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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황정음, ‘민폐정음’이 된 이유

by 피앙새 201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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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붕킥’ 종영이 약 2주 남았네요. 방송 초기에는 제목 그대로 인기가 ‘거침없이’ 지붕을 뚫을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붕을 뚫다가 힘에 부쳤나요? 아이디어 부족 때문인지 식상한 ‘지정’, ‘준세’ 러브라인을 가지고 계속 ‘왔다 갔다’로 시청자를 우롱하는 듯 하고, ‘꽃보다 남자’에서 본 듯한 지훈의 구두선물 에피는 신선함이 떨어지고, 황정음의 갑작스런 캐릭터 변경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붕킥’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황정음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방송 초기 황정음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그 인기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자승자박이 되고 있습니다. ‘지붕킥’이 ‘지붕뚫고 황정음’이란 말이 나올 정도면 이제 황정음에 식상했다는 말입니다. 황정음의 반복되는 애교 연기가 이제 그 한계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황정음의 캐릭터가 종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바뀌고 있습니다. ‘된장녀’ 정음에서 ‘이태백’ 정음으로 가고 있는 것은 황정음의 토끼 애교가 이젠 재미보다 주먹을 부르는 애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듣기 싫은 법인데, ‘지붕킥’은 황정음 시트콤이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즉, ‘지붕킥’ 인기 일등 공신 황정음이 ‘민폐정음’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민폐정음’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작진의 자업자득입니다. ‘지붕킥’이 낳은 최고의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황정음입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황정음의 이미지를 과소비했습니다. 요즘 황정음은 ‘지붕킥’에서 연기한 토끼애교와 오버 연기를 예능과 CF에서도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식상함’과 ‘지루함’을 주고 있습니다. 황정음 분량이 늘어나면서 ‘지붕킥’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황정음에게 ‘과유불급’이란 말이 딱 맞습니다. 이제 그녀의 혀 짧은 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입니다. 제작진도 물론 이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황정음 캐릭터가 ‘애교정음’에서 ‘캔디정음’(집안의 부도로 된장녀를 벗고 생계형 알바를 뛰고 있음)으로 급격히 바뀐 것도 그녀의 과소비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황정음은 애교 바이러스에 대항할 강력한 백신주사(캔디정음)를 놓아도 그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황정음의 과소비된 이미지에 식상해진 나머지 왠만한 변신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정음의 황정음에 의한 황정음을 위한 에피 위주로 ‘지붕킥’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제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집이 부도를 맞아 명품 옷과 구두를 팔고, 애견 해릿까지 팔아야 한다며 신세타령을 하고, 앞으로 헤쳐 나갈 세파에 힘들어하며 눈물을 흘릴 때 정음의 감정에 솔직히 동화되기 힘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황정음의 이미지는 ‘토끼애교’와 ‘오버액션’으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슬픈 연기를 하는 황정음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어제 115회에서 황정음은 이 시대 가장 불쌍한 대학생으로 나왔습니다. 집은 부도를 맞고, 서운대를 졸업하고 이력서를 수백장 내도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지고, 지갑은 텅텅 비어 마음마저 배고픈 청년 백수입니다. 인나와 줄리엔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이미 명품 구두와 옷은 다 팔았습니다. 딱 하나 남은 구두도 커피를 쏟아 얼룩이 졌지만 바꿔 신고 다닐 구두 하나 없습니다. 지훈은 정음이가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뷔페식사 초대권도 배고픈 정음이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것이고, 구두선물도 정음이가 갈아신을 다른 신발이 없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챈 겁니다.


제작진은 과소비된 황정음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행사도우미 등 캐릭터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민폐정음’이 되고 난 뒤였습니다. 처음에는 황정음의 귀엽고 깜찍한 애교연기가 먹혔지만 ‘지붕킥’ 정음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 CF모습에 식상함이 지붕을 뚫고 있는 겁니다. 황정음 하면 ‘오버’, ‘애교’만 생각나도록 제작진이 그의 에피를 너무 한 쪽으로 몰고 온 것입니다. 유감스럽게 황정음은 ‘지붕킥’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반대로 ‘지붕킥’ 때문에 연기자로 성장하는데 아킬레스건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황정음이 첫 정극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며, 연기자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만들 수도 있지만, 과소비된 ‘애교’ 이미지로 봐서는 어렵다는 전망을 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붕킥’에서 황정음이 ‘민폐정음’이 된 것은 결국 제작진의 책임 아닐까요? 아직도 아직도 제작진은 황정음 불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미가 좀 떨어졌다 싶으면 ‘황정음 에피면 성공’ 한다는 생각으로 여지없이 정음 에피가 등장합니다. ‘지붕킥’ 주인공이 황정음인가요? 연기대선배 이순재, 김자옥, 오현경, 정보석 그리고 신세경, 윤시윤, 최다니엘 그리고 아역 진지희, 서신애 등 모두가 하나같이 독특한 재미를 주는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황정음이 이들을 모두 조연으로 전락시키며 자신은 정작 ‘민폐정음’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2주 동안은 ‘민폐정음’보다는 출연진 한 명 한 명을 골고루 조명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골소녀 세경과 신애의 성장 드라마라는 기획의도와는 달리 황정음만의 성장드라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노린다며 제작진이 너무 극적인 엔딩(죽음, 유령설 등)을 추구한다면 ‘지붕킥’조차 ‘민폐시트콤’이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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