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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 비담의 난이 아니라 ‘왕따'의 난?

by 피앙새 2009.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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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대제가 설원랑에게 전해준 빨간 봉투의 서찰 내용은 “미실을 척살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설원랑이 유신군을 이끌고 백제군과 싸우다 부상으로 죽은 후 유신이 복권되고, 춘추는 가야세력을 자기 휘하로 끌어들였습니다. 덕만은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57회 예고편을 보니 덕만은 춘추에게 “비담을 척살하라”고 명합니다. 그렇다면 비담도 미실의 운명으로 가는 건가요? 예고편에 나온 이 장면은 필시 떡밥은 아닐 듯 하고, 이제 6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비담의 난’으로 가기 위한 신호로 생각됩니다. 이번주 제작진은 종방으로 치닫고 있는 <선덕여왕> 마무리를 위해 급하게 비담을 다크화 시키고 있어요. 예고편을 통해 ‘비담의 난’을 예고했으니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짚어 보려 합니다.

비담을 정변으로 몰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요? 좀 뜬금없는 질문이죠? 이번주 <선덕여왕>을 보니 덕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실이 자결한 후 미실측 사람들이 대거 척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칠숙과 석품랑 빼고는 모두 살아 남았어요. 사실 칠숙과 석품도 자기들이 명을 재촉해서 난을 일으키다 보니 일찍 죽은 거지요. 덕만은 미실측 사람들, 가야세력, 하다못해 죽은 미실까지도 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유일하게 품지 못하는 사람이 비담인데,  나쁘게 말하면 덕만은 비담만 ‘왕따’를 시키고 있어요.


덕만은 유신과 비담 모두 잃고 싶지 않은 인재로 생각했지만 비담의 연모만은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개인적인 감정에 앞서 신국을 연모하라는 덕만의 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유신에 비해 비담에 대한 신의는 뭔가 미심쩍다는 인상을 감추고 있어요. 물론 덕만은 비담이 미실의 사생아라는 것을 알고 있고, 설원랑에게 비담을 준동하지 못하게 하라고 한 점으로 미뤄 비담에게만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언제든지 미실측 잔당들이 비담을 통해 다시 권력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미실측 사람들마저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덕만의 포용정치에서 비담만은 예외였습니다. 비담의 프로포즈에 ‘순진하다. 혼인을 원하느냐?’면서 마치 철 없는 어린 아이 대하듯 하는 덕만의 태도는 유신, 월야, 알천을 대할 때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비담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덕만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미실에게 버림받고, 국선 문노에 의해 키워졌지만 스승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생모를 찾게 됐지만 미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비담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비담 자신에게 처음으로 측은지심을 보여준 덕만에게 연모를 품고 있는데, 덕만은 대의를 내세워 단 칼에 거절했어요. 비담의 연모는 덕만이라는 한 여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지만, 권력에 대한 야심때문에 덕만이 경계하는 거죠. 그런데 그 대의는 덕만의 대의와 다르지 않아요. 덕만을 소유함으로써 신국을 함께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나쁘진 않으니까요.


비담이 덕만을 소유하고, 신국을 소유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유신입니다. 비담은 유신을 제거하기 위해 이번주 비담답지 않은 행동을 합니다. 대야성이 함락될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도 비담은 어린 아이처럼 유신에 대한 여왕의 신뢰를 질투하고 유신을 몰아내기 위한 술수 찾기에 급급했어요. 이에 반해 유신은 어땠나요? 감옥에 갇혀서도 비담이 목숨을 위협하든 말든 백제가 대야성을 공격하는 것만 걱정했습니다. 미실이 비담에게 남긴 유언, 즉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 이니다’를 곧이 곧대로 따르며 비담이 너무 정공법으로만 밀고 가는 거 아닌가요? 비담이 덕만을 진정을 연모했다면 여왕을 소유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을 아낌없이 신국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져야 했던 거 아닐까요? 그래야 유신처럼 덕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는데, 비담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듯 하네요.


덕만은 백제가 신라를 공격해오자, ‘신국을 구하는 자에게 모든 자격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잖아요. 이에 비담은 ‘반드시 신국을, 폐하의 백성을 구할 것이다’라며 덕만에게 충성을 맹세했어요. 신국을 구해 덕만과 신국을 소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요. 그런데 덕만은 비담에게 기회를 주지 않네요. 물론 비담은 전쟁경험이 없어 직접 나가서 싸울 수는 없어요. 윤충이 이끄는 백제군에게 설원랑이 패하자 비담은 덕만에게 주진공의 병력으로 방어선을 구축해 신국을 구하겠다고 했는데, 덕만은 ‘그리하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덕만은 가야의 월야를 만나 춘추의 휘하로 들어오게 한 것을 보니 비담보다는 춘추와 유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가야의 월야가 덕만과 춘추에게 충성을 맹세하자, 덕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신을 복권시켜 상장군으로 임명하고, ‘신국을 구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비담은 대체 뭔가요? 비담이 신국을 구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믿지 못하고 덕만은 유신에게 칼을 주며 신국을 구하라고 한 것입니다. ‘신국을 구하는 자에게 모든 자격을 주겠다’고 한 덕만의 말은 비담이 아닌 유신에게 주겠다는 뜻이지요. 설원랑은 비담 곁에서 ‘미실 새주의 마지막 뜻을 따르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위험하며 잘못하면 설원랑처럼 영원히 2인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입니다. 그래서 더 큰 뜻, 더 큰 꿈을 품으라고 한 것이죠. 덕만이 자신에게 연모할 기회도 주지 않고 설원랑이 사람, 즉 덕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으니 이제 비담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죠. 직접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 뿐입니다.


이번주 선덕여왕은 유신이 대의를 쫓아 신국을 구하게 되고, 비담은 연모만을 쫓다가 신국을 위기에 빠지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제작진은 유신의 대의와 비담의 연모를 대립시켜 점점 더 비담을 이상하게 몰고 가고 있어요. 그러면 비담은 어찌되는 건가요? 앞으로 덕만에게 더욱 더 왕따를 당하겠죠. 그렇다면 비담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뭘까요? 물론 ‘비담이 난’뿐이겠죠. 예고편에 덕만이 '비담을 척살하라'고 한 것은 이미 비담이 난을 일으킬 것을 감지하고 덕만이 역으로 비담을 제거하기 위해 명을 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주 전개된대로라면 역사에는 ‘비담의 난이라고 했지만 사극 <선덕여왕>에서는 ‘왕따의 난’이라고 해야 맞겠어요. 비담도 자존심이 있는 남자인데, ‘왕따’를 시키니 이를 참지 못하고 난을 일으킨 것이지요. 역사와 드라마가 다르게 전개되니 앞으로 <선덕여왕>에서 비중 있게 다룰 비담의 난은 이제 ‘왕따의 난’으로 패러디될 것 같네요. 왕따 당한 비담이 불쌍하게 느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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