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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욕지도편, '재방송'으로 전락한 이유

by 피앙새 201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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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떠도는 스포(소문)는 사실도 있고, 개인적 의견이 확대 재생산된 경우도 있습니다. 시트콤 ‘지붕킥’ 종영을 앞두고 결말에 대한 스포가 난무한 것은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만약 스포가 사실일 경우에는 기대를 갖고 보는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신선감을 떨어뜨려 방해가 되지요. 그래서 스포성 뉴스를 일부러 보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능 프로에는 스포성 기사가 많습니다. 방송 전에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 제작진이 몇 가지 흥미성 내용을 전해주는데, 결정적인 내용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방송 내용을 미리 뉴스에 다 알려준다면 굳이 TV를 볼 필요가 없겠죠.

그런데 ‘1박2일’ 욕지도편은 스포성을 넘어 방송도 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그대로 2월에 보도되어 욕지도편 2편 내용이 이미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습니다. 저녁식사 복불복으로 제작진이 내건 음식재료는 거의 해산물 뷔페수준입니다. 자연산 도다리회, 싱싱한 해삼, 쫄깃하고 고소한 볼락회, 전복, 우럭구이, 문어숙회, 그리고 초장까지 정말 화려합니다. 복불복 게임은 이른바 ‘99초 광고’입니다. 99초 안에 정해진 미션을 단계별로 수행해 99초 안에 성공하는 게임입니다. 단 일곱 단계 중 단 한 단계라도 실수하면 다시 해야 합니다. 일곱단계를 한번 볼까요?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 1단계 제기차기 10회                  ▶ 2단계 윗몸 일으키기 10회
▶ 3단계 딱지 한번에 넘기기           ▶ 4단계 코끼리고 10번 돌고 신발 던져서 잡기
▶ 5단계 2단뛰기 줄넘기 10회         ▶ 6단계 레몬 한개 먹기   ▶ 7단계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

‘용궁뷔페’를 먹기 위한 맴버들의 치열한 복불복이 시작됐습니다. 보는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쥘 정도니까요.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처음으로 7단계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넘어가서 이승기가 제작진과 드디어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려는데, 가위바위보를 하고 그 결과가 나오려는 그 순간에 정지화면으로 바뀌고 다음주 예고편으로 넘어갑니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이승기가 제작진과의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어떻게 됐는지 그 결과가 참 궁금할 겁니다. 그런데 방송후 ‘1박2일’ 공홈 게시판에는 이승기의 가위바위보 결과는 물론 다음주 방송될 스태프와 맴버들간의 잠자리 복불복 결과까지 나온 연예기사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허걱~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경남 통영의 욕지편은 지난 2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촬영됐습니다. 욕지도는 경남 통영에서 배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섬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터진 은지원의 결혼소식 때문에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까지 아예 ‘1박2일’을 동행 취재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될 줄은 제작진이 그 당시는 몰랐을 것입니다. 기자들까지 스태프팀에 합류해 복불복에 참가하는 등 체험식 취재를 하다 보니 동행했던 기자들이 방송도 되기 전에 르뽀기사로 2월 22일경 모두 기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이 기사를 보고도 그리 큰 관심을 쏟지 않았는데, 어제 방송 후 이 기사들이 스포성을 넘은 팩트로 드러났기 때문에 다음 주 욕지도 2편 내용이 모두 공개된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욕지도 편에서 이승기가 제작진과 가위바위보 복불복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이 결과는 이미 공개됐다.)

그럼 ‘1박2일’ 제작진은 이런 것을 몰랐을까요? 제작진은 동행한 연예기자들에게 ‘엠바고’(일정 시기까지 보도를 미뤄달라는 기자들과의 약속)를 걸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엠바고라는 게 사실 지켜지기가 힘듭니다. 동행 기자 중 어느 한 사람이 먼저 보도를 할 경우에는 특종이 되기 때문에 기자들에게 엠바고는 약속일 뿐 이것을 깼다고 해서 큰 제제를 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기자가 ‘1박2일’ 제작진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써버렸기 때문에 체험에 참가한 모든 기자들이 다 욕지도편 기사를 써버리고 만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욕지도편은 방송도 되기 전에 있는 그대로 내용이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가히 방송사고 수준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니 어제 이승기와 제작진의 가위바위보 승부 결과는 물론 은지원, 김종민까지 가위바위보에서 패해 맴버들의 역적으로 몰렸다고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다음주에 방송될 스태프와 맴버간의 3차 야외 잠자리 복불복 결과도 스태프들이 승리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연예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뉴스사이트는 물론 스포츠와 연예를 다루는 일간지까지 모두 기사를 썼습니다.

☞ 스포츠동아          http://sports.donga.com/enter/3/02/20100222/26365585/3&top=1
☞ 아시아투데이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330571


이쯤 되면 다음주 욕지도편 2부는 재방송과 다름없습니다. 예능이든 드라마든 제작진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방송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만약 사전에 방송내용이 유출된다면 이미 그 방송은 죽은 방송입니다. 이미 김빠진 맥주가 되어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볼 수가 없습니다. '욕지도'편에 동행했던 취재기자들은 제작진이 제공한 사진까지 인용해 버젓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욕지도편도 모자라 지난 19일에는 ‘전국 일주 코리안 루트편’의 속초 사진까지 나돌고 있는데, 강호동, 은지원, MC몽, 이승기 등의 셀카 등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스태프 중에서 찍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방송도 되기 전에 맴버들의 사진이 공개된다는 것은 ‘1박2일’을 재방송으로 만드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나 드라마를 찍을 때 스태프들이 주변 사람들을 통제하며 사진 찍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맴버들의 셀카 수준이라면 스태프들이 아니고서는 찍을 수 없는 사진입니다. 그렇다면 제작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 일주 코리안 루트편은 남극편을 대체해 4월에 방송될 예정인데, 이 또한 사전 유출로 이미 김이 새고 말았습니다.


‘1박2일’ 욕지도편은 재미가 있냐, 없냐를 떠나서 그 내용이 사전 유출된 것은 대형 방송사고와 다름없습니다. 제작진도 문제지만 동행취재를 했다 하더라도 방송 전까지 기사를 쓰지 말아할 기자들도 문제입니다. 아무리 기사거리가 없어도 방송도 되기 전에 그 방송 내용을 줄줄이 기사로 쓴다면 이는 기사가 아니라 스포성 쓰레기일 뿐입니다. ‘1박2일’ 제작진은 다음주 재방송으로 전락한 욕지도 2편 대신 사전 유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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