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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우결’, 서현은 예능을 다큐로 찍고 있나?

by 피앙새 201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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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결’ 새 커플로 씨엔블루 리더 정용화와 소녀시대 막내 서현이 출연했습니다. 제작진은 첫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커플의 이름을 ‘용서커플’로 지어주었습니다. 이선호와 선우슬혜가 아직 커플 이름도 없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입니다. 그만큼 용서커플에 거는 제작진의 기대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첫 방송을 보면서 제작진의 기대와는 달리 솔직히 용서커플이 왜 ‘우결’에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용화와 서현은 ‘우결’을 통해 예능을 배우러 나온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가상 부부의 설레임과 알콩달콩한 신혼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설레임은커녕 손발이 제대로 오그라들었습니다. 특히 올해 스무살이 되는 서현은 예능감이 전혀 없는데, 제작진은 소녀시대 인기만 가지고 출연시키기만 하면 대박을 터트리릴 줄 알았나 봅니다. 말로는 서현이 출연하고 싶어서 했다고 하는데, 서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도대체 서현은 무슨 예능감으로 '우결'을 출연한다고 했나요?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반대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했습니다. 서현은 가수로서는 몰라도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무리로 보입니다. 시청자들은 서현이 가상 부부로 아내 역할을 하기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결’에 채널을 맞추는 건 아닐 것입니다. 첫 사랑도 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남자친구와 데이트 한 번 해보지 못한 서현을 가상부부로 출연시킨 ‘우결’ 제작진의 무지막지한 캐스팅에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이제 막 20살이 된 풋풋함, 4차원 소녀같은 엉뚱 매력을 아무리 좋게 봐준다해도 이 매력만 가지고 우결을 해나가기는 무리로 보입니다.


‘우결’의 포맷상 서현의 순수함과 풋풋함은 가상부부 포맷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능은 시청자들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거나 지루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어제 첫출연임을 배려해 용서커플은 무려 40분간 방송됐습니다. 첫 출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봐야 하는데, 시청자나 용서커플의 정용화, 서현 모두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만 보다가 시간 다 보냈습니다. 재미없는 용서커플이 40분간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인가가 많은 아담부부는 상대적으로 방송 시간이 적었고, 그나마 이선호-황우슬혜는 지난주에 뽀뽀까지 하며 열성을 보였지만 이번주는 통편집 당했습니다.

서현은 ‘우결’ 뿐만 아니라 아직 예능 프로에 나오기엔 때가 묻지 않았습니다. 어제 정용화가 서현을 정확히 봤습니다. 순수한 서현을 자기가 때를 묻히는 기분이라고! 그래요. 정용화는 연예인으로 산전수전을 조금은 겪어 봤는데, 아직 서현은 연예인이라기 보다 사춘기 소녀의 부끄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능은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 출연하면 백프로 망합니다. 예능은 자신을 내 던져가면서 망가지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서현은 정용화와의 첫 만남에서 며칠동안 고민하다 만든 질문 노트를 만들어왔는데 그 질문 내용이 예능이 아니라 교양 다큐 같았습니다.


서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능을 찍는 것이 아니라 교양 다큐 리포터 같았습니다. 한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첫 질문이 ‘책 읽는 것 좋아하세요?’ 였는데, 정용화는 ‘안 읽은지 꽤 됐는데... (너무 오래돼서) 언제부터 안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요’라고 하네요. 그리고 ‘책을 읽고는 싶은데, 읽으면 너무 졸려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정용화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여도 서현은 ‘책을 읽으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서 너무 좋아요’라고 꿋꿋이 교양 다큐를 찍었습니다. 정용화는 서현의 책 얘기에 마지 못해 어떤 책을 좋아하냐고 묻자, 서현은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다’면서 정용화를 어쩔 줄 모르게 했습니다. 여기서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은 예능을 찍고 싶은 정용화에게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미팅할 때 처음 만나면 신원조사(?)를 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신상명세를 꼬치 고치 따져 묻죠?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과 달리 처음 만나도 이런 신원조사를 하는 질문을 하면 촌놈이라고 하는데, 아이돌 스타부부의 아내로 나와서 좋아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거 자체가 참 재미 없습니다. 그나마 정용화는 30년 동안 쉬지 않고 음악활동을 한 본조비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서현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반기문 자서전을 읽고 실력과 인품을 지닌 분이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정용화는 ‘어디론가 숨고 싶은 로커’ 라는 자막이 나오더군요. 이런 자막을 띄울 정도면 제작진도 서현이 예능을 찍는 것이 아니라 다큐를 찍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첫사랑 할 때의 풋풋함을 느끼게 하려면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단편 드라마를 찍으면 됩니다. 서현은 소나기에 나오는 소녀역할을 하려고 '우결'에 출연한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와 버라이어티는 다릅니다. 서현이 '우결'에 출연한 이유를 '올해로 스무살이 되었기 때문에 결혼에 관해 생각해보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스무살 소녀의 결혼관으로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우결'에 출연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이돌 스타 남여 한쌍을 부부로 출연시켜 시청률만 생각하는 것은 '우결'에 독이 될 수 있고, 서현은 독사과가 될 수 있습니다.

서현의 다큐가 예능으로 변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 듯 합니다. ‘우결’ 시청자들은 서현이 예능의 ‘예’자부터 하나 하나 배워가는 것을 손발이 오글거리는 것을 참아가면서 봐야합니다. 서현은 소녀시대 맴버로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를 때의 청순한 이미지가 예능프로에 출연하면서 정용화 말대로 ‘때’를 묻혀야 하는데, 그 때 묻히기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현이 왜 ‘우결’에 출연했는지 첫 방송 가지고는 그 해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 해답을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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