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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승승장구’, 시청률 꼼수 아닌 소신 방송이다

by 피앙새 2010.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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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천안호 순직 장병들을 희생하기 위한 국가 애도기간입니다. 그래서 방송 3사는 이번 주 예능방송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KBS가 ‘승승장구’를 방송했습니다. 어제 ‘승승장구’는 국민엄마 김혜숙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홍보차 출연한 것인데,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웃고 떠드는 토크쇼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당초 ‘다큐멘터리 3일’로 대체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제작진은 토크쇼기 때문에 방송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돼 어제 오전에 갑자기 방송이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승승장구'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강심장'은 어떨까요? ‘강심장’은 애도기간에 맞게 결방을 결정하고, 특집다큐 '천암함 용사들 편히 잠드소서'가 방송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SBS가 공영방송이고 KBS가 민영방송 같습니다. 그렇다면 ‘승승장구’는 왜 결방계획을 취소하고 갑자기 정규편성 했을까요? KBS 관계자의 말대로 ‘승승장구’가 토크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26일 KBS2 '미녀들의 수다'도 같은 토크쇼인데 왜 결방이 됐는지 언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KBS의 예능프로 결방 기준을 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승승장구' 제작진의 말대로 시청률을 위한 꼼수 방송이 아니라고 해도 정규방송 한 것을 두고 왜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요?


먼저 시청률을 한번 볼까요? '승승장구’는 동시간대 ‘강심장’과 시청률에서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비가 게스트로 출연할 때 ‘승승장구’는 12.2%의 시청률로 ‘강심장’(10.7%)을 누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난주는 ‘강심장’이 다시 우위를 점했지만 그 차이가 근소해(‘강심장’은 10.1%, ‘승승장구’는 8.4%) 시청률 싸움이 치열한 양상입니다. 화요일 밤 심야시간대는 ‘강심장’의 독주를 어느 프로도 막을 수 없다고 했는데, ‘승승장구’가 이제 독주를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 때 ‘승승장구’는 ‘강심장’에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청률이 무려 2~3배 격차가 났습니다.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를 앞세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는데, ‘승승장구’의 저력 때문인지 10% 초반대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강심장’과 ‘승승장구’는 시청률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며 초접전 상태가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승승장구’ 제작진 입장에서야 ‘강심장’을 한번 꺾어보려는 욕심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욕심 때문인가요? 그래서 시청자들은 경쟁프로 ‘강심장’은 결방을 한 마당에 ‘승승장구’는 정규방송을 한 것을 두고 시청률 때문이라고 오해를 하는 것입니다.


결방을 예고했다가 갑자기 정규방송을 한 것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합니다. 예능 프로 결방을 누가 결정하는지 몰라도 KBS의 기준은 참 애매모호합니다. 같은 토크쇼인 '미수다'가 결방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제작진은 ‘일부 언론 보도처럼 시청률에 연연한 편성이라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는데, 애초부터 정규방송을 결정하고 방송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방을 결정했다가 갑자기 정규방송을 했기 때문에 시청률 때문이라고 오해를 하는 것입니다.

천안함 침몰로 예능방송이 무조건 결방되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합니다. 노전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일주일 정도 예능프로가 결방됐는데, 한 달 동안 예능프로가 결방됐으니 예능프로 재개에 글쓴이 또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예능프로 결방은 애도를 위한 필요조건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애도기간 중이지만 웃고 싶어합니다. 무려 한 달 이상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지내다보니 나라 전체가 침체된 느낌입니다. 예능 프로를 방송한다고 해서 애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죽어간 장병들을 추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을 너무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천안호 침몰로 한 달 동안 알게 모르게 나라 전체가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예전처럼 예능프로도 마음껏 웃고 떠들고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가에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예능프로가 결방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이제 애도기간이 이틀 남았습니다. 이틀만 참으면 예능이 정상화됩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하필 국가애도기간에,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결방이 결정됐던 ‘승승장구’를 부랴부랴 정규방송을 했는데, 한편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시청률을 의식한 꼼수 방송이라는 의심 때문입니다. '승승장구' 제작진이 해명한 대로 꼼수방송이 아니라 해도 이미 배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상황이라 억울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승승장구'는 이래 저래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이죠. 지금은 천안호 침몰 장병 애도기간이기 때문에 방송을 해도 비난, 안해도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강심장'이 결방을 한 마당에 정규방송을 결정한 제작진의 판단을 뭐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영방송 KBS에서 애도기간 중에 예능프로를 방송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천안호 순직장병 49재때도 예능프로 결방을 주장할 지 모릅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너무 지나치면 모자란만 못합니다. 가까운 친지가 죽어도 일주일 지나면 슬픔을 접어두고 평상시 생활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한 달 이상 웃지도 말고 경건하게 지내라고 강요하는 듯 예능 프로를 결방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처사입니다. 한 달 동안 결방된 예능 프로 재개를 원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승승장구'가 정규방송을 한 것은 시청률을 위한 꼼수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소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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