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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짝사랑에서 깨어난 세경

by 피앙새 201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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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붕킥’ 121회는 종영을 앞두고 반전을 의미하는 장면들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지훈이가 정음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데, 세경이가 지훈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고, 둘째는 세경이가 과연 이민을 떠날까 하는 것입니다. 지훈이가 정음과 헤어진 후 곧 바로 세경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시청자들이 방송 후 지훈을 ‘×자식’이라며 폭풍 비난을 퍼붓고 있는데, 매너남 지훈이는 졸지에 바람둥이로 몰리고 있습니다. 다음주 종영을 앞두고 제작진이 결말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는데, 기획의도대로 세경의 성장 과정을 다루고 끝날 듯 합니다. 그 이유를 한번 볼까요?

첫째 지훈이 ‘×자식 이지훈’으로 몰리며 시청자들의 ‘폭풍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정음과 헤어지기 힘들어하던 모습과는 달리 지훈이가 하루 만에 세경에게로 마음이 돌아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 때문에 지훈은 졸지에 ‘×자식’ 이지훈이 될 위기에 처한 거죠. 반전도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긍이가 가야합니다. 정음이와 헤어진 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들어와 다음 날 바로 세경에게 급 러브모드로 가는 지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무리 시트콤이지만 정음과의 사랑을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끝낸 것은 지정커플의 분노게이지를 최고로 올려놓고 말았어요.


정음이가 핸드폰에 지훈을 ‘×자식 이지훈’이라고 해놓은 것도 지훈이가 바람둥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세경은 원양어선을 타러 간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는데, 그 편지내용에 ‘이민’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훈이는 세경이 몰래 그 편지를 봤는데, 지훈이는 세경에게 ‘이민을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훈이가 세경에게 이민을 가지 말라고 한 것을 두고 세경에 대한 사랑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죠.

지훈의 회상신을 보면 세경이가 지훈에게 받은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린 후 슬프게 울고, 사랑니를 빼던 세경에게 ‘너 누구 좋아하니?’라고 묻자 세경이가 부끄러워 하는 것 등이 나오는데요. 이것은 지훈이가 세경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세경이가 처음 순재네 가정부로 들어오게 된 후 그동안의 일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 회상신을 보고 '지정팬'들은 지훈이가 갑자기 세경을 좋아한다며 ‘×자식 이지훈’으로 몰고 갔는데요, 낚시에 속은 것입니다. 회상신 후 나온 지훈과 세경의 행동을 보면 이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훈과 세경의 행동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잖아요.


지훈이는 세경이가 잊어버렸던 빨간 목도리도 찾아서 세경에게 돌려주었지만, 세경은 지훈의 생일날 전해주지 못한 LP음반과 함께 ‘그동안 저한테 주신 것들 감사드려요’라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지훈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입니다. 이 편지를 보고 지훈이가 세경에게 이민을 가지 말라고 했는데, 언뜻 보면 지훈이가 하루 만에 정음이를 잊고 세경에게로 마음이 간 듯 보입니다. 지훈이는 정음과 헤어지기 전에 매일 저녁 정음이 집 앞에서 기다리며 애틋한 마음을 보여주었었는데, 이렇게 빨리 정음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나요? 이것은 말도 안되지요. 지훈이를 '나쁜 자식'으로 생각한 것은 제작진의 낚시에 속은 것입니다. 지훈이가 세경이가 잃어버렸던 빨간목도리를 병원 분실물센터에서 우연히 찾아 세경에게 돌려준 것을 보고 지세커플의 연결을 생각할 수 있지만 목도리 사랑은 더 이상 연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훈이는 세경에게 이민을 가지 말라고 했을까요? 지훈이는 정음이와 헤어진 뒤 마음 둘 곳이 없는데, 세경이까지 훌쩍 이민을 간다고 하니 너무 서운한 마음에 ‘가지 말라’고 한 것일 뿐입니다. 정음이를 너무 어이없게 떠나보낸 지훈이가 그동안 정들었던 세경이마저 훌쩍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 것 뿐입니다. 세경은 지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떠날 것입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또 세경이가 이민을 가야 합니다. 지훈이는 세경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지세커플'을 연결하기에는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종방을 일주일 앞두고 정음과의 러브라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지세커플로 가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지훈이 정음이를 사랑한 것은 너무 우연적인 요소가 많았고, 결과론적으로 지정커플은 세경의 성장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세경의 성장과정을 다룬 기획의도대로 결말 지으려면 지훈과의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보다 짝사랑에 대한 아픔을 안고 이민을 떠나는 것이 맞지요. 지훈이 역시 세경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 것 뿐이지, 세경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연민의 정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세경이는 그동안 짝사랑 해오던 지훈이가 완벽한 줄 알았는데, 술 먹고 떡실신이 된 채 추태를 부리는 등 환상에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경이가 봐오던 지훈의 모습은 허상일 뿐이었고,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세경이는 미술관 에피에서 지훈이가 정음과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마음을 정리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의 편지를 보고 이민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면서 눈물을 글썽인 것은 지훈에 대한 짝사랑을 완전히 정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주 내내 정음이 지훈과 헤어지고 난 뒤 정음의 눈물겨운 갱생기(?)를 다루었는데, 이것도 결말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습니다.

'세경은 어린 동생 신애를 위해서도 이민을 가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길을 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공부하며 더 한층 성숙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세경은 순재네집 식모살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제작진이 종영 일주일을 앞두고 이제 세경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기획의도대로 세경의 눈물겨운 성장기로 결말을 지으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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