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화 하면 우리 가요계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6살 때인 1961년 ‘효녀 심청 되오리다’로 독집 앨범을 내 기네스북에 오른 천재 가수인데, 그녀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만 해도 무려 2,500곡이 넘습니다. 하춘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남녀노소 누구나 불렀던 ‘잘했군 잘했어’입니다. 앙중맞게 부른 이노래는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있는 불후의 명곡입니다.

지난주 ‘강심장’이 황정음 특집이었다면 이번주는 하춘화를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주 ‘강심장’에 하춘화가 ‘싱글벙글쇼’ DJ 김혜영과 함께 출연했을 때 ‘많은 게스트 중 한 사람으로 묻히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춘화의 범상치 않은 예능끼가 발산되자, 강호동은 틈만 나면 하춘화에게 무릎을 꿇고 뭔가 보여 달라고 했고, 그녀는 한 치의 꺼리킴도 없이 강호동이 요구하는 대로 빵 터지는 웃음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황정음, 유인나, 이광수 등 ‘지붕킥’ 게스트를 물리치고 당당히 17대 강심장이 됐습니다. 연로 가수라고 해서 준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강심장’에 뽑힐 만한 발군의 예능감을 보여주었습니다. 2주간에 걸쳐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은 물론 고 이주일씨와의 가슴 뭉클한 비화도 털어놨습니다. 그야말로 웃음과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어제 '강심장'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춘화의 나이가 올해 56세입니다. 가수로서는 ‘가요무대’나 출연할 나이입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하춘화를 잘 모릅니다. 7080세대들은 하춘화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가수였습니다. 원로가수 소리를 듣는 그녀는 마음은 아직 20대였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하춘화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하춘화란 이름을 젊은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성대모사를 한 김영철의 공이 큽니다. ‘사랑이 야속하드라~’라는 익살스런 표정은 김영철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하춘화가 김영철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아니면 반대로 김영철이 하춘화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심장’에 출연한 하춘화는 20명이 넘는 게스트 중 나이가 가장 많고, 가요계 대원로기 때문에 얌전히 앉아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빚나갔습니다. 일명 ‘줌마댄스’를 추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갖고 있던 그녀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20대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트로트가수로 그 끼를 어떻게 숨겨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황정음의 토끼애교를 그대로 따라하며 범상치 않은 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춘화의 ‘줌마댄스’를 보고 게스트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만큼 예능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춘화는 웃음뿐만 아니라 코미디 황제라고 불렸던 고 이주일씨와의 가슴 아픈 사연도 공개했습니다. 이 얘기가 그녀의 50년 가수 인생에 가장 잊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합니다. 하춘화는 고 이주일과 무려 8천회의 공연을 함께 했습니다. 당시 이주일은 무명 코미디어언이었습니다. 10년간 같이 공연했는데, 1년에 180일 공연을 함께 했으니 어쩌면 가족보다 더 소중한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977년 이리역(지금의 익산) 대형 열차 폭발사고 때 하춘화와 이주일은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폭발순간은 이리시 전체가 정전이 되는 등 암흑이 돼버렸습니다. 전쟁이 난 줄 알았을 정도로 참혹하게 부서진 극장 안에서 하춘화와 이주일은 부상을 입고 생사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암흑속이라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주일은 벽돌로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춘화를 먼저 구해냈던 것입니다. 삶과 죽음을 오간 그 순간에 머리에 큰 중상을 입었어도 하춘화를 부축해 업고 나온 이주일은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며 코미디언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하춘화 인생에 이주일은 생명의 은인이 된 셈입니다.


그 후 이주일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코미디 황제로 명성과 인기를 한 몸에 얻게 됐습니다. 인기가 높아 질 수록 하춘화와 이주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오해까지 생겨 10년간 두 사람은 연락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주일이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문명을 갔는데, 그 이후 이주일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공연히 오해했던 것을 후회한다면서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에 가장 큰 재산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50년 가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인연이었던 고 이주일은 하늘에 있지만, 생사를 초월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을 겁니다.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만 부르던 그녀가 ‘강심장’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않던 끼를 마음껏 발산했습니다. 그녀의 예능감을 보니 지금까지 그 끼를 어떻게 주체하고 숨겨왔나 할 할 정도입니다. ‘강심장’ 제작진이 하춘화에게 ‘예능 여제’란 말을 붙여줬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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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이들어도 정말..아름다우신것같아요^^..

  2. 하춘화씨 사진 만으로 보면 하나도 늙지 않은 것 같네요.
    저 예전에 하춘화 디너쇼에도 간적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시고, 무대 매너도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3. 멋진 글 잘보고갑니다.
    상큼한 하루되세요~

  4. 뭐랄까 감각면에 있어서는 정말 젊으신것 같아요. 56세, 데뷔50주년을 맞이하는데도 어린 아이돌과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젊은 감각을 유지하시는듯..

  5. 역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뭔가 다른 점이 있더군요. 반세기를 무대위에서 산 분이니 마치 예능이 본능인 것처럼 보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