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년차 가수 양희은. 이제 '원로' 소리를 들을 만큼 관록이 묻어나는 가수죠. 어제 뉴스를 보니 양희은이 '나가수'에 출연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 뉴스를 보고 양희은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좋다기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서더군요. 현재 양희은의 '나가수' 출연은 확정된 건 아닙니다. 제작진이 양희은 출연에 대해 대중들의 간보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양희은이 '나가수'에 출연하는 걸 반대합니다. 양희은의 나이가 올해로 58세(1952년생)인데요, 낼 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죠. '나가수' 출연으로 인기는 얻을지 몰라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겁니다. '나가수'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재미있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2주에 한 번 경연을 해야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목청을 쓰고, 때로는 오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나가수' 출연은 양희은에겐 양날의 검인 지 모릅니다.

양희은은 '나가수'에서 이소라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가수라고 봐요. 차분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주는게 비슷해요. 이소라는 평론가들과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보컬이라고 칭찬을 받았지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나가수'에 맞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희은도 '나가수'에 맞는 스타일로 노래를 하지 않는다면 탈락할 수도 있어요. 물론 선후배가 가수가 한 무대에서 경쟁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양희은의 무게감에 후배가수들은 물론 시청자들 또한 무대를 편히 즐기기는 어렵지 않나 싶네요. 조금만 실수해도 양희은을 모르는 젊은 악플러의 먹잇감이 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가수' 기획 취지는 실력은 있는데 매장되기 아까운 가수들을 방송에 끌어내는 것입니다. 김연우, 장혜진, 조관우, 김범수 등이 이런 취지에 딱 맞는 가수였는데, 옥주현이 나오고부터 취지가 조금씩 빛이 바랜 느낌입니다. 양희은은 실력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숨어있던 가수는 아닙니다. 40~50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만한 가수는 없다고 봐요. 이미 대중들로부터 가창력은 물론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입니다. 이런 가수를 굳이 '나가수' 순위 싸움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거에요.


MBC라디오 '여성시대' DJ를 하고 있는 양희은의 노래를 TV에서 가끔 보는데, '열린 음악회' 등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면 가슴이 울렁 댈 만큼 감동을 주는 가수입니다. 청아하고 맑은 음색은 사람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성량만 높여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고 좋은 가수가 아닙니다. 양희은은 성대가수가 아니고, 한 편의 시를 낭독해주는 듯이 노래를 하는 가수죠. 팬 입장에선 양희은 노래를 평가한다는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물론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하는 그 자체가 좋다며 쿨하게 나올 수 있지만 막상 순위가 발표될 때면 누구나 떨리기 마련입니다. 만약 경쟁에서 지더라도 아름다운 퇴장을 한다면 오히려 대중들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도 있겠지요. 이미 김건모나 정엽, 김연우를 통해 학습효과를 경험했잖아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삐딱하게 보는 네티즌들이 양희은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에요. 지금까지 양희은은 안티가 별로 없었는데, 40년 가수인생이 '나가수' 출연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건 정말 한 순간입니다.

양희은이 전격적으로 나온다면 '양희은도 나왔는데, 나도 한 번 나가볼까' 하면서 전설이라 불릴만한 가수들이 잇따라 출연하게 되는 불씨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선 '나가수' 최종 라인업으로 양희은을 비롯해 조용필, 송창식, 장사익, 이선희 등 기라성같은 레전드 가수가 패러디로 등장했는데요, 정말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중 양희은 혼자 출연해서 이미지만 망가뜨린다면 오히려 양희은급 가수들의 출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요. 임재범이 '1등이나 꼴찌나 의미없다'고 했지만, 그는 인기가 좋아서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거에요. 장혜진, 조관우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도 탈락 공포증때문에 녹화장에 오는걸 부담스러워 할 정도라는데, 이는 그만큼 순위에 신경을 쓴다는 거지요.


청중평가단에 의해 탈락 여부가 결정되는데요, 양희은은 조용하게 부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가수들처럼 파격적인 퍼모먼스를 하고 성량을 높이면 되는데, 이런 모습은 양희은 스타일이 아니에요. 또 막상 이렇게 하면 7080세대의 실망이 클 겁니다. 양희은이 '나가수'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가도 한편으로 망설인 게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판단해서 '나가수'보다는 '열린음악회' 등 음악프로에 나오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현재 '나가수'는 초심(초기의 취지)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나왔던 가수들도 이제 슬슬 지쳐가고 있습니다. 윤도현은 엇그제 '이제 더 이상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 농담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또한 김범수도 이젠 더 이상 '나가수'에 미련이 없다고 자주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나가수'가 공연도, 경연도 아닌 이상한 짬뽕 예능이 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보면 '나가수'가 이제 끝물같이 보이는데 괜히 양희은이 나와서 논란의 끝판왕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차라리 가끔 '열린 음악회'에 나와 '한계령'같은 노래를 편안하게 부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Posted by 피앙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