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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목도리로 되돌아본 세경의 사랑

by 피앙새 2010.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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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제목 그대로 지붕을 뚫을 것 같았던 '지붕킥'이 종영됐습니다. 종방을 앞두고 결말에 대한 스포가 난무했었는데,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방송은 끝났지만 김병욱PD가 새드엔딩으로 끝내면 김PD의 시트콤을 다신 보지 않겠다는 열혈 시청자들의 협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예상은 했지만 이왕이면 해피 엔딩을 끝내 세경과 준혁, 지훈과 정음에게 희망을 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쨌든 지난 6개월간 희노애락을 주던 '지붕킥'이 끝났다니 허전하네요.

'지붕킥'은 산골소녀 세경과 신애의 성장을 다루겠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극 중반부터 4각 러브라인, 즉 지정커플(지훈-정음)과 준세커플(준혁-세경)을 넘나드는 사랑으로 멜로 못지 않은 달달함과 눈물 연기도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순재네 가정부 세경이는 언감생신 레지던트 지훈을 짝사랑하며 종영때까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습니다. 세경의 사랑은 목도리로 표현됐는데, 지훈과 준혁이가 준 목도리 컬러에 따라 세경이가 지훈과 연결되냐, 준혁과 연결되느냐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도 참 많았습니다. 세경의 목도리를 두고 하도 우려 먹어서 '목도리가 무슨 사골국이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세경이가 두른 목도리는 지훈이가 전하는 따뜻한 연민, 그리고 준혁이가 전하는 가슴 콩닥거리는 짝사랑이었습니다. '지붕킥'은 끝났지만 세경의 목도리 컬러를 통한 사랑의 변화를 다시 한번 볼까요?


목도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62회부터 입니다. 휴대폰 요금이 8만원이나 나온 해리가 현경에게 혼나는 것을 보고 세경은 지금까지 자신이 휴대폰 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금까지 지훈이가 세경의 핸드폰 요금을 대신 내주고 있었습니다. 세경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우연히 지훈의 낡은 목도리를 발견하고 목도리를 뜨기 시작합니다. 목도리를 짜는 세경을 보고 정음은 줄리엔 줄거냐고 놀리고 준혁이도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묻는데, 세경은 그냥 신세진 사람에게 줄 거라고 하죠. 준혁은 세경이가 뜨고 있는 목도리를 보고 자기에게 줄 거라고 믿으며 김칫국을 먼저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지훈과 준혁의 목도리 사랑 경쟁의 시작입니다.


다음날 세경은 사골국물을 가지고 지훈의 병원에 갔다가 직접 뜬 검은 목도리를 두고 나옵니다. 그리고 '돈(핸드폰 요금)보다 이렇게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세경이가 두고 간 검은 목도리를 본 지훈은 어떻게든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세경에게 화가 좀 나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세경을 쫓아온 지훈은 '빚지고는 못사느냐? 누가 너한테 이런 거 만들어 달라고 했냐?'고 화를 냅니다. 지훈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세경에게 계산하는 거 좋아하니까 자기도 계산은 정확히 한다며 목도리를 짠 실값이 얼마 들었느냐며 실값 1만원에 수고비 5만원 해서 6만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지훈은 가판대에서 세경이의 목도리값 6만원을 대신해 휴대폰 요금을 뺀 2만 9천원으로 빨간 목도리를 사서 세경에게 주었습니다. 지훈이가 병원 긴급 호출을 받고 간 후 세경은 지훈이가 주고간 목도리를 바라보다가 목도리를 직접 두르며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이때부터 지훈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일부러 선을 긋는 세경과 세경의 그런 태도를 서운하게 생각했던 지훈의 알쏭달쏭한 마음이 사랑이냐, 연민이냐를 두고 시청자들의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지훈은 이때까지는 연민이었고, 세경은 처음 지훈을 볼 때부터 짝사랑하고 있었고, 그 마음이 죽을때까지 변함없었습니다.

