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사극 <추노>를 1회부터 재미 있게 보고 있는데, 어느새 다음 주면 끝나네요. 초반에 이다해의 지나친 화장과 노출신 문제를 빼고는 퓨전 사극답게 긴장감과 해학이 넘치는 대사로 감칠맛 나게 봤습니다. 그런데 후반부에 들어서 조금 질질 끄는듯한 느낌도 드네요. 드라마 원래 목적이 도망 노비를 쫓는 것인데 추노꾼 천지호패거리가 모두 죽고, 대길패도 언년이를 찾았으니 더 이상 추노질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대신에 황철웅이 송태하와 원손마마를 쫓는 드라마로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초반 드라마가 이대길이 인기를 주도했다면 후반부는 살인귀 황철웅(이종혁)의 섬뜩하고 똑똑한 연기가 보이지 않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종방으로 갈수록 주인공의 역할이 빛나야 하는데, 황철웅이 주인공처럼 이대길과 송태하를 쫓으며 극 전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길과 송태하는 황철웅 일당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이대길과 송태하는 언년이를 두고 사랑 타령을 할 때 황철웅은 섬뜩한 눈빛으로 많은 사람을 단 칼에 베어 죽이며 빛나는 열연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21회도 황철웅의 살인귀 열연이 계속됐습니다. 철웅은 송태하와 원손을 쫓아 월악산 영봉 근처까지 접근해 잠복해 있던 짝귀 부하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린 후 생존한 부하 한 명에게 송태하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하 참 어리숙했지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끝까지 함구해야 하는데, 죽어가면서 뭐 그리 주절주절 다 이야기를 하는지 참 밉더군요. 황철웅은 산채에 송태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경식이 말한 대로 송태하가 수원으로 갔을 거라고 짐작해 산채로 가지 않고 방향을 급선회합니다.

송태하와 이대길은 언년이를 두고 산채에서 서로 동상이몽을 하다가 원손과 언년이의 안위를 위해 송태하가 먼저 길을 떠납니다. 대길이는 송태하를 기다려 그와 함께 동행합니다. 비록 언년이를 두고 서로 연적이지만 남자라서 그런가요, 아니면 한번 죽기 살기로 싸우다 정이 들어서 그런가요? 두 사람은 어느새 한 팀이 되어 수원을 거쳐 한양으로 길을 떠납니다. 대길이는 ‘살아 있는 사람은 믿을 수 없지만 짐승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작 태하를 믿고 그와 함께 동행하는 이유는 언년이 때문입니다.


한편 한섬은 군병을 청하기 위해 수원 이재준대감을 만나 협력을 구했지만 변절한 조선비가 끌고온 관군에게 포위를 당합니다. 한섬은 조선비의 변절에 치를 떨며 끝까지 저항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한섬이 죽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나온 전설의 고향같은 장면에 빵 터졌습니다. 이거 일부러 웃기려고 집어넣은 건가요? 아니면 미리 올 여름 납량특집극 시험방송 하는 건가요? 한섬은 죽어서 피맛골 장필순과 부부가 되어 하늘나라에서 못다핀 사랑을 활짝 피우게 되었습니다.

한섬이 죽은 후 뒤늦게 도착한 송태하와 이대길. 송태하는 한섬의 주검을 보고 칼도 내팽기친 채 슬픔을 토해냈습니다. 아무리 슬퍼도 그렇지 무장을 해제한 채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모습은 장군답지 않죠. 대길이가 넋 놓고 우는 송태하에게 화살을 겨누는 포졸을 죽이지 않았다면 송태하는 죽었을 것입니다. 송태하는 이대길 때문에 여러 번 목숨을 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언년이를 빼앗아 간 송태하인데, 그를 구해준 것은 대길이가 대인배라서일까요? 아니죠. 바로 언년이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가운데 황철웅은 무사 다섯명과 함께 끈질기게 송태하를 추격합니다. 수원 이재준대감 집이 이미 피바람이 한바탕 몰아친 것을 보고 살아 있는 관군을 심문해 한섬이 죽었고, 한섬이 장례를 위해 송태하가 산으로 갔다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냅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산에서 한섬의 가묘를 발견했는데, 소나무 송진이 마르지 않은 점, 그리고 한양으로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가서 말을 빌려 타고 간 것까지 알아내 황철웅도 말을 빌려타고 본격적으로 송태하를 추격합니다.

여느 때 같으면 이대길이나 언년이가 엔딩신에 등장했는데, 어제 21회 엔딩신은 황철웅이었습니다. 이는 오늘(18일) 방송되는 22회가 황철웅이 주인공이 되어 중심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황철웅은 1회부터 간간히 나오다 이대길이 추노질을 그만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황철웅이 제주도로 송태하와 원손마마를 죽이기 위해 갔을 때 바닷가에서 송태하와의 대결에서 패했지만 태하는 황철웅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황철웅을 죽였더라면 태하의 부하도 죽지 않았고 최장군과 왕손이도 부상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천지호도 죽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수원과 한양으로 가는 길에 황철웅에게 쫓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송태하는 ‘민폐언년’에 버금가는 ‘민폐태하’네요.


