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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비, 민망한 ‘강심장’ 타이틀

by 피앙새 201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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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토크쇼 ‘강심장’은 토크 배틀 형식입니다. 게스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토크를 한 사람에게 ‘강심장’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강심장’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포맷이 있습니다. 매주 마지막 토크주자로 나온 게스트는 눈물을 쏟으며 감동적인 고백을 해서 ‘강심장’ 타이틀을 거머쥐곤 했습니다. 이른바 ‘강심장’이 웃음과 재미, 게다가 감동까지 있는 토크쇼라고 자랑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어제 ‘강심장’은 지난주에 이어 초특급 게스트들이 출연했습니다. 비, 이태곤, 정찬우, 정가은, 김희철, 이채영,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티아라(효민, 지연), 박기웅, 애프터스쿨 가희, 나나, 황현희, 엠블랙 지오 등입니다. 이중 어제 토크 배틀에 나선 사람은 지연, 이태곤, 비, 김희철, 지오 등 다섯명뿐입니다. 다섯 명이 벌인 토크배틀(다른 출연자도 했는데 편집당했는지 모르지만)에서 비가 제 18대 ‘강심장’이 됐습니다. 비가 토크 배틀에서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웃음과 재미, 감동을 주었나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역시 메인 게스트는 비였습니다. 비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이번주는 박기웅은 한번도 얼굴이 비추지 않았습니다. 이승기는 비에 관한 맞춤형 ‘허당개그’까지 선보이며 메인 게스트 비의 비위(?)를 맞췄습니다. 비도 21명의 출연자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강호동은 비에게 월드스타 칭호를 깎듯하게 붙여주며 비를 다른 게스트에 비해 특별 우대했습니다. 어제 비는 ‘미국, 배우, 상?’이란 말 풍선을 띄웠는데, 이는 헐리우드 진출을 둘러싼 비화입니다. 즉 비가 ‘헐리우드 진출을 후회했다’는 주제로 죽음의 다이어트 고통 등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이는 영화 ‘니자 어쌔신’에 관한 것으로 그동안 ‘MBC 스페셜’ 등 다른 방송에서 여러차례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강심장’의 포맷이 뭡니까? 심장을 강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토크쇼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미 다른 방송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재탕한 비는 ‘강심장’ 타이틀을 차지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에 반해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그동안 탈퇴설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눈물로 고백했습니다.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은 김희철이 ‘슈퍼주니어 탈퇴를 결심했었다’는 진솔한 고백에 그만 울음을 참지 못하고 녹화도중 스튜디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천방지축 김희철이 처음으로 진지한 얘기를 쏟아내며 눈물까지 보일 때 이번주 ‘강심장’은 다른 때처럼 김희철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희철과 비의 대결에서 김희철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미 나왔던 얘기를 재탕한 비가 감동 고백을 한 김희철을 누른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토크대결자로 앰블랙 지오가 지명됐습니다. 사제지간의 대결로 스승을 능가한 앰블랙의 강력한 토크가 있나보다 하고 기대를 하고 봤는데, 앰블랙의 ‘비 기억속의 지우개’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의 제자가 어떻게 스승을 능가하고 이기겠습니까?

비는 어렵게 섭외한 스타라 그런지 대우부터 달랐습니다. 물론 비가 메인 게스트인 것은 인정하지만 비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게스트들은 방청객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최강의 게스트 21명을 초대해 심장이 흔들릴 정도의 토크 배틀을 한다고 해놓고 결국 비 특집 토크쇼가 되고 말았습니다. 비에게 ‘강심장’ 타이틀을 주기 위해 제작진은 물론 강호동, 이승기까지 비의 홍보대사를 자처했습니다.


티아라 은정이 이승호와 첫 키스를 한 고백도 강했고, 이태곤이 드라마 ‘하늘이시여’를 찍기전에 낚시로 시청률을 점쳤다는 얘기도 빵 터지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비의 진부한 헐리우드 얘기에 비해 모두 신선하고 재미있는 토크였습니다. ‘강심장’ 선정은 방청객 투표로 결정된다는데, 어제 방청객 중에는 특별히 비팬들이 많았나 봅니다. 무분별하고 광적인 이런 성원과 사랑은 비에게 안티를 불러 모을 뿐입니다. 아무리 명예만 있는 ‘강심장’ 타이틀이라도 그 시상은 공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강심장’은 예전 서세원의 ‘토크박스’를 응용한 토크배틀 쇼입니다.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하고 눈물나게 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를 한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웃기지 못하면 편집당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식상한 헐리우드 비화로 비(정지훈)보다 더 웃기고 감동을 주었던 사람을 제치고 ‘강심장’ 타이틀을 차지한 비는 민망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비록 ‘강심장’이 상징적으로 주는 상이라고 할지라도 그 상을 주는 방법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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