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추노, 기생 찬의 정체는 노비당의 당수?

by 피앙새 2010. 2. 19.
반응형
추노패 최장군과 왕손이의 죽음을 두고 진짜 죽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연예뉴스에 김지석과 한정수가 21회차까지 촬영을 한 뉴스가 나온 것을 보니 죽지 않았네요. 어제 14회차를 보면서 왕손이와 최장군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제작진이 던진 미끼였네요. 하긴 뭐 한 두 번 미끼를 날려야죠. 대길이와 언년이의 만남만 해도 벌써 얼마나 많이 속은 지 몰라요. 큰놈이가 대길이 집에 불을 지른 후 10년이 흘렀는데, 대길과 언년이가 만날 듯 만날 듯 하다가 시청자들의 애간장만 잔뜩 태우며 어느새 14회가 지났네요. (추노는 총 24부작으로 예정)

왕손이와 최장군의 죽음, 그리고 대길과 언년이의 만남 등은 이미 다른 분들이 리뷰를 다 했기 때문에 오늘은 색다른 얘기를 해보려구요. 바로 좌의정 이경식의 기생으로 나오는 찬(송지은)입니다. 기생 찬은 2회때부터 등장했는데, 추노패들 얘기와 달리 이경식과 함께 정치판의 깊숙한 얘기를 끄잡아 내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어요. 기생 행수 찬 역할을 하는 송지은은 분장을 잘 해서 그런지 영락없는 조선시대 최고의 기생 포스가 묻어납니다. 송지은의 부모님마저 그녀를 보고 딸이 아니라 행수 기생처럼 보인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글쓴이는 기생 찬을 볼 때마다 제 3공화국 당시 정인숙이 떠오릅니다.


정인숙이 누구입니까? 제 3화국 당시 고급 요정에서 일하던 여인입니다. 그런데 총을 맞고 의문을 죽음을 당했지요. 이것이 세칭 ‘정인숙 사건’의 발단입니다. 당시 정인숙은 정부 고관대작들을 상대로 요정정치를 펼쳤는데, ‘정인숙 비밀수첩’에서 당시 총리 등 고위층의 이름이 26명이나 나왔으니 세간의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아직도 그 전모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어요.

여기서 쾌쾌 묵은 3공화국때 얘기를 다시 꺼내려는 건 아니고요. 정인숙과 같이 <추노>에서 요정정치를 펼치는 기생 찬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좌의정과 함께 나오며 대화를 나누는 찬을 볼 때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박한 기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찬의 기생집은 고관대작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정치, 경제, 사회 등 고급정보들을 교류하는 곳입니다. 이른바 요정정치죠. 좌의정 이경식이 찬의 기생집에서 이런 저런 나랏일을 넋두리처럼 늘어놓기도 하고, 첨지들이 모여 매관매직을 모의하기도 합니다. 좌의정은 오늘날로 말하면 국무총리격이죠. 행수 찬은 이런 정보들을 다 조합해 조선의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기생입니다.


요즘은 ‘권력은 총구가 아니라 정보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행수 찬은 조선시대 진정한 권력자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찬의 정체를 두고 노비당의 당수라는 추측이 떠돌았었는데, 최근 송지은의 인터뷰를 보니 당수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추노 감독이 송지은에게 ‘네가(기생 찬) 죽이라고 해서 하나씩 죽이고 있다. 잘해라’고 말한 것을 보니 이건 대형 스포일 가능성이 큽니다. 업복이가 속한 노비당에서 하루에 한 명씩 양반 사냥을 하는 것은 모두 기생 찬의 지시라는 겁니다. '양반 누구를 죽이라'는 비밀지령을 화살편지로 전달한 사람이 기생 행수 찬이라니, 조금 놀랍습니다.

그런데요, 기생 찬이 단독으로 양반들을 차례로 죽이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기생 찬은 명목상 당수고, 실질적인 당수는 좌의정 이경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경식과 기생찬은 깊숙한 정치 얘기를 많이 나누며 기생과 고관대작을 떠나 아주 친밀하게 보입니다. 좌의정이 찬에게 ‘무서운 년이로고...’, ‘네년이 사내로 태어났으면 나라를 말아먹었을 거야’라고 한 말은 찬을 기생이기 이전에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는 말입니다. 즉, 기생 행수 찬은 좌의정 이경식의 정치적 동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14회에서 찬의 기생집에 강력한 기생(제니)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평양 제 1의 기생이 찬의 집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생의 포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행수 찬을 뛰어넘을 기세입니다. 이경식 앞에서 ‘어제까지는 평양 제1의 기생이었지요. 오늘부터는 조선 제1의 기생이 되려하오니 대감께서 돌봐주시길 기대하옵니다.’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좌의정 이경식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기생 제니의 포스를 예의 주시했는데요, 행수 찬은 제니에게 ‘절대 그분(이경식)과 눈을 맞춰서는 안된다’며 금기사항을 이야기하죠. 나라를 움직이시는 분이니 다른 곳에 신경을 쓰도록 하면 안된다는 것인데, 실은 기생 찬이 요정정치의 주도권을 빼앗기기 않겠다는 뜻이며, 이경식을 말아먹고 있는지 모릅니다.


<추노>가 이제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노비를 쫓던 때와 달리 이제 대길이가 정치판으로 뛰어들어 노비잡는때와 달리 복잡 다단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속에서 기생행수 찬이 어떤 키를 쥐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노비당의 비밀 지령을 전달하는 인물은 확실한데, 좌의정과 어떤 관계일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추노>의 후반부 스토리 전개를 풀어갈 아주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기생 찬의 출생의 과거, 그리고 어떻게 기생이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나온 것이 없어서 그녀의 정체, 앞으로의 역할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