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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선덕여왕, 여배우들의 탈모공포증 왜 생길까

by 피앙새 200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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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고현정이 하차한 후 <선덕여왕>은 덕만공주 시대를 열었습니다. 고현정은 지난 6개월간 미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매 회마다 가채(장식을 위해 올린 머리)를 머리 위에 얹고 나왔습니다. 시청자들이 볼 때는 옛날에 궁중에서 하던 헤어스타일이려니 할지 모르지만 가채 무게가 상상을 초월하지요. 극중 미실 새주가 자결할 때는 비극적이지만 안타까운 한 여인의 죽음을 여왕 포스못지 않게 보여주기 위해 미실을 위한 특별 한복을 맞추고, 머리 모양도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고현정은 평소에도 엄청난 가채 무게때문에 목 조차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촬영때는 가채의 무게를 5kg이나 더 늘렸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작진이 평생 황후를 꿈꿨지만 황후가 되지 못한 채 죽어야 했던 미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최후의 모습을 좀 더 화려하고 멋지게 장식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무려 20kg이 넘는 가채를 머리에 올린 채 촬영을 해야 하는 고현정은  목디스크 걸릴 만큼 힘들었다네요. 물론 뉴스에 나온대로 정말 20kg이 넘는 무게의 머리를 올리고 촬영하진 않았어도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겠지요. 가채는 화려하면서도 지체가 높을 수록 크기와 무게가 컸기 때문에 신라 황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미실의 가채가 가장 컸던 거죠.


이렇게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남여를 막론하고 머리 때문에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머리인데요. 이 머리때문에 과거에는 사극에 출연하기를 꺼려했어요. 머리때문에 분장하는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여자배우들이 사극 의상과 분장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시간이라고 하니 촬영전 진이 다 빠지겠어요. 어디 머리뿐만인가요? 대사도 현대극에 비해 어렵고 길기 때문에 신인연기자들이 사극에 출연할 때는 가끔 국어책 읽는다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합니다.

배우들은 외모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가 무척 중요하죠. 특히 머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6개월이나 길게는 1년 이상 머리를 혹사시켜야 합니다. 머리카락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앞가르마를 하고, 무거운 가채까지 쓰고 촬영해야 하니 머리 수난이 이만 저만이 아니에요. 어떤 배우들은 원형탈모증까지 호소할 정도니 사극 한번 출연했다가 대머리 될까 겁도 나겠어요.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로 나왔던 박예진은 얼마전 예능 프로에 출연해 촬영때마다 머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무거운 가채까지 쓰기때문에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고 고백했는데요. 사극때 지체놓은 궁중 여인들이 쓰던 가채 무게는 보통 10kg~20kg이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실, 덕만공주, 천명공주 등 신라 궁중의 지체높은 여인들은 의자에 앉아 있을때는 물론 걸을 때도 목을 잘 움직이지 않지요. 처음에는 '궁중의 예의 법도에 따라 행동거지가 참 조신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거운 가채때문이었습니다. 미실 고현정의 연기를 보면 머리를 전혀 움직이지 않고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것도 머리에 올려진 가채때문이었어요. 한쪽 눈꼬리를 살짝 올리는 등 100가지 얼굴 표정이 나올 정도로 고현정은 행동이 부자유스런 머리 움직임을 천의 얼굴 표정으로 커버한 것이지요.


어디 고현정뿐인가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명성황후역을 맡았던 여배우 수애는 무려 30kg이나 되는 가채를 쓰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어찌나 가채가 무거웠던지 목이 부러진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하네요. 물론 이것도 정말 30kg이 되진 않았어도 그만큼 무거운 가채를 올리고 촬영했다는 거지요. 그런데 실제로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이 가채를 쓰고 머리 스타일 살리려다 목뼈가 부러져 죽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네요. 포털 다음(Daum) 검색을 해보니 가채는 통일 신라시대에 이미 존재했으며, 조선 영조때는 가채를 금하고 족두리로 대용하게 하는 등 가체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그래서 영조시대를 그린 사극 <이산, MBC>에는 궁중여인들이 가채가 없고 비녀를 꽂은 쪽진 머리로 등장했지만, 성종시대를 다룬 <왕과 나, SBS>에서는 무거운 가채를 쓰고 나온 것이지요.

이렇게 무거운 가채를 쓰고 <선덕여왕>에 출연하는 고현정 등 여배우들은 그 더운 여름날에도 밤샘 촬영을 하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요? 미실 고현정은 첫 회부터 가채를 쓰고 등장해 50회 하차할 때까지 시종일관 가채를 쓰고 촬영했는데, 혹시 원형탈모증이나 목디스크 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고현정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여건속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친 후 많은 시청자들의 박수갈채속에 화려하게 퇴장을 했습니다. 이제 고현정 하면 가채 머리를 한 모습이 떠오를 정도니까요. 특히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고현정은 분장 시간만 3시간이 넘었다는데, 가채 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고현정 역시 <선덕여왕> 초기에 가채 무게때문에 고개를 못 돌릴 정도의 고통을 호소했는데요. 이런 고통속에서도 단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를 보이며 천하의 미실 새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었습니다. 촬영할 때 고현정은 아마 호수위의 백조였을지 모르죠. 머리를 짓누르는 가채때문에 얼굴을 찌뿌릴 정도였지만 100가지 얼굴이 나올 정도로 고현정은 표정 연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채 등 머리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선덕여왕>의 유신, 비담, 춘추 등도 모두 머리에 가채 하나씩 올리고 있네요. 남자들은 신분 차이와 관계없이 대부분 상투를 틀고 가발을 착용하잖아요. 상투틀 때 관자놀이 윗 부분이 옥죄고, 머리가 당겨지기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남자 역시 분장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음은 물론, 촬영이 끝날때까지 중간에 상투, 가발을 벗을 수가 없습니다. 겨울은 그래도 좀 나은데,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흘러 남자들의 경우는 가채뿐만 아니라 수염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한다고 합니다.

비담 김남길이 대종상 영화제에 나왔을 때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등장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사극에 출연하는 남자배우의 경우 머리카락이 길수록 좋기 때문에 김남길도 <선덕여왕> 촬영기간중 머리를 자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상투를 틀고 가발을 쓰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짧으면 상투와 가발의 끝으로 머리카락이 삐쳐나와 보기에 안 좋고, 가채를 고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통풍도 잘 안되고 짓눌리기까지 하는 가채때문에 겪는 고충은 여자들만큼 남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사극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여배우들이 사극 출연을 기피했는데, 이영애가 <대장금>으로 한류스타로 발돋음 한 이후 사극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잘 만든 사극 한편이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고현정은 <모래 시계 > 이후 <선덕여왕>으로 국민배우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그 인기 뒤에는 사극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의 말못할 수많은 고충이 있었고, 그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거운 가채를 올리고 촬영하는 일이 아니었을까요? 50회를 끝으로 하차한 고현정은 여러가지로 감회가 남달랐을텐데 가장 홀가분하게 생각한 것은 가채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 즉 탈모공포증으로부터 해방된 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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