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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 비담의 마지막 말 '덕만아'의 의미

by 피앙새 200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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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극 <선덕여왕>이 종영됐습니다. 마지막 회는 예상대로 새드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주는 임팩트는 강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 ‘덕만아~!’는 어제 마지막 회에서 비담이 덕만 앞에서 피눈물을 쏟고 죽으며 한 말입니다. 덕만은 여왕으로 등극하기 전에 아무도 자신의 이름(덕만)을 부를 수 없고, 연모로 부른다 해도 반역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비담은 그 반역조차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해로 인해 이미 신국의 대역죄인이 된 마당에 덕만의 이름을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덕만을 향한 비담의 사랑은 진심이었습니다.

비담은 ‘덕만아!’라고 이름 한 번을 부르기 위해 실로 오랜 세월을 아파했습니다. 죽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아파했습니다. 죽기 전에 오해를 풀기 위해 전해야 할 말이 있었고, 그 말을 전하지 못한 사람 덕만에게 가야했습니다. 비담이 덕만이 있는 유신군 본영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험난했습니다. 21회때 처음 등장했던 그 ‘꽃그지’ 포스로 유신군을 추풍낙엽처럼 만들며 덕만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덕만까지 30보...’ 이제 덕만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유신군은 비담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월야의 화살이 비담의 가슴에 꽃히고 비담의 눈과 입에서 피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비담은 덕만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해야 한다며 마지막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덕만까지 10보’ 바로 코 앞에 덕만이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면 들릴 듯한 지척의 거리입니다. 그러나 화살을 맞고 칼을 맞아 소리 지를 힘 조차 없습니다. 신국의 폐하 덕만은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안타깝게 비담을 바라봅니다. 비담이 마지막 10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덕만을 두고 평생 연적이었던 유신의 칼이 비담의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덕만 앞에서 비담은 그렇게 비참하게 최후를 맞았습니다.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던 덕만은 비담이 유신의 칼에 쓰러지자, 눈물을 주르르 흘립니다. 아무리 신국의 여왕이지만 사랑하는 비담이 쓰러졌는데, 어찌 눈물을 주체할 수 있겠습니까?

비담의 죽음을 본 후 덕만은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비담 옆에 쓰러집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듯한 거리를 두고 연모했던 비담과 덕만이 쓰러진 것입니다. 비담은 신국의 역적으로 척살이 됐고, 그 죽음의 충격으로 덕만은 실신했습니다. 사흘 밤낮을 깨어나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던 끝에 덕만은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비담이 자기 앞에서 죽기 전에 유신에게 귓속말로 전하던 말이 바로 ‘덕만아’라는 것을 알고 다시 눈물을 흘립니다. ‘덕만아’라고 부른 것은 곧 자신에 대한 연모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덕만과의 연모를 이루기 위해 비담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염종의 세치 혀로 비담-덕만의 연모가 이루어 지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황실 시위무사 흑산이 폐하가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비담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입니다. 명활산성이 함락되기 직전 상황에서 신국의 대역죄인이지만 비담은 죽기 전에 덕만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비담이 덕만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덕만아'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추포를 당한 후에 덕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는데, 왜 굳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가며 덕만에게 가려고 했던 것일까요?

비담의 마지막 말 '덕만아'에는 자신의 오해로 인해 연모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반지까지 쥐어주며 난이 수습되면 반드시 다시 부르겠다던 덕만을 믿지 못한 것은 염종과 미생의 말한 대로 비담 자신이었습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덕만과의 연모가 깨진 것은 오직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비담은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산산히 부서지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덕만에 대한 미안함, 속죄하는 것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덕만 앞에서 더 처절하게 싸웠고, 장렬하게 죽은 것입니다. 죽기 직전에 비담은 덕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그 말이 바로 ‘덕만아’였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덕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덕만아’ 에는 또한 ‘덕만을 연모하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록 쉽지 않은 사랑이었지만 비담은 덕만을 바라보며 착한 비담이 되었습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였지만 덕만을 만나면서 악이 사라졌습니다. 비담에게 덕만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생모 미실에게 버림받고, 스승 문노마저 유신을 인정하면서 비담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버려졌다는 반항적 기질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비담에게 측은지심을 보여준 덕만은 비담에게는 삶의 희망이었고, 목표가 되었습니다. 덕만에게만은 버림받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야심을 버리고 순수한 비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덕만을 사랑하는 동안 비담은 살아가는 이유,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어제 종영된 <선덕여왕> 엔딩 장면은 비극의 극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비담과 덕만이 슬프게 이별을 할까 고심 끝에 내놓은 결말은 새드 무비의 전형이었습니다. 비담의 최후와 덕만이 죽는 모습 모두 제작진이 노리던 강한 임팩트가 충분했습니다. 사극 <선덕여왕>이 62회까지 오는 동안 초중반에는 미실이 드라마를 주도했고, 중후반에는 덕만이, 그리고 피날레는 비담이 장식했습니다. 비담 김남길이 국민 사극 <선덕여왕>의 마무리를 한 것입니다. ‘꽃그지’, ‘깨방정’ 포스 등 천의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김남길이 있었기에 미실 하차 후에도 <선덕여왕>은 시청자들에게 끝까지 사랑받은 사극으로 종영됐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당분간 월, 화요일에는 선덕여왕 후유증을 겪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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