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하면 떠오르는 것이 ‘신성’, ‘엄정’, ‘공정’ 등입니다. 그리고 러시아 문호 토스토에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도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런 신성한 법정이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좋지 않은 인식도 강하고, 일부 판사들의 도가 지나친 권위의식으로 오히려 법정의 권위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법정에서 판사들의 막말 등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시민들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한 것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판사들의 지나친 권위의식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예를 들면 39세 판사가 69세 노인에게 ‘버릇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사들의 막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지요.

이렇게 ‘법정’ 하면 아직도 근엄하고 일반인은 그 안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경직돼 있는 곳입니다. 물론 엄격하게 죄와 벌을 논하는 자리기 때문에 법정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하고, 신성해야 하지만 이런 권위와 신성함이 판사들이 일반인을 주늑들게 하는 요인이 돼왔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사법고시를 패스한 젊은 판사들을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권위주의적 잔재입니다. ‘영감님’이란 존칭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인데, 젊은 판사들에게 ‘영감님’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존경의 뜻도 있지만 그 이면에 대접받고 싶은 판사들의 심리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요?


이번주 <무한도전>에서 법정공방 ‘죄와 길’편을 방송했는데, 왜 ‘무도’ 맴버들이 신성한 법정으로 들어갔을까요? 숨소리 하나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신성한 법정에서 ‘무도’ 맴버들은 웃음폭탄을 터뜨렸습니다. 피고와 원고는 물론 변호사들이 심문을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근엄하게 무게를 잡고 피고와 원고의 죄질을 따져서 형량을 심사숙고 해야 할 판사가 ‘무도’ 맴버들의 돌발 발언과 엉뚱한 행동에 권위를 던져 버렸습니다. 법정은 엄숙하고 신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제작진이 무너뜨린 것입니다. 직접 김태호PD가 증인석에 나왔는데, 빵모자에 스포티한 옷을 입고 출두했습니다.

법정 상황은 ‘무도’ 맴버들이 지난해 8월 제주도로 MT를 갔을 때 길이 술에 취해 호텔에서 잠을 자다가 오즘을 쌌다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오줌을 싼 적이 없다’는 원고측 길과 ‘추락한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피고측 유재석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길의 제주도 '무단 방뇨사건'을 두고 제작진과 맴버들이 법정에 출두한 것입니다. 예능 프로가 신성한 법정에서 촬영을 했다는 사실도 이채로운데, 그 안에서 실제 판사와 변호사들이 무게를 잡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라 피고, 원고, 심문인들과 함께 재미있고 웃음이 넘치는 재판이 벌어진 겁니다.


방송에서 길을 오줌싸게라고 부른 것은 단지 웃기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아니다라는 피고측 유재석과 그의 변호사 노홍철과 정형돈, 이에 맞서 오줌싸게 별명 때문에 치킨CF가 취소돼고 이미지가 깎여서 여자친구(박정아)와 멀어질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는 피고측 길과 변호사 박명수, 정준하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진행됐습니다. 원고측과 피고측의 한치 양보없는 싸움이 진행됩니다.

이런 유사한 사건으로 법정에서 수없이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할 때 예능이기 이전에 리얼 재판 상황을 ‘무도’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 재판 과정에서 판사의 권위나 막말, 피고측의 인권 침해 상황이 없이 재미있는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피고측 최단비변호사가 원고 유재석을 “그럼 오줌싸게와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까?”라고 묻자, 유재석 왈, “제가 그중(오줌싸게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 말에 최변호사는 빵하고 터졌습니다. 웃음을 참지 못해 더 이상 심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재석의 웃음폭탄 한 방으로 신성한 법정은 어느새 예능 스튜디오가 돼버렸습니다. 법정에서 실제로 이렇게 재판이 진행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왜 ‘무도’는 법정에서 웃음폭탄을 터트린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성하게 죄와 벌을 논의하는 법정의 지나친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피고가 된 유재석이 원고측 변호사의 심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역시 국민MC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유재석처럼 피고인도 법정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100%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길의 제주도 무단 방뇨 에피를 가지고 법정공방 ‘죄와 길’을 만든 김태호PD의 번뜩이는 재치도 빛났지만 이 특집을 통해 신성한 법정의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개념 태호PD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요,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김제동과 이효리가 증인으로 나오던에, 피고측 길과 원고측 유재석간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재판 결과 길과 유재석 중 누가 승리할까요?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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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현철 2010.02.21 07:2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신성한 법정을 끌어들인 신선함이었던 같아요.