세경이가 검은 목도리를 뜰 때 준혁이가 누구에게 줄 거냐고 했는데, 세경은 그냥 신세진 사람에게 줄 거라며 얼버무렸죠. 그런데 83회에서 준혁이는 그 사람이 바로 삼촌 지훈이라는 것을 알고 엄청 실망했습니다. 그 목도리를 자기에게 주는 줄 알았는데, 삼촌이라니... 사춘기 준혁이 안삐질 수 있나요? 더구나 세경에게 장난을 치다가 준혁의 손가락이 세경의 코에 들어갔는데, 하필 이때 지훈이가 와서 이를 보고 말았어요. 세경은 창피해서 그런지 준혁에게 화를 내고 말았는데, 세경이가 화를 내자 준혁은 그러지 않아도 검은 목도리 때문에 실망했는데 세경이가 화를 내니 더욱 난감해졌습니다.


세경은 지훈에게만 관심을 쏟지말고 준혁에게도 관심을 쏟으라는 신애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준혁을 위한 목도리를 떠서 준혁에게 주었습니다. 세경의 목도리 선물을 발견한 준혁은 말해야 뭐해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왜 그런지 아시요? 세경이가 삼촌에게 준 목도리와 자기것을 비교했는데, 준혁의 목도리가 더 길었어요. 세경이가 자기를 조금 더 좋아한다고 믿었던 겁니다.

그런데요. 세경이가 짜준 목도리가 삼촌 것보다 길기 때문에 자기를 더 좋아할 거라는 준혁의 짝사랑이 여지없이 무너졌죠. 바로 87회 준혁의 생일날 일입니다. 준혁의 생일을 맞아 선물을 해주겠다는 세경에게 준혁은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설레이는 첫 데이트가 이루어지려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삼촌이 선물한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리고 우는 세경의 모습을 보고 준혁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준혁은 세경에 대한 서운함에 퉁명스럽게 대하며 이때부터 세경에 대한 짝사랑에 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준혁은 남자였습니다. 병원에 갔다 늦게 돌아오던 세경이와 부딪힌 준혁은 아직 세경에 대한 서운함이 풀리지 않았지만 추운 날씨에 세경이가 장갑도 끼지 않고 목도 추워보여 자기 장갑과 파란 목도리를 벗어서 세경에게 주었습니다. 이때부터 세경이 목에 두르던 목도리 색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세경의 사랑이 지훈에서 준혁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지훈과의 사랑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방송을 보니 이 모든 것이 시청자들에게 던진 대형 떡밥이었네요. 세경은 순재네 집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지훈을 짝사랑했고, 그 마음이 변함이 없었습니다.

세경이가 삼촌에게 받은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된 준혁이는 용기를 내 짝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와 노란 목도리를 세경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93회) 밤늦게 목도리와 편지를 세경의 방에 두고온 준혁은 가슴이 콩당거리고 마치 도둑질을 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합니다. 결국 준혁은 사랑을 고백한 편지를 세경이 방에서 다시 꺼내 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세경이는 준혁의 편지를 봤습니다. 준혁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준혁이가 준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세경의 목에 둘러진 목도리가 빨간색→파란색→노란색으로 바뀌는 동안 세경의 사랑도 변하는 듯 했습니다. 96회 미술관 에피에서 지훈과 정음이가 포옹하는 것을 보게된 세경은 그 후 빨간 목도리를 다신 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준혁이가 준 노란목도리를 둘렀습니다. 미술관 에피로 세경은 이미 지훈에 대한 짝사랑을 정리한 듯 했으나 그 이후에도 사골국 우려먹듯이 세경-지훈의 러브라인을 계속 연결시키며 질질 끄는 듯 했는데, 세경의 사랑은 목도리 컬러와는 달리 변함이 없었습니다.

세경이 준혁과 여의도 윤중로에서 이별 키스를 할 때는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희망의 키스로 생각했는데, 정말 이별 키스였네요. 세경의 목도리 컬러가 어떤 색으로 변해도 지훈에 대한  사랑은 초지일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새드 엔딩이긴 하지만 지훈과 함께 죽음으로써 지훈에 대한 사랑을 이루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세경이가 두른 목도리 컬러가 변할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지정커플, 준세커플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하며 '지붕킥'을 통해 대리 사랑, 대리 만족을 하며 즐거웠지 않나요? 결국 세경의 목도리 컬러는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던진 대형 떡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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