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사극 <추노>가 끝났습니다. 주인공 대길이도 죽었습니다. 초복이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업복이는 동료들을 무참히 죽인 그분(박기웅)과 권력욕에 불타던 좌의정 이경식을 죽이고 관군에 붙잡혔지요. 송태하와 언년이는 대길이 덕분에 살아남았고, 살인귀 황철웅도 죽지 않았습니다. 결말에 대해 새드엔딩이냐, 해피엔딩이냐를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지붕킥’ 결말에서 세경과 지훈이 황당한 교통사고로 죽은 것을 두고 시청자들의 항의 등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추노>는 주인공 대길이가 죽었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엔딩의 미학이었습니다. 그리고 대길의 죽음은 새드엔딩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가 언년을 위한 해피엔딩이기에 그 여운이 오래 남을 듯 합니다.

마지막 회는 업복이의 대반전, 청나라로 가려던 송태하와 언년이를 추격하는 살인귀 황철웅과 대길이의 대결, 그리고 언년이를 위해 끝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대길이 등 많은 내용들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대길이의 죽음은 이미 스포를 통해 예측된 것이긴 하지만 막상 설화 무릎 위에 엎어져 죽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가장 불쌍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나라로 가려는 송태하와 언년이, 원손마마를 위해 대길이는 미리 안성촌에 배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년이가 돌아오면 이제 영영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길은 꽃신을 들고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이 꽃신은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여종 언년이를 사랑할 때 발이 시려운 언년이를 위해 대길이가 사준 겁니다. 연인 사이에 구두를 선물해주면 헤어진다는데, 그 옛날 조선에서도 그랬나요? 대길이가 사준 꽃신 때문인지 몰라도 언년이와의 사랑은 살아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언년이 일행을 기다리던 대길이는 한 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언년이가 오는 길목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요? 끈질기게 송태하를 추격하던 황철웅이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언년이는 칼을 맞고 부상을 입었습니다. 쫓고 쫓기던 세 사람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였어요. 겉으로 봐서는 2:1의 싸움, 대길이와 송태하 vs 황철웅의 대결이기 때문에 드디어 살인귀 황철웅이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이없게 송태하가 황철웅에게 밀리며 칼을 맞고 힘을 쓰지 못하네요. 송태하는 언년이와 혼인 후 이상하게 힘이 빠진 느낌이 들어요.


대길이는 황철웅과 맞서며 송태하에게 언년이를 데리고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어여 가라 니놈 부인(언년이)이랑 아들(원손) 싹다 죽을 참이냐? 니놈은 그냥 잘 살면 되는 거야. 가서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 다시는 우리 같은 사람 나오지 않지...” 그런데 이 말은 사랑하는 언년이를 위한 말이었어요. 송태하는 부상당한 몸으로 언년이와 먼저 떠났습니다. 물론 대길이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야 태하보다 언년이가 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에요. 보내는 대길이나 떠나는 언년이나 그 마음 오죽하겠어요?

송태하가 떠난 후 대길이는 황철웅과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허걱~ 관군이 몰려옵니다. 황철웅과 일대 일 대결이야 어찌해 보겠지만 떼로 몰려오는 관군들 앞에서 아무리 싸움 잘하는 대길이라도 어떻게 살아나겠어요? 극이 초중반이면 주인공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려보겠지만 마지막 회라 그럴 수도 없어요. 대길이는 황철웅을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가다가  마지막 힘을 다해 관군쪽으로 달려갑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구요? 에효! 말해야 뭐해요. 주인공이라 비참하게 죽는 장면은 피하고 설화 곁에서 안타깝게 죽고 말았어요. 관군을 향해 달려가기 전에 대길이는 언년이에게 외쳤습니다.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과 너의 아들과... 오랜 세월이 흘러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주자.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사당패 막내로 살다가 도망쳐 나와 대길패를 만나 함께했던 설화는 대길의 죽음을 눈물로 거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대길을 위해 노랫가락을 불러주고, 돌무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비록 대길을 향한 외사랑이었지만 설화의 사랑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길이를 위해 몸가짐도 바르게 하고 언문과 한자도 배우고, 그리고 처음으로 남자를 위해 옷도 지었지만 대길이는 그 옷을 죽어서야 입었습니다.

언년이를 향한 대길이의 사랑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지고지순했어요. 양반집 귀한 도령에서 언년이 오라버니 큰놈이 때문에 추노꾼이 되어 10년간 언년이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꿈에도 그리던 언년이를 찾았지만 이미 남의 여자가 된 뒤였습니다. 그 슬픔을 가슴에 담아둔 채 언년이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지켜주다가 마지막 회에서 결국 죽었습니다. “언년아, 꼭 살아라.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 이것이 대길이가 언년이에게 남긴 이승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대길이는 사실 죽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주인공 대길이를 죽게 한 것은 언년이를 향한 사랑을 부각시키려는 제작진의 뜻이 아닐까요?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대길이와 언년이의 사랑이 <추노> 드라마의 본질이었어요. 도망노비를 쫓는다는 추노꾼 이야기는 대길과 언년의 사랑을 엮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대길이는 사랑하는 언년이를 위해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 죽음은 지랄같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었고 사실 언년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대길의 죽음은 시공을 초월해 진정한 남자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노비와 양반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송태하와 노비들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습니다. 어제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초복이가 은실이에게 물었죠? 저 태양의 주인이 누구냐고? 그 주인은 노비들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태프 자막까지 다 나간 후 대길이가 등장하더니 태양을 향해 활을 쏘는 시늉을 하죠? 태양은 하늘 높은 곳에 있으니 곧 권력을 의미합니다. 그 태양을 차지하겠다는 민초들의 싸움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태양을 향한 대길의 화살은 또 한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바로 언년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언년이를 향한 대길이의 사랑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며, 그래서 주인공 대길이는 죽었지만 새드엔딩이 아니었습니다.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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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참 재미있었어요^^.. 연기도 인상적이였고..
    간만에 볼만했습니다~^^..
    피앙새님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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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죽지 않길 바랬는데... 그놈의 사랑이 뭔지...ㅠ

  4. '추노'의 여운이 지속적으로 내 머릿속을 떠 다닙니다.
    하여,인터넷서핑을 하면서 '추노'에 대한 글들을 섭렵하고 다니는데,
    피앙새님의 글에서 비로소 정리되는 듯 합니다.
    "나의 사랑,나의 언년아..."
    가슴이 미어지고,코끝이 찡해지며,눈시울이 붉어져 갑니다.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이토록 커다란 감동을 불러 일으키다니... .
    전에도 없었고,불행하게도 앞으로는 이런 감동을 받을수 있는 '작품'은
    두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드네요... .

  5. 아 괜히 봤어요 이거 뭐 이리 갑자기 끝나는건지...

  6. 이재순 2010.03.26 14: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재밌네요...

  7. 그냥 웃거나 말거나 2010.03.26 22:2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언년이에게 대길이의 사랑이 과분한 듯.
    송태하하고 같이 잘만 가던데요.

  8. 아...마지막 장면에 그렇게 깊은 뜻이...
    초복이와 함께 등장하는 은실이,어린 아이도 또한 희망을 상징하지요.
    그러고보니 곳곳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