  2. ^^:; 무도.. 2010.02.21 09:3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김피디 머리 참 좋은듯.. 아니면 MBC PD 분들 모두 그러시던지요..
    명예훼손죄가.. PD수첩 광우병 공방과 같이 떠올리는건 저만 그런지요..
    형사상으론 무죄 이나.. 민사상으로 손배책임을 질수 있다..
    -0- 굳이 친절하게 안 알려주셔도 괜찮은데 말이죠..
    얼마전의 판사의 판결이 잘못된 건 하나 없는데.. 언론들이 이상하게 몰아가는데에
    살짜쿵.. 반기를 든것도 같네요^^

  3. 지금 보러갑니다^^~ 매 주 무도보는 재미로~살아가고있네요^^
    피앙새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4. 영감이란 단어가 나이많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인지... 다른뜻이 또 있는지
    사전에서 한번 찾아보셔야 할 듯...

    • bb 2010.02.21 11:52  수정/삭제 댓글주소

      영감이란 말이 지금은 나이 많은 노인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옛날, 그러니까 조선 시대에는 관리들에 대한 존칭이었죠. 관리의 품계에 따라 영감이니 뭐니 부르는 존칭이 따로 있었죠. 그 영향과 권위 의식이 지금도 판사나 검사를 '영감'이라 부르는 악습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5. 법정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듯 싶어요.
    아주 의미깊었던 무한 도전 법정편이었어요.
    휴일 잘 보내고 계시죠?

  6. 속지말자 2010.02.21 13:2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여기 출연한 최단비 변호사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이다
    전형적인 예능프로 통한 얼굴 알리기 수순이다
    겉모습에 속지 맙시다

    아마도 거의 또 정계진출(한나라당)의 수순이 아닐지 의심이 팍 갑니다

    • kreuz 2010.02.22 14:32  수정/삭제 댓글주소

      두 변호사가 다 민변 아닌 대한변협 출신 변호사더군요. 개그나 하고 있으라는 소리 아닐까요? 진정한 변호사의 자리는 민변에게, 대변은 화장실로.... ^^;;

  7. 아무리 웃기더라도

    최변호사 실력이 별로 없는것같이 보였음...

    포인트를 자꾸 놓침

  8. 최변호사 심문때,,웃겨서라기보다는,,
    유재석의 언변에 당황해서 눌린거죠.
    웃음보가 터진게 아니라 당황을 웃음으로 무마하려는것처럼 보인건 저 뿐인가요?

    그때 박명수가 오렌지원피스 언급 안했으면,
    그 상황,,참으로 황당하고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최변호사는 박명수에게 감사해야할듯,,

    잘나간다는 변호사가 일개 개그맨에게도 입담에서 밀려서야,,,
    누가 저 여자를 믿고 사건을 일임할까 한심해뵈던데,,,-_-;;;;

    • 맞아요 2010.02.21 17:46  수정/삭제 댓글주소

      웃음보가 터졌다기보다 자기 말문이 막히니까 웃음으로 무마한 거였어요. 변호사가 그렇게 웃음이 많아서야... 변호사의 자질이 없어보였음.

  9. 역시 꿈보다 해몽이네요

  10. 정말 김태호 pd의 상상력은
    ㅋㅋㅋ
    MBC만이 할 수 있는 프로죠.

  11. ㅋㅋ 정말 무한도전 센스 기가 막히죠.
    이런 주제를 잡다니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새로운 한주도 즐겁게 시작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