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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세상에서 가장 슬픈 준혁의 짝사랑

by 피앙새 201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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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의 짝사랑이 왜 이렇게 슬프게 끝날까요? '지붕킥'을 보면서 준세커플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포를 통해서 4각 러브라인이 모두 비극적인 결말이 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준혁의 짝사랑만큼은 시트콤이 아니라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이별 장면보다 더 슬프네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사랑 고백이 결국 이별을 고하는 말이 되고 말았어요. 놀이공원에 놀러갈 때까지만 해도 준혁은 정말 들뜨고 좋아했는데... 이민을 간다는 세경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백허그를 하는 장면은 정말 슬프고도 멋졌습니다. 준혁이의 슬픈 백허그 장면을 보니 '지붕킥'의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해피 엔딩보다 세드 엔딩을 좋아하는 제작진이 밉기만 하네요.

지훈에게 이민을 간다고 하며 지훈과의 짝사랑을 깨끗이 정리한 세경이가 이번에는 반대 입장이 되었어요. 세경이는 준혁이가 자기를 짝사랑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93회에서 준혁은 밤 늦게 세경이 방에 노란목도리와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몰래 넣었다가 나중에 편지를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편지는 사실 세경이가 읽었을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세경이는 준혁이 방에 노란 목도리를 들고와서 '이거 고맙지만 저 목도리 있는데요...'라고 말하죠. 세경이는 준혁이가 목도리를 준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준혁이가 '그걸 어떻게'라고 말하자 깜짝 놀랐는데요. 세경은 준혁이가 두번이나 왔다갈 때 잠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세경이는 그 이전부터 준혁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지붕킥' 123회는 준혁과 세경, 광수의 인나의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중 준세커플의 사랑이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을 겁니다. 고등학생으로서 자기집 가정부로 일하는 세경을 좋아했지만 드러내놓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 신분에서, 그것도 가정부를 좋아한다고 말해야 순재네 집에서 이를 용인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정음이가 서운대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순재네 가족들은 모두 정음과 지훈의 교제를 반대했습니다. 정음이가 지훈이와 결별을 선언한 것도 사실 순재네 집안의 반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음이는 사랑하는 지훈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한 것입니다.

그럼 준혁이는 어떤가요? 사춘기 시절 호기심으로 세경이를 사랑한 것일까요? 세경을 향한 준혁의 짝사랑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지붕킥' 종영을 앞두고 슬프게 끝났지만 4각 러브라인 중 준혁의 사랑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세경은 다음주 이민을 가야하는데, 지훈이 외에 순재네 가족 아무도 모르는데 가장 먼저 준혁에게 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순재네 가족 중 누구보다 슬퍼할 사람이 준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준혁에게 모의고사 시험이 끝나면 놀이공원에 가자고 부탁했는데, 처음에 준혁이는 자기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내 놀이공원으로 놀러가자는 세경의 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준혁이는 하늘을 날듯 기뻤을 겁니다. 준혁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아닙니까?

준혁은 세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고, 세호는 짝사랑을 고백할 절호의 기회라며 준혁의 기분을 더 한층 들뜨게 했습니다. 세호의 말대로 세경이가 고백해 달라고 밥상까지 차려준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그 밥상은 마지막 밥상이 되고 말았어요. 준혁은 밤새 세경에 대한 사랑 고백연습까지 하며 들뜬 밤을 지샜습니다. 물론 세경이도 잠을 뒤척이며 어떻게 준혁에게 이민 얘기를 할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시험이 끝나고 세경과 준혁은 다시는 오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을 타며 놀 때는 이별의 비극을 앞 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경이는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 겁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준혁은 마냥 신나고 즐거워 했습니다.



그렇게 달콤했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비극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준혁과 세경은 벤치에 앉아 서로에게 할 말이 있었다는 듯 말을 하려다가 둘이 동시에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준혁이가 먼저 말을 했으면 좋았는데, 세경이가 먼저 이민을 간다고 말했습니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준혁의 짝사랑 고백을 제작진이 미리 막은 건가요? 세경이는 아빠가 오시는 대로 곧 외국으로 떠난다고 했습니다. 준혁에게 미리 말을 해야할 것 같아서 편하게 놀이공원으로 온 것이라는 세경의 말은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는 거죠. 세경의 말을 들은 준혁은 짝사랑 고백을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벤치에서 일어나 바로 가자고 했습니다. 세경과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준혁의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세경의 이민 얘기를 들은 준혁은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세경이는 이민 얘기를 한 후 준혁에게 '할 말이 있었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준혁이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버스에서 내려 세경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는 세경과 함께 걷지 못할 이 길을 준혁은 가능한 천천히 걷습니다. 그러나 세경은 준혁의 마음도 모르고 저 멀리 앞서갑니다. 준혁은 눈물을 흘리며 걸어오다가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세경에게 달려가 등 뒤에서 슬픈 백허그를 하며 닭기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짝사랑을 고백합니다.

"누나 (이민) 가지 마요! 나 누나 좋아해요... 그러니까 가지마요... (제발~)"

준혁의 마음을 알고 있는 세경이도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준혁이가 고백하는 그 순간은 세경이도 이민을 가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멜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준혁의 눈물은 그 어떤 연인들의 이별보다 아팠습니다. '지붕킥' 제작진은 강도높은 최루탄으로 결국 준세커풀도 비극으로 끝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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