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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검프', 김소연이 보여준 망가짐의 미학

by 피앙새 2010.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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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의 수목드라마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어제 방송 3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새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KBS는 문근영을 앞세운 '신데렐라 언니', MBC는 손예진과 이민호를 앞세운 '개인의 취향', 그리고 SBS는 김소연을 내세워 '검사 프린세스'로 맞섰습니다. 방송 전부터 문근영, 손예진, 김소연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새로 시작되는 수목드라마는 사상 최고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빅매치입니다. 어느 배우, 어느 드라마 하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드라마를 볼까 고민 참 많이 했습니다. 동시간대 방송이라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김소연의 '검프'를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리스'에서 북한공작원 김선화 연기가 인상 깊었기 때문입니다.

'검프'는 김소연이 배우생활 17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법률 드라마입니다. 법률 드라마라고 하면 딱딱한 법전과 골치 아픈 사건이 연상됩니다. 그래서 법률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오래 채널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보는 드라마마저 이해하기 힘든 법률 용어와 씨름하기 보다 판타지를 자극하는 신데렐라 얘기나 멜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법률드라마는 작품성이 아무리 좋아도 시청률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법률 문제는 방송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재입니다.


물론 방송 3사에서는 '검프' 이전에 법률드라마를 방송한 전력이 있습니다. 지난 2001년 SBS는 송승헌, 김지호, 소지섭을 앞세워 '로펌'을 방송했고, 2008년에는 MBC가 '대한민국 변호사'(이성재,이수경)를, SBS가 '신의 저울'(송창의, 문성근)를 제작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KBS2에서 김현주, 이동욱, 이하늬를 앞세워 '파트너'를 방송했지만 법조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법률드라마는 골치 아프고 재미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시청률이 10%를 넘기도 힘듭니다. 물론 '신의 저울'은 시청률이 15%대까지 보이며 법률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첫 회부터 '검프'는 파격적인 신참 검사 마혜리(김소연)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우리 사회 검사 신분은 어딘가 모르게 도도하고 가능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인데, '검프'의 마혜리는 이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극중 마혜리의 행동거지를 보고, 아니 '이런 검사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혜리는 초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사 임명장을 받은 뒤 검사 워크숍을 가야했지만 어머니가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고 스키장으로 고고싱하는 엉뚱 발랄함을 보였습니다. 스키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통해 주요 인물들이 모두 등장했습니다. 호텔 스위트룸 예약문제로 만난 서인우(박시후), 자신과 근무할 선임검사 윤세준(한정수) 등과 좌충우돌하며 범상치 않은 마혜리 캐릭터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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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리는 IQ가 164일 정도로 머리가 좋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검사가 된 일명 '된장녀'입니다. 검사 임용식부터 하이힐과 화려한 악세사리로 치장하고 동료 검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스키장 명품 브랜드 런칭쇼에서 700만원에 명품구두를 낙찰 받는 등 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기존의 법률드라마와는 다른 모습으로 시작했습니다. 마혜리역의 김소연은 호텔에서 럭셔리한 거품 목욕신까지 보이며 '아이리스' 북한공작원 김선화와는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초임검사 마혜리는 검사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무너뜨렸는데, 그 결정판이 노래방에 망가진 것이었습니다. 신임 검사 환영식을 열어주는 회식자리에서 마혜리는 부장검사 등 선배검사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마시며 범상치 않은 술실력을 과시했습니다. 회식이 끝나자 거나하게 취한 마혜리는 2차를 가자며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노래방에서 마혜리는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리본까지 달고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를 부르는데, 망가짐의 미학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리스'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공작원 김선화의 모습은 검사 마혜리에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검프'는 김소연의 원맨쇼로 시작했지만 시청률이 8%에 그쳐 동시간대 타 드라마에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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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송에서 시청률은 낮게 나왔지만 김소연의 인기가 반영된 것인지 몰라도 방송 후 포털 검색어에서 '검프'가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시청자들의 시선과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회를 거듭할 수록 시청률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소연이 배우로서 첫 주연을 맡았고, '아이리스'에서 보여준 북한 공작원 이미지 때문에 그녀가 보여준 망가짐의 미학은 어색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우였습니다. 17년 연기 내공을 가진 김소연이 엄친딸이지, 된장녀 검사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법률드라마는 잘만 만들면 시청자들에게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습니다. 돈과 권력, 법과 정의의 상관관계를 리얼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실생활과도 가깝습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대중들은 판타지나 멜로드라마에 채널이 쉽게 가지 때문에 '개인의 취향', '신데렐라 언니'에 맞서는 '검프'는 잘 만들어도 시청자들에게 선택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리스'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던 김소연이 주연으로서 법률드라마는 골치 아프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어떻게 깰 수 있을지가 시청률의 관건이 될 것이며, 동시에 김소연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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