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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뚫고 하이킥', 코믹 오현경의 재발견

by 피앙새 200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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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현경하면 사람들은 좋은 모습보다 나쁜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냥 그렇고 그랬던 배우야' 하는 선입견으로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보면 잘해도 예쁜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죠. 오현경은 개인적인 상처를 딛고 10년만에 <조강지처 클럽>에서 좋은 연기를 보이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녀의 성공은 사람들의 손가락질 시선 등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이라 다른 배우들에게 비해 눈물겨운 성공이었어요.

오현경의 개인사를 생각해 볼 때 시트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붕뚫고 하이킥>에 캐스팅됐을 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지켜봤는데, 기우였습니다. 시트콤이라는 게 멜로물과는 달리 망가지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떡실신녀 황정음과 견줄 정도로 제대로 망가지고 있어요. 뭐 오랜 연기 내공이 있어서 어떤 배역을 맡겨도 잘해낼 수 있는 배우지만, 코믹 연기도 생각보다는 아주 잘해주고 있네요. 이순재선생님이 한수 가르쳐 준 건가요?


'하이킥'에서 이현경(오현경)은 남편 정보석을 쥐고 흔들 정도로 거침이 없고 위풍당당합니다. 그녀에겐 세상 그 어떤 일도 불가능이 없어 보이는데, 딱 한가지 남편에게 애교 부리기는 잼병입니다. 하긴 남편을 꼼짝못하게 하고 살면서 '여봉~' 하면서 애교 부리는 것도 이상하죠. 이현경에게 '애교'란 구석은 찾아보기 힘든데, 그녀의 자존심을 긁는 사건이 사건이 있었죠. 다른 부부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정보석은 '새우 하나만 까달라'며 살가운 부탁을 하지요. 보통 여자 같으면 새우를 까서 입에 먹여줄 정도인데, 이현경은 "(손이 없어서 그래요?)당신이 직접 까먹으라"고 하죠. 정말 애교가 없긴 없네요.

정보석은 가뜩이나 이순재에게 잔뜩 주늑이 들어 살고 있는데, 아내마저 살갑게 대해주지 않으니 삐질남이 되죠. 새우를 까주지 않자, 정보석은 "평생 가도 애교라고는 부리지 못할 여자"라며
독설을 퍼부었죠. 그래도 여자인데, '애교 없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 강한 이현경이 가만 있을리 없죠. 그래서 애교 필살기를 배우는데요. 이 부끄러운 것을 누구한테 배우겠어요? 바로 인터넷이죠.

이번주 '하이킥'에서 보여준 오현경의 포복절도할 시트콤 명품 연기는 '화장을 글로 배웠습니다',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 '글로 애교를 배웠습니다' 였어요. 화장, 키스, 애교는 모두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여자들에겐 남자를 사로잡는 무기죠. 이현경은 그 나이 되도록 아지 이 세가지를 마스터하지 못했네요. 그러니 남편 정보석이 불만이 많죠. 낮에 한소리를 들었으니 뭐든지 자신만만한 오현경이 가만 있을리 없죠.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글로 배우는 화장, 키스, 애교쇼'를 펼쳤지요.

화장, 키스, 애교가 어디 글에 나온대로 따라 한다고 되는게 아니죠. 이런 건 글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것들 아닌가요? 결혼전 남편 정보석과 사귈때 첫 키스를 대비해 글을 보고 키스를 배웠는데, 글에 나온대로 단계별로 따라하는 이현경의 키스법에 배꼽쥐고 웃었습니다. 특히 입을 벌리고 혀만 날름 내민 다음에 혀로 학을 접는 장면에서는 '오현경이 저렇게까지 망가지며 연기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정음이 '떡실신녀'를 연기하는 것은 아무리 추해도 젊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오현경의 나이와 과거 선입견으로 볼 때 혀를 날름거리는 키스신은 쉽지 않은 장면이었어요. '하이킥'에 출연한 이후 오현경은 '거침없는 망가짐'으로 매일 저녁 '하이킥'을 날리고 있어요.


낮에 남편에게 한 소리를 들은 이현경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그래서 인터넷에 "애교를 잘 부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는 질문을 남겼는데, 이를 우연히 본 황정음이 애교 비법에 대해 친절히 답변을 남겼어요. 황정음식 애교법을 본 이현경은 저녁에 남편 정보석에게 중년부인의 눈물겨운 애교를 보입니다. 그런데 평소에 애교의 '애'자도 보이지 않던 이현경이 장미꽃 한송이를 입에 물고 엉덩이 춤까지 하며 쌩쇼(?)를 하는데 정보석이 겁나지 않겠어요? 호호, 황정음 애교법은 황정음 나이에는 남자들에게 웃음이 빵 터질지 몰라도 중년들에게는 아니죠. 정보석은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는 이현경의 애교를 보고 무섭고도 도망치고 싶은 표정이네요. 이현경 나이에 보이는 애교를 남자들은 무서워한답니다. 이현경이 글로 애교를 배우는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아직 한참 실습을 더 해야할 것 같네요.

'하이킥'은 일일 시트콤으로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대박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방구순재 이순재는 물론 떡실신녀 황정음, 청순 글래머 신세경, 빵구똥꾸 신신애 등 모든 캐릭터들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오현경 역시 망가짐의 진수를 보이며 열심히 하는만큼 서서히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 황정음, 신세경 등에 비해 오현경의 코믹 연기는 시선과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의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매 장면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오현경의 코믹 연기를 보고 그녀가 개인적인 아픔 때문에 힘들었지만, 결국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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