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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추노, 쌩뚱맞은 오지호-이다해 키스신

by 피앙새 201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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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추노> 10회는 전반부의 긴장감을 후반부 엔딩 부분에 나온 오지호와 이다해의 쌩뚱맞은 키스신으로 맥빠지게 만들었습니다. 9회에서 백호, 윤지, 만득이 등 비중 있는 조연들의 죽음에 이어 어제도 한섬이가 좋아하던 궁녀까지 죽어 지루하게 느껴지던 극 전개에 큰 반전이 있겠구나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대길이(장혁)가 언년이(김혜원) 오라버니 큰놈이(김성환)를 죽이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승부도 나지 않는 송태하와 황철웅의 바닷가 대결신 후 송태하가 언년이를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뭥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손마마를 모시고 한시가 급하게 제주도를 탈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가파른 돌산을 다시 올라가 키스라니요?

송태하와 언년이는 지금 황철웅과 관군에게 쫓기는 입장입니다. 원손마마(석견)를 구해 제주도를 탈출해서 나라를 개혁해야 합니다. 대의를 위해 제주로 내려가는 송태하가 왜 언년이를 데리고 가는지도 이해를 못하는데, 큰 일을 앞두고 언년이와 염분이 난 것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송태하 캐릭터를 웃기게 만들었습니다. 원손마마를 죽이러 온 철웅은 한섬을 발견한 후 옆에 있던 궁녀를 창을 던져 죽입니다. 한섬이 좋아했던 궁녀도 단 2회 만에 죽음으로 하차했네요. 한섬은 원손마마를 모시고 도망가다 바닷가에서 철웅과 일전을 벌입니다. 한섬의 무술도 대단하지만 황철웅의 칼솜씨는 한섬이 당해낼 도리가 없습니다. 한섬이 죽을 힘을 다해 버티다가 철웅의 칼에 죽을 위기에서 송태하가 나타납니다.


한섬과 싸우던 철웅은 이제 체인징 파트너 송태하와 목숨을 건 운명의 대결을 펼칩니다. 태하와 철웅이 싸우고 있는 동안 언년이는 태하가 두고 간 칼을 발견합니다. 태하가 전에 말했죠. ‘무사는 칼을 버리지 않습니다. 만약 떠난 자리에 칼이 있다면 다시 돌아온다’는 말에 언년이는 태하의 칼을 들고 바닷가 바위산 위에서 기다립니다. 태하는 황철웅과 오랜 시간 대결을 펼친 끝에 황철웅을 쓰러뜨립니다. 태하의 칼을 맞고 쓰러진 철웅은 이제 한 방이면 훅 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태하는 ‘더 이상 쫓지 말라’며 철웅을 살려둡니다. 원손마마를 죽이기 위해 제주까지 온 철웅을 죽이지 않은 것은 우정 때문인가요?

태하는 한섬, 원손마마와 함께 뗏목을 타고 유배지 제주를 탈출해야 하는데 그 긴박한 순간에 태하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며 한섬에게 기다리라고 합니다. 바로 언년이 때문입니다. 태하는 만약 약속 시간까지 오지 않으면 태손을 모시고 떠나라는 말을 남기고 언년이에게 달려갑니다. 한섬은 자기는 도망친 놈인데, 송태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꼭 데리고 올 사람을 챙기니 '나라를 세울만한 사내대장부'라고 칭송을 합니다. 한섬의 칭송대로 태하는 나라를 세울만한 대장부일까요? 태하는 언년이에게 오더니 갑자기 러브틱한 눈빛으로 언년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언년이와 눈이 맞더니 갑자기 껴안습니다. 포옹으로 성이 차지 않았나요? 언년이와 키스까지 하네요. 위급한 상황에서 이런 키스신이 나올게 뭡니까?


포옹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달달한 여운이 있어 좋았을텐데, 남녀가 유별한 조선시대에 키스신을 남발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동안 송태하를 쫓아다녔다고는 하나 서로의 감정 교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다해가 송태하에게 입술을 맡긴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빠른 전개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길이와 못다 이룬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차돌맹이를 항상 지니고 다녔는데, 차돌을 잃어버려서 그랬나요?(물론 이 돌맹이를 땅에 떨어뜨려 잃어버릴 때 예상했지만) 신분을 뛰어넘는 대길이와의 사랑을 무려 10년간 간직하며 애절하게 대길이를 그리워했는데, 한 순간에 태하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언년이 캐릭터가 너무 가볍고 지조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송태하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언년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언년이가 거절하길 바랬어요. 아니 적어도 한번쯤은 거절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하지 않나요? 지금까지 오직 대길이만 가슴에 품은 언년이의 지조와 절개 있는 성품을 한 순간에 바다로 던져 버리는 느낌입니다. 이다해는 노출 때문에 선정성 논란에 빠졌었는데, 이런 엉뚱한 장면 때문에 ‘추노’가 선정성 오해를 받는 게 아닐까요?

러브신은 시청자가 볼 때 공감해야 하는데, 오지호-이다해의 키스신은 전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할 듯 말 듯 애틋하게 전개돼오던 송태하-언년이의 사랑을 졸지에 싼티 나는 사랑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아직 ‘추노’ 끝나려면 멀었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이렇게 공감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키스신을 집어넣었나요? 송태하는 언년이와의 키스신 하나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곧고 바른 장수, 임금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장수의 포스가 무너졌습니다.


태하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나와 노비로 전락했을 때 깨끗하게 죽지 못한 이유는 나라를 바꾸기 위한 대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원손마마를 위험에 빠뜨려가면서까지 꼭 언년이를 데리고 가야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키스신으로 전개되는 황당함에 드라마가 산으로 가다가 다시 바다로 빠지는 느낌이었으니까요? 한섬이 황철웅과 겨룰 때 제대로 버텨주지 못했다면 원손마마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원손마마가 죽으면 송태하가 구차하게 노비로 목숨을 연명해 온 명분이 사라지게 되죠. 어제 ‘추노’ 제작진은 송태하 캐릭터를 큰 것(대의)과 작은 것(언년이와의 사랑)조차 구별 못하는 멍청한 장수를 만든 것입니다. 한섬이가 송태하를 두고 ‘나라를 세울만한 사내대장부'라고 했는데, 태손이 위급한 상황에서 언년이와 키스를 하는 것을 보니 나라를 구하기는커녕 망하게 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사극에서 키스신을 남발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법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장혁은 큰놈이를 죽이고 미친 것처럼 절규하는 멋진 연기를 해주었는데, 쌩뚱맞은 키스신으로 인해 그 감정이 희석됐습니다. 한마디로 장혁은 죽을 똥을 싸면서 연기하고 있는데, 오지호-이다해는 원손마마의 안위는 뒤로둔 채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사랑 놀음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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