, 아무리 방송선배라 해도 머리를 조아릴 필요까지 있나요? 선후배간 아름다운 풍경이라 할지 몰라도 보기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승기가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똑똑해서 선배 정지훈을 챙겨준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승기는 어떨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굴욕으로 느껴졌습니다. 강호동이 이승기에 ‘큰 절을 하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자, 이승기는 ‘배운게 이거 밖에 없어요!’라며 동문서답을 했습니다. 이에 비는 ‘강심장’에 출연한 것이 강호동 때문이 아니라 이승기 때문이며, 요즘 ‘예능 대세는 이승기’라며 추켜세워 주었습니다.

비가 예능 프로에 나와 음악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팬들에게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어제 ‘강심장’은 과도하다고 느낄 만큼 비에게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어제 게스트는 비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타블로, 정찬우, 효민, 이태곤, 정가은, 박가희 등 역대 최고의 게스트들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게스트들은 비를 띄워주기 위한 들러리였습니다. 비가 댄스를 추다가 바지가 찢어지자, 강호동은 비는 무엇을 해도 예능감이 폭발한다고 극찬했습니다.


비의 새 앨범명이 ‘백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즉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강심장’이 과도하게 비를 띄워주는 것은 오히려 비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안티만 양성할 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비와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은 기분이 상했을지 모릅니다.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속으로 불편한 심기를 꾹 참고 있었을 겁니다. 10분 넘게 억지로 박수치며 웃고 있는 다른 게스트 보기 민망했습니다.

메인게스트 비는 ‘강심장’에서 내노라하는 국내 톱스타들을 모아놓고 원맨쇼를 한 것입니다. 비를 위한 강심장배 즉석 이상형 월드컵을 마련해 임수정이 비가 좋아하는 최고의 여자 연예인으로 뽑혔습니다. 비가 임수정을 선택한 이유는 속이 깊고 유모가 있으며, 언제나 만나면 해피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즐거운 여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강호동 비에게 임수정을 위한 영상편지를 띄우라고 했습니다.


‘강심장’은 대형스타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고, 인기가 없는 게스트에겐 통편집으로 대하는 토크쇼입니다. 지금까지 ‘강심장’에 출연했다가 통편집 당한 게스트가 한 두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강심장’을 ‘통편집 프로’라고 하기도 합니다. 출연이 곧 방송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잘못하면 단독샷 한 번 받기 힘든 예능 프로입니다. 이런 마당에 비를 지나치게 우대함으로써 ‘강심장’의 품격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황제 이승기가 비에게 머리까지 조아린 것은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인지는 몰라도 시청자를 대한 기본 예의는 아니었습니다. 방송 사상 이승기 최대의 굴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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