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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동이, 평양기생 김혜진의 재발견

by 피앙새 201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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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사극 '동이'의 타이틀롤 한효주가 어제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아역 김유정양이 어린 동이역 연기를 아주 잘해주었는데, 4회 엔딩 부분부터 한효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동이가 갖은 어려움을 다 겪으며 궁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데 불과합니다. 검계의 수장이자 동이 아버지인 최효원(천호진)과 오라버니 최동주(정성운)가 죽은 후 소녀 동이는 혼자가 되었지만 도인 김환의 말대로 '천을귀인'(天乙貴人, 하늘의 귀인이 도움을 주는 사주)의 상을 타고 나서 그런지 무사히 궁에 입성했습니다.

동이가 궁에 입성하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은 많습니다. 검계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차천수(배수빈), 종사관 서용기(정진영), 도인 김환(정인기) 그리고 평양 기생 설희(김혜진) 등입니다. 이중 위험에 처한 동이를 구해주고, 양자로 삼아 궁궐 장악원 노비로 입궐시킨 설희의 연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설희역을 맡은 김혜진은 첩보액션 '아이리스'에서 김태희의 친구 양실장으로 출연해 이미 낮익은 배우입니다. 현대극 '아이리스'에서 첩보원 역할에 익숙한 그녀가 기생으로 출연한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다소곳하고 지적이며 품격있는 연기가 장희빈역의 이소연을 능가하고도 남았습니다.


설희는 원래 평양기생이었습니다. 장악원 연회때 궁에 들르는 기생이었습니다. 장악원에서 일하던 동이 오라버니 최동주와 만나 서로 연모하는 사이였습니다. 동이가 설희를 처음 만난 것은 첫 회에서 동이가 오라버니를 만나기 위해 궁궐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동이가 장악원에서 일하는 오라버니를 만나는 자리에서 설희는 동이를 처음 봤습니다. 그때 설희는 이 다음에 최동주와 혼인하면 동이를 아가씨로 모셔야 하기 때문에 눈여겨 봤을 겁니다. 그런데 연인 최동주가 검계 조직원으로 체포돼 처형당할 위기에서 차천수가 구해내려고 애를 썼지만 관군의 화살을 맞고 죽었습니다. 최동주와 차천수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라 최동주가 죽었다는 것을 차천수가 설희에게 전해준 것입니다.

차천수는 설희에게 혼자 남은 동이의 안전을 부탁했습니다. 설희는 누이동생같은 동이를 지켜주기 위해 오윤(최철호)과 종사관 서용기(정진영)에게 쫓기고 있는 동이를 구했습니다. 동이는 관군에 쫓기던 중 낭떠러지로 떨어졌는데, 그 때 설희가 고용한 사람들이 동이를 구해 설희의 집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동이가 설희를 만난 것은 '천을귀인'의 상중 가장 중요한 은인을 만난 셈입니다.


설희는 장악원에서 일하는 황주식(이희도)에게 부탁해 장악원 노비로 일하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황주식이 설희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설희를 마음에 들어하기 때문입니다. 설희는 절세 미모를 이용해 황주식 뿐만 아니라 오윤(최철호)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습니다. 동이가 설희의 집에 왔을 때 오윤의 부하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설희의 집을 덮쳤는데, 오윤 역시 설희를 좋아하기 때문에 설희집을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평양 기생 설희는 동이를 위해 생명의 위협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했던 연인 최동주 때문입니다. 동이를 보자마자 설희는 마치 최동주를 보는 듯 하다고 하며, 동이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차천수에게 약속했습니다.

3회에 출연한 장옥정역의 이소연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표독스럽고 권력욕에 사로잡힌 장희빈과 달리 지적이며 세련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출연한 평양 기생 설희역의 김혜진은 장옥정 이소연을 뛰어 넘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김혜진이 사극에 출연한 것은 2004년 '불멸의 이순신'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고작인데, 설희역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니 장희빈 등 비중있는 역할을 해도 잘 해낼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 양실장 이미지로 김혜진은 현대물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는데, 설희역으로 그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어제 한효주도 엔딩 부분에 잠깐 등장했는데, 한효주의 등장을 무색케 할만큼 김혜진의 설희 연기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4회 엔딩부분에서 밤늦게 궁궐을 산책하던 숙종이 해금을 켜던 동이를 처음 상면하는데, 이것이 동이를 숙빈 최씨로 만든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동이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설희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앙 관아의 기생 설희역을 위해 전통 춤과 창 연습까지 해서 그런지 조선 최고의 명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종영된 '추노'에서도 기생 찬의 연기가 인상 깊었는데, 김혜진의 연기를 보니 기생 찬을 뛰어넘을 포스입니다. 이것이 배우 김혜진의 재발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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