22회 예고를 보니 황철웅은 결국 이대길과 송태하와 한양에서 맞부딪힙니다. 세 사람의 화려한 무술 대결은 극 종반에 대미를 장식할 것 같은데, 황철웅은 누구의 칼에 죽을까요? 악당도 죽지 않고 끝날 때가 많잖아요. 설마 황철웅이 이대길과 송태하를 다 죽일까요? 제작진이 그동안 조연급 연기자들을 너무 많이 죽이다 보니 겁나네요. 사실 황철웅은 ‘살인귀’로 무고한 인명을 많이 죽여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보면 참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뇌성마비 아내와 결혼해 좌의정 이경식의 사위가 되었지만 사위까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용하는 것을 알고 결국 장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어제 황철웅을 보니 너무 똑똑한 악역입니다. 대길이와 태하가 한섬을 묻어주기 위해 산으로 갔다는 것, 그리고 태하가 한양 반대방향으로 말을 빌리러 갔다는 것을 유추해 낼 때는 섬뜩했습니다. 이종혁은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고 있지만, 황철웅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주인공 장혁 그 이상의 연기력 만큼은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추노>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이종혁의 살인귀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Posted by 피앙새♡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살인귀란 별명 답게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잘 해내는 것 같습니다.

    점점 추노도 끝나가서... 아쉬워집니다.

  2. 진상이죠..송장군은-,.-;;
    진상커플입니다;;정말로;;;..

  3. 으헉 추노를 또 깜박했넹 미쵸미쵸~~
    스포만땅이죠? 스크롤 확 내려버렸음 ㅋㅋ

  4. 황철웅의 다스베이더 생각나게 하는 배경음악도.. 멋지고..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5. 요 최근들어서는 대길이 대신 송장군이 스턴이 많이 걸리네요ㅎㅎ
    그렇다고는해도 송태하가 대길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것은 아니죠.
    오히려 따지고보면 대길이가 10여년 전부터 송장군에게 도움을 받고 다녔죠.

    병자호란때 오랑케가 쳐들어와서 군인들이 언년이 끌고갈때 대길이는 질질짜고있었고
    위기의 순간에 태하부대가 들어와 송태하가 대길이와 언년이를 이때 이미한번 구해줬었고.. 얼마전 대길이 사형대에 목매였을때도 송씨가 칼던져서 끊어줬었죠

    게다가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송장군 캐릭터 특징이 자기 부하들 형제처럼 끔찍히 아끼는 설정인데, 눈앞에서 이미 광재도 죽어가는거 보고, 한섬이까지 죽어있으니 설정상 답답하기는 해도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질질 짤수밖에 없었을겁니다 ^^;;

    물론 제주에서 송씨가 황철웅을 그때 죽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테지만
    그러면 드라마가 진행이 안되겠지요 ^^;; 너무 질질 끌어도 문제지만 극 진행을 위해서 또 송장군이 우리나라 백성은 안죽인다는 신념과 전장을 함께누빈 벗이라는 이유로철웅일 살렸다고 보면 되겠지요

  6. 송태하 장군은 이제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죠. 2010.03.18 10:5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끼는 수족은 다 죽었고 자신은 아직도 노비신세인데다
    인조가 죽지 않고서는 복권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죠.
    이미 송태하한테는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이젠 장군도 뭣도 아무것도 아니죠.

    자신의 존재감이 없어져 버린 거예요.
    그런 사람이 노비로 자신의 목숨을 끈질기게 연명하면서
    복권될 날까지 씩씩하게 잘 살 수 없을 거예요.
    송태하는 지금 죽고 싶을 겁니다.
    이젠 목표고 뭐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도대체 송태하는 무얼 붙잡고 살아야 되는 걸까요?

    송태하에게 남은 건 의로운 죽음 뿐이예요.

    대길은 세상이 지랄 맞아도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나름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죠.
    대길은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도 희망을 붙잡고
    거친 세상을 헤치며 끈질기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결국 대길이 같은 사람이 살아남아서
    이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게 아닐까 싶네요.

  7. 감독의 특징을 봤을 대 결국 악역이 살아남는 구조를 한성별곡에서 보여주곤 했습니다.(이천희가 악역인지는 좀 생각해봐야 겠지만 김응수는 확실히 악역이었고 살아남았습니다.)
    한성별곡에서 감독은 실패한 혁명을 보여줬습니다. 희망을 조금 주긴 했지만 사실 희망이라기보단 절망이 더 컸었던 게 사실입니다.
    시사in에 인터뷰한걸 보니 이번에는 조금 더 희망의 메세지를 키울 듯한 예정입니다. 실패한 혁명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