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를 '예능신', '예능대부'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우리 예능사에 큰 획을 그었고, 그의 예능감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경규 하면 생각나는 것이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입니다. 90년대 쌀집 아저씨 김영희PD와 손을 잡고 '일밤'을 당대 최고의 예능 프로로 만든 것이 바로 이경규입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유재석, 강호동에게 밀리는가 싶더니 친정같은 MBC에서 퇴출(?) 되며 사람들은 그를 한물 간 예능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경규, 즉 예능의 노병은 죽지 않고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지난주 '남자의 자격'은 방송 1주년을 맞아 이경규 '몰래카메라'를 특집으로 방송했습니다. '남격'에서 이경규 '몰카'를 한 것은 20년 예능 숙원 사업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남격'을 시청률 20%대 인기 프로로 만든 이경규의 공로에 감사하는 뜻으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몰카' 방송을 기획한 것입니다. 눈치 100단 이경규가 '몰카'를 몰랐느냐, 알고도 속았느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이경규는 국민할매 김태원 등 평균 나이 40.6세가 되는 아저씨들을 데리고 '남자의 자격'을 이끌어온 메인MC입니다.


'남격'에 출연하는 맴버들의 면면을 보면 변변한 인기스타가 없습니다.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 등 성격도 하는 일도 제 각각인 맴버들을 데리고 '남격'을 20%대 시청률을 보이는 인기 프로로 만든 공은 이경규의 저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태원 등 다른 맴버들의 활약을 여기서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경규는 평범한 아저씨들을 데리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101가지 소재를 가지고 솔직 담백하게 '남격'을 만들어왔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하면서 전투기 탑승, 신입사원 체험, 소녀시대 콘서트 가기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자, 그러면 동시간대 경쟁 프로 '패떴2'를 한번 볼까요? 출연자를 보면 아이돌 스타만 해도 3명입니다. 여기에 태봉이 윤상현, 안방마님 김원희, 그리고 지상렬과 신봉선까지 패밀리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이돌 스타 윤택조(윤아, 택연, 조권)라인 중 어느 한 사람만 출연해도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는데, 세 명씩이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패떴2'는 시청률이 5%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했듯이 가장 큰 요인은 메인MC의 부재입니다. 즉 '남격'은 이경규가 메인MC로 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평균 나이 40이 넘는 아저씨 맴버들을 데리고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는 반면 '패떴2'는 메인MC 부재로 프로그램이 갈팡 질팡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를 거꾸로 본다면 '남격'에서 이경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며, '남격'의 성공은 이경규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경규가 '남격'을 1년 만에 인기 예능프로로 만든 것은 쓰라린 실패 경험 때문입니다. 이경규는 MBC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출되면서 SBS로 옮겨 지난 2007년 '라인업'을 시작했지만 시청률 저조로 6개월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동시간대 유재석의 '무한도전'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후배에게 참담하게 패퇴한 후 꼭 2년만에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이경규는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방송 3사의 예능은 현재 유재석과 강호동 양강 체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적인 1인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양강체제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경규는 양강체제 속에서 틈새 시청자들을 적극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박2일', '무한도전'은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프로라면 '남자의 자격'은 30~40대들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입니다. '남격'에서 시도하는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는 신세대보다 중년세대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체력이 부실한 국민할매 김태원, 몹쓸체력 이윤석, 방위출신 총각 김성민,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국진, 안티팬을 몰고 다니는 비호감 윤형빈, 비쥬얼 덩어리 이정진 등 제 각각의 맴버들을 하나로 묶어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어 준 것은 예능 대부 이경규였습니다.


이렇게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이경규는 완전히 부활했습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프로만 해도 공중파 3개, 캐이블 2개 등 총 5개입니다. 공중파는 '남자의 자격'(KBS2), '퀴즈 육감대결'과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SBS)이고 캐이블은 '화성인 바이러스'와 '러브스위치'(tvN)입니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해피버스데이'(KBS2)까지 진행하면 총 6개의 예능 프로를 진행하게 되니 유재석, 강호동 못지 않습니다.

이경규는 내년이면 데뷔 30년을 맞습니다. 1981년 MBC 코미디언으로 들어와 산전 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일밤'에서 '몰래카메라'와 '양심냉장고'를 할 때가 그의 전성기였습니다. 그 이후 내리막 길도 겪었지만 이경규는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예능 노병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의 나이 이제 지천명(50)이 됐습니다. 하늘의 뜻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이제 진정한 예능이 무엇인지 알 때가 되었습니다. 무려 20여년을 예능 1인자로 군림하다가 바닥에 추락해보기도 하면서 이경규는 진정한 '남자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그 깨달음을 토대로 마음을 비우고 '남격'을 진행하다 보니 '1박2일'과 견줄 수 있는 인기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경규를 두고 요즘 '노병은 죽지 않았다'고 하나 봅니다.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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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에 택시에 출연한 경규씨 봤는데..
    내공이 정말^^;;

  2. 젊은 연예인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언제나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지금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3. 이경규... 항문이 성치 않을듯~~~
    꿀 발라 놨나??
    꿀 바른 넘들 많네....
    여자도 있을텐데..어쩌나~~

  4. 이경규~ 가장 웃기고 좋아하는 코메디언!

  5. 갱규옹의 명언 2010.04.17 12:3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예능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방송국을 옮길 뿐이다

    일요예능의 시청자는 고령자가 많다는걸 간파못한게
    바로 마봉춘과 시방새 패착이죠
    어줍잖은 감동이나 찾고.. 아이돌에 기대고..

  6. 여름바람 2010.04.17 15:5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남격은 이제까지 "버럭형님"으로써 가장 앞에 서서 멤버들을 진두지휘해온 이경규가 자신이 독점했던 일들을 멤버들에게 고루 나눠줌으로써 이전의 방식을 바꾼 것으로 호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젊은 층에게서도 "이경규는 천재" 임을 입증하는 프로가 되었죠.

    후배들에게 굴욕을 당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물러서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 대단한 일을 이경규는 해냈고 이것은 방송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멤버 구성만 봐도 이경규가 이전의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기획했다는 게 보여집니다.
    이경규가 실패했던 프로는 늘 비호감(김구라, 김용만 등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멤버들만으로 구성되었지만 이경규는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막장드라마적인 자극보다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실력자들이 보여주는 성실함이 시청자들을 더 오래 사로잡을 것이고 것을 깨달았죠.

    젊은 층에게는 생소하거나 잊혀졌을 지언정 여전히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김태원과 김국진) 예능감은 없을 지라도 착실하게 미션을 수행하고 멤버들을 알게 모르게 챙겨주며 조용히 자리잡을 수 있는 사람과(이정진) 에너자이저로써 팀에 활력을 넣을 사람(김성민 - 너무 나서고 촐랑대서 영입을 반대했었다고 이경규가 말 함)과 이경규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면서 자기 몫을 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윤형빈, 이윤석) 등등...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호감이 짙어질 인물들로만 구성을 했죠.

    방송에 자주 나왔더라도 생소한 얼굴들이 많아(김성민과 김태원은 가장 의외) 이경규로써는 상당한 도박을 결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비호감이라도 자신의 라인에 있고, 방송에 자주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연예인으로 멤버 구성을 짰다면 이경규가 그들을 예능감을 살리는 데 힘이 덜 걸렸겠습니다만은 자신의 라인을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얼굴들을 투입해 도박을 벌여 성공시킨 것도 노병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이경규의 투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