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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서운대생 황정음 눈물의 의미

by 피앙새 201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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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붕킥’ 110회는 시트콤이 아니라 시사고발 재연 프로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학벌 사회를 비판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생과 서운대생의 차이를 하늘과 땅 차이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생과 서운대생 차이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에 의해 결정됩니다. 누가 더 고등학교 교과 내용을 머릿속에 많이 알고 있느냐가 진학의 관건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외를 해도 무조건 서울대생이 잘할 거라는 편견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붕킥’에서 고등학교 현직 교사인 이현경조차 서울대생이 최고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서운대생임을 당당히 밝힌 정음을 일거에 내쳤습니다.

정음의 서운대생 아킬레스건이 종영을 앞두고 드디어 터지고 말았네요. 정음이가 준혁의 과외를 위해 순재네 집에 들어간 것도 사실 해프닝이었죠. 정음이가 키우던 개가 명품구두를 물어뜯는 바람에 그 구두값을 갚기 위해 ‘서운대생’이라고 적힌 과외 전단지를 붙였는데, 바로 그 위에 밑에 전화번호만 남긴 채 ‘서울대생’ 과외 전단지가 붙는 바람에 졸지에 서울대생이 되었습니다. 물론 정음이가 애초에 서운대생임을 밝혀야 했지만 그놈의 구두값 갚을 욕심에 그냥 서울대생으로 과외를 해온 것입니다.


정음이가 서운대생임을 밝히자, 현경은 정음이를 고발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고 당장 나가라고 했습니다. 사실 정음이가 끝까지 서운대생임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어요. 정음이가 말했듯이 나중에 지옥가기 싫어 고백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정음은 양심이 살아 있는 대학생입니다. 일부러 학벌 위조해가며 좋은 대학, 일류 회사에 취직하려는 학생들도 많잖아요.

비록 정음이는 서울대생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 때문인지 누구보다 과외 준비를 열심히 했고, 준혁의 과외 뿐만 아니라 든든한 친구로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습니다. 준혁이도 처음에는 정음을 완강히 거부하다가 한 두 번 과외를 하다보니 정음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 어느새 ‘형’이라 부르며 대학 진학의 든든한 조력자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준혁이는 정음이가 서운대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정음의 학교까지 가서 서운대가 정말 볼품 없는 학교라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준혁의 담임선생님이 준혁이가 서운대 정도 갈 수 있는 실력이라고 하자, 준혁이는 기겁을 했습니다. 죽어도 서운대는 가기 싫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정말 실력 없는 사람들이 가는 학교인가 봅니다. 그런데도 준혁은 정음이를 무시하거나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준혁이는 소위 일류대생들에게 지식을 전수받기 보다 친구같은 과외선생님을 원했고, 정음이가 딱 그런 선생님이었습니다.

어제 정음이가 서운대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가장 실망한 사람은 이현경이었습니다. 그녀가 실망한 만큼 ‘지붕킥’ 애청자인 글쓴이 역시 실망했습니다. 극중 현직 교사가 서운대생 정음을 그렇게 무시한다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겠습니까? 지난해 수능시험 응시자수가 65만여명입니다. 이중 소위 ‘인(in) 서울권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은 5만명도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경이가 선호하는 서울대생은 불과 0.007%에 불과합니다. 서울대 등 일류대만을 좋아한다면 99% 이상의 학생들은 뭐가 되는 건지요? 그리고 100명중 99명이 서울대 가지 못하는 현실인데,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합니까?


현경의 눈에는 서울대생이 아니면 모두 ‘루저생’으로 보는 건 아닌지요? 현직 교사라면 지식보다 인성, 인격, 미래에 대한 꿈을 갖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현경은 준혁에게 오직 좋은 대학만을 가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우리 사회 보통 어머니들의 모습입니다. 그저 가볍게 웃어넘기며 보는 시트콤에서도 서운대를 우습게 보는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겠지요? 서운대생 정음이가 서울대생보다 준혁을 더 잘 가르쳐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는 반전이라도 있나요? 정음이가 쫓겨난 후 준혁이가 현경에 말했잖아요. 먼저 일류대 과외선생님보다 정음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고요.

이것은 일류대라고 해서 무조건 다 잘 가르친다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 거 잖아요. 그렇다면 정음이가 다시 기회를 달라고 했을 때 현경은 받아들였어야 합니다. 현경의 눈에는 서운대생 정음이는 무조건 공부를 못하고, 가르치는 것도 못하고, 취업도 못하는 등 모든 게 '수준 이하'로 보였나 봅니다. 정음이를 무시하는 현경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 사회의 폐단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봤습니다. 정음이가 뒤돌아 나오면서 흘린 눈물은 우리 사회 모든 학벌 피해자들의 눈물이었습니다.


‘학벌보다는 학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외침은 늘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지붕킥’에서 정음은 학벌보다 학력이 더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서울대생이 아니더라도 영어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 가르쳤고, 낙제점수를 92점까지 올렸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게 다 정음의 덕은 아닙니다. 세경을 좋아해서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준혁이가 열심히 한 측면도 있습니다. 동기야 어찌되었든 간에 서운대생이라고 양심선언(?)을 한 정음이를 단 칼에 내쳐버린 현경이가 바로 '학벌' 위주로 가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 아닐까요?

준혁의 말이 아직 귓가를 떠나지 않네요. '서울대면 어떻고, 서운대면 어때? 서운대생은 과외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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