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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풀빵엄마’, 다시 봐도 눈물 나는 이야기

by 피앙새 200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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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맞아 지난 5월에 <MBC 휴먼다큐-사랑> ‘풀빵엄마’가 방송됐습니다. 그 주인공 최정미(38세)씨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방송 2달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제 ‘풀빵엄마’ 최정미씨의 사연이 2009년 가장 슬픈 이야기로 재방송되었습니다. 방송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했는데, 다시 봐도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슬픈 사연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최정미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 최은서(8), 최홍현(6)을 남겨둔 채 아픔이 없는 하늘로 떠났습니다.


선천적인 소아마비로 그녀의 불행은 일찍부터 시작됐습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 살아도 최정미씨는 늘 밝고 즐겁게 살았습니다. 남들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어 결혼을 약속하고 한 남자와 5년 동안 동거를 했습니다. 그러나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살던 그 남자는 아이들을 남겨둔 채 그녀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졸지에 싱글맘이 돼버린 최정미씨는 그때부터 아빠 역할까지 해가며 두 아이들의 그늘이 돼주며 살았습니다. 남들만큼 풍족하진 않아도 풀빵장사를 하며 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아니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었습니다.


“살아야만 해요, 난 엄마니까...”

그러나 하늘은 최정미씨의 소박한 바람도 외면했습니다. 2007년 7월, 소화불량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위암 2기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최정미씨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남겨질 아이들을 생각하며 며칠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4개월 뒤 암은 난소는 물론 임파선과 복막까지 전이돼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남겨질 두 아이들을 생각해서 최정미씨는 어떡하든 살아남으려 애를 썼습니다.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위암은 점점 악화돼 가고 있었습니다.

2차 항암치료를 열심히 한 후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주치의에게 위암환자들의 평균 수명을 물었습니다. 주치의는 1년 반에서 2년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균이 2년... 최정미씨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위암 2기 판정 후 살려고 항암치료의 고통도 견뎌왔건만 이제 그녀의 생명은 끝을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에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최정미씨는 홀로 펑펑 울었습니다. 항암치료로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가운데서도 최정미씨는 한겨울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풀빵장사를 했습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 바로 풀빵장사기 때문입니다.


큰 딸 은서는 나이답지 않게 빨리 철이 들었습니다. 엄마를 대신해 동생 홍현을 건사해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습니다. 엄마 곁에서 어리광을 부려야할 나이인데 다른 아이들과 달리 삶의 무게를 너무 빨리 지고 살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파 누워있으면 설거지도 하면서 늘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파서 월요일이면 24시간 돌봐주는 유치원에서 지냈습니다.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잘 때 은서는 아픈 엄마를 위해 매일 기도를 한다고 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내가 엄마한테 잘해준 거 있으면 좋겠는데, 근데 잘 해주는 게 없어요, 엄마한테....하느님한테 기도하면 나을 수 있을까, 애들 잘 때, 매일 기도해요”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일곱 살짜리 은서의 말입니다. 은서와 홍현이는 금요일에만 엄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은서는 남동생을 챙겨주며 유치원 생활을 잘해주었습니다. 은서가 올 2월에 유치원을 졸업하고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엄마와 함께 살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은서와 홍현이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두고 홀연히 떠나다...”


은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약속대로 홍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위암이 악화돼 더 이상 풀빵장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에게 풀빵장사를 넘겨주고 최정미씨는 엄마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옷을 손빨래 해주며 엄마의 자리를 지켜주는 그 평범한 시간들이 너무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고자 했지만 하늘은 무심했습니다. 지난 여름, 최정미씨는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던 두 아이를 남겨둔 채 홀연히 떠났습니다.

올해 설날에 최정미씨는 아이들에게 설날 음식으로 떡국을 끓여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엄마가 아파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정미씨는 아이들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그녀는 기뻤을 것입니다. 그녀가 살아 있을 때 빨리 아이들이 자라주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떡국을 먹던 큰 딸 은서가 떡국을 숟가락으로 떠 엄마 입으로 넣어주자, 최정미씨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눈물에 은서와 홍현이도 떡국을 먹다가 그만 엉엉 울었습니다. 기쁘게 맞이한 설날 아침, 눈물의 떡국이 됐습니다. 최정미씨는 아이들에게 떡국을 만들어주며, “내년에도 맛있는 떡국을 만들어줄게”하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만 아이들 곁을 떠났습니다. 최정미씨가 설날에 눈물을 쏟은 것은 아마도 다가올 자신의 운명, 즉 내년 설날에 떡국을 끓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최정미씨 장례식 날 은서와 홍현이는 엄마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는 너무 어렸습니다.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서 두 남매는 천진난만한 모습이었습니다. 최정미씨가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고사리같은 손으로 처음으로 이별을 고하는 술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화장을 위해 불화로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때서야 엄마가 영영 떠나는 것을 알고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모습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입니다.


“아이들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이러고 쭉 살면 안돼나요?” 욕심도 없는 소박한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최정미씨는 지난 5월 방송때 수많은 시청자들의 성원과 격려를 받았지만 그만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어제 재방송에서 남겨진 두 아이들이 어디서 자라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엄마가 죽은 후 그 아이들이 받았을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 슬픔의 무게를 지고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그리고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하느님이란 존재하는 걸까요? 왜 하느님은 최정미씨같은 사람을 그렇게 빨리 데려갔나요? 참 바보같은 생각을 합니다. 남겨진 최은서, 최홍현 두 아이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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