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선덕여왕>이 끝난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질 않네요. 이제 2회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지난주 덕만과 비담의 애정신 이후 이번 주는 비담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비덕라인을 무참히 깨버린 염종은 비덕팬들의 공공의 적 1호가 되었습니다. 또한 궁지에 빠진 비담에게 “페하께서 정말로 너와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세치 혀로 비담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춘추는 비덕팬 공공의 적 2호로 부상했습니다. 비담은 덕만의 진심도 모른 채 염종과 춘추에 의해 오해를 한 끝에 결국 정변을 일으키는 건가요? 이렇게 되면 너무 허무한 거 아닌가요?

어제 인강전을 지키던 호위무사가 “신국의 적을 척살하라! 여왕 폐하 만세!”는 말을 듣고 비담은 자기를 죽이려는 것이 덕만이라고 오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염종이 다 꾸민 일이지요. 비담이 하늘도 무심하다는 듯 울부짓자, 옆에서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염종, 정말 밉더라구요. 한대 쥐어박고 싶었으니까요. 문노를 죽이고 삼한지세를 빼앗아갔을 때 염종을 단 칼에 베버렸어야 하는데, 결국 염종을 죽이지 못한 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씨앗이 지금은 너무 커버렸습니다.


<선덕여왕> 60회는 비담이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것과 덕만이 이제 병환으로 점점 기력이 쇠해져 다음주면 승하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습니다. 염종과 미생, 주진공, 보종 등 비담의 수하들은 염종이 꾸미는 일에 동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염종의 뜻대로 정변의 수순을 밟습니다. 역사는 ‘비담․염종의 난’으로 기록했을지 몰라도 드라마에서는 염종 단독으로 꾸민 정변입니다. 그러니까 비담은 염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덕만에 대한 오해로 유신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거 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덕만은 비담을 척살하라 명하고, 유신이 비담을 척살하기 위해 출동하고, 춘추는 비담에게 전의를 품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비담의 안타까운 죽음만 남겨두었습니다.

비담과 덕만의 아름다운 사랑은 물 건너갔습니다. 하여 가슴 아픈 이야기는 뒤로 하고 오늘은 돌아온 꽃그지 비담 포스에 대해 쓰려합니다. 비담의 ‘꽃그지’ 포스는 김남길이 비밀병기로 21회 처음 등장할 때 나왔던 모습입니다. 덕만은 설원공 군사들에게 붙잡혀 위기에 처하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비담에 의해 탈출합니다.  비담은 자신의 닭백숙을 뭉개버린 놈들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단 칼에 베버립니다. 그리고는 묶여있던 덕만을 구해주는데, 이때 보이던 모습이 바로 일명 피칠갑 꽃그지 비담입니다.

그런데 어제 염종측 수하들을 죽이면서 피칠갑 꽃그지 비담의 모습이 다시 등장했는데, 마치 드라마를 21회째로 거꾸로 돌린 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분노에 떨며 칼을 휘두르는데, 선혈이 낭자한 얼굴과 사람을 죽이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닭백숙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던 비담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아래 비담이 첫 등장할 때의 모습 기억나시죠?


비담은 덕만을 구해준 인연으로 덕만을 ‘주군으로 모시겠다’며 충성 맹세를 한 후 사량부령까지 오르며 덕만과 신국을 위해 충성을 다해왔습니다. 비담은 사량부령과 상대등에 오르면서 비단 옷을 입고 출연했는데, 거지같은 차림으로 매서운 칼솜씨를 휘두르던 모습을 시청자들은 그리워했습니다. 촬영중 낙마 사고를 당해 그 이후 비담은 무술신을 거의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완치가 되고 종영을 앞두고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피칠갑 꽃그지 비담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데 비담이 꽃그지 피칠갑 비담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춘추가 비담의 성질을 건드린 것도 한 몫 했어요. 춘추가 잠자는 호랑이 털을 건드린 거죠. 비담은 덕만이 난국을 수습할 동안 잠시 서라벌을 떠나 수화군으로 가 있으라고 하자, 떠날 채비를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놓이질 않지요. 염종 등 수하 세력들을 그대로 놓고 떠나야 하는 비담은 자신의 세력이 일으킨 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주고 가기 위해 다시 칼을 잡습니다. 그러면서 춘추가 한 말을 떠올립니다. “너 옛날에는 정말 무서웠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비담은 춘추를 떠올리며 칼에 힘을 줍니다. 다크 비담으로 돌아온다는 신호지요. 비단옷을 입고 품위와 체신을 지키던 비담은 몸이 근질근질 했을 겁니다. 칼을 손에 쥔 비담의 심장 떨리는 목소리는 김남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줄줄이 죽여주지...” 이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면 염종과 미생 등 비담의 수하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덕만과 국혼도 이루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작가들이 어디 시청자 말을 듣나요? 자기들 마음대로지요.


미생 등 비담의 수하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을 알고 정변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염종은 황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서라벌을 떠나야겠다며 황급히 궁을 빠져나갑니다. 유신의 군사들은 주진공 등 비담의 수하들을 추포하러 갔지만 이미 도망을 가버린 상황입니다. 그런데 염종이 수하들을 데리고 가는 길목에서 비담이 나타납니다. 삿갓을 쓰고 거렁뱅이 옷을 입은 포스입니다. 비담은 “이것들이 일을 벌인다 이거지...” 하며 칼을 쥔 손을 다시 부르르 떱니다. 비담의 뒤에는 염종이 사주한 자객 한 명이 몰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염종은 정말 용서할 래야 용서할 수 없는 짓만 골라하네요.

