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뼈아픈 실패, 세 번의 실패는 절대 없다는 각오에 IOC위원들이 감동했나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됐습니다. 강원도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요? 먼저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유치위원 모두에게 수고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니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김연아의 PT모습이 생중계되더군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빙판위 요정 모습만 보다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온 연아를 보니 옷차림에서 벌써 결연함이 느껴졌습니다.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와 시종일관 미소를 띈 얼굴로 자신있게 발표를 했는데요, 그 모습을 보니 '아, 이제 평창이 만세를 부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PT를 마치고 자정을 넘긴 시각, 생방송으로 자크 로케 IOC위원장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발표할 때 정말 기뻤습니다. 평창이 결정된 것도 기뻤지만 김연아 선수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최도시 발표 후 대통령과 이건희삼성회장 등 유치위원 모두 만세를 부르고 부둥켜 안으며 감격해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연아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잠깐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눈물은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시상식에서 흘리던 눈물보다 더 값지고 대견한 눈물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떨리고 부담됐을까요? 속으론 울고 싶어도 참고 있다가 평창이 확정된 후 왈칵 눈물이 쏟아진 겁니다. 연아의 눈물이야말로 평창의 기적을 만든 눈물이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연아는 개최가 확정된 후 TV에서 '피겨 경기에 나갔을 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 안돼도 좋고, 되면 좋고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달랐다. 내가 실수하면 큰 일 나는 상황이었다. 부담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와 눈물에 가슴이 짜안했습니다. 이보다 더 감동적인 눈물이 또 있을까요?


막상 평창이 결정되고 나니 우리나라에 김연아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통령과 기업회장, 유치위원 그리고 국민 모두가 유치 결정에 노력했지만, 김연아가 이번 더반의 기적을 이끈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연아는 유치위 홍보대사로 임명돼 1분 1초를 쪼개쓰며 평창 유치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아마 올림픽에 출전할 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하는 동안 평창은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김연아가 홍보대사로 나오자 강력한 경쟁도시였던 독일은 허를 찔렸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 예상대로 연아는 압도적인 표로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평창이 확정되기 전에는 방송에서 95명의 IOC위원 중 과반수를 넘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는데, 무려 63표로 1차 투표에서 끝냈습니다. 뮌헨은 25표, 안시는 7표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뮌핸과 안시를 합친 득표수보다 31표가 많으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런 말 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PT에서 보인 김연아의 미친 존재감이 우리에게 표를 준 63명의 IOC위원들을 감동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개최지 결정을 몇 일 앞두고 ISU회장이자 이탈리아 IOC위원인 오타비오가 드러내놓고 김연아팬임을 자처하는 등 일부 IOC위원들이 김연아에 대해 호감을 보여왔습니다. 아프리카 IOC위원들은 우리 유치팀에 김연아선수를 꼭 데리고 와 달라는 부탁을 해왔고, 로이 위원장이 김연아와 인사할 때 보니까 두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는 걸 봤습니다. 이게 바로 김연아 파워입니다. 어제 생중계 방송을 보니까 개최지가 확정된 후 IOC 위원들이 연아와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연아가 그만큼 평창의 기적, 아니 더반의 기적을 이끈 주역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5월, 김연아는 13개월의 공백을 깨고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르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프리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오마 주 투 코리아'의 아리랑 선율은 자신을 응원해 준 국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그리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최선을 다한 자신과 국민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시상식에서 흘리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녀는 곧 바로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 한 달간 김연아가 평창을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은 말로 다 못하지요.


독일의 전설적 피겨선수 비트처럼 은퇴한 선수도 아니고 세계선수권을 마치자 마자 평창의 꿈을 위해 바로 달려가 최선을 다해준 김연아선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이번 유치기간 중에 가는 곳마다 수십명의 세계적 언론을 몰고 다니며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은 김연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해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작 우리나라는 그녀가 피겨 꿈을 이루는데 딱히 도움을 준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녀는 피겨 불모지에서 눈물과 열정으로 피겨퀸이 되었고, 그 영예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아낌없이 다 바쳤습니다. 평창이 개최도시로 확정된 후 외신들은 김연아가 1등 공신이라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때는 성화 점등을 우리 연아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생각만해도 기쁘지 않나요? 김연아와 동시대에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오늘 새벽까지 잠 못이루며 아주 행복했습니다.


Posted by 피앙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