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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은둔 최민수가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유

by 피앙새 200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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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가이 최민수가 돌아왔습니다. 2부작 연말 특집극 <아버지의 집>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공백기 동안 그의 연기는 완숙미와 중후함이 풍겨 나올 정도로 연기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습니다. 그는 극중 강만호역으로 28세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루르며 애틋한 부정(父情)을 가슴으로 연기했습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싶어 하던 팬들에게 최민수는 마치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하는 듯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뿜어내는 듯한 최민수의 연기 포스를 보니 그가 이제야 다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어제 방송된 2부작 <아버지의 집>은 부자 3대를 중심으로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작품으로 스턴트맨으로 살아가는 최민수가 자식에 대한 끊임없는 희생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스턴트맨으로 영화를 촬영하다가 미국에서 잠시 귀국 중이던 피아니스트 이현재(문정희)를 만나 하루 밤 사랑으로 낳은 아들 강재일(김수현)을 두고 죽을 때까지 애끓는 부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식을 버린 여자에 대한 애증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장애까지 얻었지만 아들 앞에서는 죽을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강만호는 최민수를 위한 캐릭터였습니다. 극중 강만호의 기구한 인생을 처절하게 연기했습니다. 20대의 자유분방함,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반항끼를 보이던 30대, 인생의 고비때 아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지 못한 40대,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돌려놓고 싶은 인생이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린 50대와 60대의 연기를 원숙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최민수 하면 가장 먼저 뭐가 생각나시나요? 귀가시계라고 불리던 <모래시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사형을 당하기 전에 ‘나 떨고 있니?’라는 대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최민수는 고현정과 함께 당대 최고 드라마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최고의 배우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4월 최민수는 느닷없이70대 노인 폭행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배우 최민수, 노인 폭행하고 차에 매달 채 운전"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된 그의 노인 폭행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졸지에 최민수는 ‘패륜아’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당시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최민수는 사건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흉기, 도주, 폭행 사실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여러분이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요." 그런데 그가 결백을 주장한 대로 길고 긴 법정 공방 끝에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최민수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갑자기 세상이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을 두고 경기도 인근 산골로 들어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올해 2월 <MBC스폐셜>에서 그가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등진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수많은 소문과 기사 뒤에 감취진 모순을 밝히고 싶었다."고 말하며, 그는 사람들에게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억울하게 ‘패륜아’라는 낙인이 찍힌데 대한 억울함 때문에 스스로 은둔의 시간을 가지며 세상 사람들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던 것입니다. ”내 인생을 담보로 아니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그의 은둔생활은 결백을 주장할 때 믿어주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침묵시위였습니다.


1년여 간의 은둔생활을 끝내고 하산 후 그는 3월에 미국 헐리우드에서 <서펜트 라이징> 영화 촬영후 2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뭘까요? 그가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입니다. 최민수는 그가 세상으로부터 ‘패륜아’로 낙인찍혀 어렵게 은둔생활을 할 때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며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었던 아내 강주은과 두 아들을 위해 돌아온 것입니다. 그의 출연을 두고 SBS측과 최민수측 간에 ‘출연한다’, ‘결정된 바 없다’ 등 엇갈린 보도 내용이 나올 때 최민수는 드라마 복귀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내 강주은이 최민수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복귀작이 부정을 그린 가족드라마가 됐습니다. 최민수가 <아버지의 집>을 통해 보여준 연기는 가족에 대한 가슴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최민수의 복귀작 <아버지의 집>을 보니 가족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민수가 연기한 극중 강만호는 아들을 위해 일생을 희생하다가 죽었습니다. 강만호의 인생은 IMF때 보여준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시절 가족들을 위해 힘들게 당신의 자리를 지켜온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하루 밤 풋사랑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강만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가시고기의 사랑 그 이상이었습니다. 세상에 부모, 자식이라는 말보다 더 아픈 말이 또 있을까요? 그 질기고도 아픈 아들과 자식간의 사랑을 최민수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연기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은둔생활을 끝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난 뒤 가족을 위해 가슴에서 우러난 연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최민수의 연기를 빛나게 해준 백일섭, 박원숙, 김수현, 문정희 등의 열연도 돋보였습니다.

터프가이 최민수는 이제 중후한 연기자로 변신해 우리 앞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의 연기에서 인생의 모든 희노애락이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지난 2년간 그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은둔생활을 끝낸 후에도 방송 복귀를 꺼려할 정도로 그는 아직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지 모릅니다. 언론에 의해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는 영화촬영을 위해 헐리우드로 갈 때도 극비리에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제 그에게 ‘패륜아’ 굴레를 씌웠던 언론은 그가 받은 피해만큼 그를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가 더 멋진 작품으로 안방극장에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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