염종 앞에 나타난 비담은 무서운 카리스마와 분노에 찬 모습과는 달리 깨방정 포스로 “시간 없다. 빨랑 덤벼라...” 며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비담 김남길의 매력입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얼굴 표정 뿐만이 아니라 목소리까지 변하니 그의 연기를 두고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담폐인이 등장할 만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꽃그지 비담의 마지막 8분이 앞에 전개된 55분보다 훨씬 더 스릴과 긴장감 넘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비담이 칼을 쥐어야 재미가 있는데, 미실 자결후 시청률이 떨어질 때 비담에게 칼을 쥐어주고 싶었지만 낙마로 부상을 입어 여의치 않은게 안타까웠습니다.


비담은 염종에게 “진작에 널 죽였어야 했는데....” 하며 위협하지만 염종은 능글맞게 “역시 실력이 녹슬지 않았어...” 하고 씨익~ 웃네요. 이때 염종을 보고 비덕팬들이 염종을 향해 쏟아 붓던 비난이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위기 때도 비담은 늘 여유가 있어요. 비담은 염종을 칼로 겨누며 “그래 생각난다. 그때도 그게 궁금했어, 잘린 목으로도 웃을 수 있는지...” 그런데 이 때 염종이 수하 자객이 독침을 날리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문노처럼 비담도 어이없게 죽는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독침을 피합니다. 그런데 자객을 잡고 보니 폐하(덕만)를 지키던 호위군사입니다. 비담은 '그렇다면 덕만이 보낸 자객이란 말인가’ 하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모두 염종이 꾸민 일인데요.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비담은 자객에게 “누구의 명이냐? 말해 어서!!”라고 하지만 자객이 이실직고 하겠어요? 그 짧은 순간에도 비담은 어릴 때 스승 문노가 비담의 손을 뿌리치던 일, 덕만이 어제 난을 수습할때까지 서라벌을 떠나 있으라며 손을 놓던 기억을 중첩시키며 모든 사람에게 다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덕만에 대한 오해가 점점 깊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자객은 “신국의 적을 척살하라! 여왕 폐하 만세”를 외치는데, 비담은 분노의 칼로 단칼에 자객을 베버립니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 울부짖는 비담 옆에서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염종, 어찌 그리 미울까요? 정녕 비담과 덕만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요?


Posted by 피앙새♡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꽃그지 피갑칠 2009.12.16 08:4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피칠갑이겠죠?
    잘 읽었어요~

  2. 비밀댓글입니다

  3. 나쁜 인간은 결코 교화되지 않는군요.
    염종을 죽였으면 되었을텐데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4. 님의 말이 더 인상깊어요.
    "작가가 그렇게 두겠어요?" ㅋㅋ
    비극적으로 끝나야 시청률을 더 끌기위해 비담을 궁지까지 몰아넣네요.
    아직 못봤는데 잘 읽고 가요 ^.^a;

  5. heartbreak 2009.12.16 14:0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드라마를 보고 난 이후에도 한참동안 마음이 아프더군요. 비담이 스스로의 연모를 믿지 못하고 덕만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가슴아팠습니다. 덕만의 연모와 상관없이 자신을 세울수 있는 길은 스스로의 연모를 믿는 것인데요.

  6. 그 말 외치면서, 자객이 자결하지 않았나요?
    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무튼 비담 불쌍하더군요.

  7. 지나가는 2009.12.16 18:4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흠.... 드라마가 아무리 역사의 각색이라고 해도, 역사와 다른 결말을 내는 역사극은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덕여왕의 역사기록들에 보면, 비담의 난을 단순히 선덕여왕에게 반대하는 난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많은데, 그것은 여왕의 병이 공식적으로 "깊어졌다"고 기록되는 와중에서 과연 선덕여왕이 곧 병중(옛시대엔 그게 곧 죽음이죠)이란 사실을 알고서도 맨땅에 헤딩하려는 사태나 다름없다 봐야하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저는 오히려, 후계구도가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에 반감을 품은 이른바 공신들의 반란이 - 실제로도 선덕여왕시절은 맨 반란이었고, 그 반란이 일어난다는것 자체가 여왕에게 치명적이었습니다. 가야계와 불교 등 기득권층이 아닌 신흥지식층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여왕이었을테니, 아마 드라마상 선덕여왕보다 더한 퍼포먼스와 외줄타기 정치력을 보여줌이 당연하지 않을가 싶군요. 비담의 난일거라고 봅니다.

    드라마에서 춘추로 후계구도를 굳힌게 아니라, 춘추에게 비담을 척살하란 것은 삼한일통의 위업을 달성하란 유훈을 넘기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이고, 복수의 화신이자, 드라마상 계륵으로 변한 춘추의 이미지야 어떻든, 나오지도 않는 승만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그렇고... 그다지 진중한 시청자들의 모습은 아니군요.

    회오리같이 마무리를 할 예정인듯 한데.. 과연 그걸 진중치 못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군요.
    선덕여왕의 결말이야, 이제 지금에선 어떻게 나든 무슨상관이랍니까.

    이미 드라마상 인물로 역사구조 마져 셋팅하고 촌철살인의 인터넷 블로거들이 죄다 분석을 마친 상태인데...

  8. 드라마만큼이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
    자객은 여왕폐하만세를 외치고 자결했어요~
    칼을 자기 팔로 당기는 거 못 보셨나요?
    그래서 염종이 그렇게 자결하면 네 식솔들과 자식들을 책임져주겠다고 했던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