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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에 TV 사극 <태종 이방원>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저도 역사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에 의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됐는데요, 개국에 기여한 사람을 공신(功臣)이라고 하죠. 공신은 말 그대로 국가나 왕실을 위해 공(功)을 세운 신하를 말합니다.
공신에게는 왕이 사패지 등 많은 것을 하사하는데요, 그중 초상화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공신 초상화라고 들어보셨나요? 왕이 충성스러운 신하에게만 내려 주었던 선물이었습니다. 왕에게 받은 초상화니 얼마나 영광스럽겠어요? 그래서 대대로 명망있는 집안의 가보로 전해져 내려오는 게 많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 성남시에 분당중앙공원이 있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공원 한가운데 묘가 많습니다. 그것도 세 군데나 있습니다. 한산 이씨 묘입니다. 신도시 개발 당시 경기도 기념물(제116호)로 지정돼 중앙공원 내 편입됐습니다. 묘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목은 이색의 4대손 이장윤이 사망하자, 토정비결 저자 이지함(이장윤 손자)이 영장산 자락에 이장윤 묘를 쓰면서 한산 이씨 묘역이 조성됐다고 하네요.
분당중앙공원 일대는 목은 이색(李穡)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사패지입니다. 이색은 많이 들어본 인물이죠?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죠. 옛날에는 공신에게 토지와 노비 등 경제적인 포상이 내려졌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조선 시대에는 공신을 최고로 대우해주었습니다. 이색 문중의 땅이 분당 신도시에 편입됐지만, 묘는 이장할 수 없어 그대로 남겨둔 것입니다.
조선 시대 공신에게 땅과 노비만 주었을까요? 공신은 왕에게 교서(敎書: 왕이 내린 문서), 녹권(錄券: 공신의 훈공을 새긴 패) 등 공신임을 증명하는 명예로운 하사품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게 초상화입니다. 지금이야 사진으로 공신 얼굴을 남길 수 있는데요, 옛날에는 카메라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도화서(圖畵署, 조선 시대 그림을 그리는 일을 담당하는 관청)에서 초상화를 그려 공신에게 주었습니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御眞) 외에도 공(功)을 세운 신하인 공신(功臣)의 모습도 초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공신 초상화는 왕명에 의해 당대 최고의 화원이 제작했습니다. 조선 팔도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화원이 그렸으니 얼마나 잘 그렸겠어요? 가문에서 공신 초상화를 받으면 이건 물질적인 가치를 떠나 대대손손 전해지는 명예로 여겨졌습니다. 받고 싶다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공신 초상화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전국에 흩어진 공신들의 영정각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한음 이덕형 선생 묘 및 신도비를 보러 갔다가 쌍송재에서 이덕형 선생 초상화를 봤습니다. 이덕형은 오성과 한음에서 나왔던 인물이죠. 오성은 이항복, 한음은 이덕형입니다. 오성과 한음은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이덕형(1561~1613)은 조선 중기 문신인데요, 최고 벼슬인 영의정(지금의 국무총리)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별시 문과에 급제했다고 하니 요즘으로 말하면 천재가 아닐까 싶네요. 이덕형 초상화는 공신 초상화로 왕이 하사한 것입니다. 공신초상화는 2본 중 1본은 공신에게 하사했고, 가문에서 보관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다니면서 보면 너무 힘들겠죠? 한 곳에 모아진 곳이 없을까요?
어진(임금 초상화)과 함께 화재 피해를 입은 조선 후기 관료들의 초상화 33점도 도록에 함께 수록하였습니다. 비록 손상되기는 했지만, 궁중 회화의 수준 높은 화격(畵格)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입니다. 어진은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공신 초상화 두 점만 소개하려 합니다.
엄숙(嚴璹,1716~1786년) 초상화입니다. 영조와 정조 시대에 활동한 문관으로 1753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1757년 정시 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관직에 진출하였습니다. 형조참판, 대사간, 대사헌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상단에 적혀있는 관직 '판서(判書)'는 엄숙이 실제로 역임했던 자리가 아닙니다. 그가 지낸 최고위직 대사헌은 종2품의 관직이며 정2품에 해당하는 판서와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흑단령(黑團領, 관리들이 입던 검은색의 관복)을 입은 관리 이성윤 초상화(보물 제1490호)입니다. 초상화 속 인물인 이성윤(1570-1620년)은 조선 중기의 무신입니다. 광해군 5년(1613년)에 공신으로 책록되면서 하사받은 초상화입니다. 일부 초상화는 얼굴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탄화의 정도가 심해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화려한 채색과 더불어 금과 은으로 장식된 점은 조선 왕실 문화의 격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신 초상화는 조선 개국 이후 18세기 중반까지 총 28차례의 공신 책록이 이루어질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제작된 대표적인 공신 하사품 중 하나였습니다. 조선 시대는 왕과 나라를 위해 충성한 공신을 위해 땅과 노비뿐만 아니라 왕이 초상화를 직접 하사했던 거죠. 한국전쟁 등으로 남아있는 초상화들이 불타는 등 많이 훼손됐지만요, 당시 충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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