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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 칠숙은 미실의 진정한 무사였다

by 피앙새 2009.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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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이 자결 후 <선덕여왕> 보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네요. 미실 사후 덕만의 여왕 즉위와 비담, 유신, 춘추간의 권력 싸움이 본격화되면서 또 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으니까요. 어제 51회는 미실 사후 역사에 나온 대로 칠숙과 석품의 난, 비담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된 덕만, 미실측 사람들을 처형하지 않고 신국을 위해 화합의 정치를 펼치는 덕만, 그리고 진평왕의 승하와 덕만의 여왕 즉위, 비담이 드디어 다크 비담이 돼 간다는 것 등 흥미진진했어요. 덕만과 비담의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이 골자인데, 오늘은 어제 죽음으로 하차한 칠숙에 대해 생각해보려 합니다.

천하의 미실 새주가 죽은 후 신라의 모든 권력의 중심이 덕만공주에게 이동할 순간 또 다른 복병 칠숙이 있었네요. 덕만은 주진공을 시켜 대야성의 미실측 병력을 무장해제 시키는데, 여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칠숙입니다. 칠숙은 무장해제를 시키러온 장수에게 “난 따르지 않을 것이다”라며 단 칼에 장수의 목을 베어버리죠. 정말 무시무시한 칼솜씨네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새주의 명을 어기겠다고 말하는데, 이는 비담을 위해 후사를 도모하라는 새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지요.

"오늘 처음으로 새주의 명을 어길 것이다. 대신 새주께서 내린 명령중 수행하지 못한 단 하나의 명을 오늘 행할 것이다. 덕만공주를 죽일 것이다."


그러면서 일생동안 지키지 못했던 단 하나의 약속, 즉 덕만공주를 제거하라는 새주의 명을 오늘 따르겠다며, ‘칠숙의 난’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혼자 이 난을 이끌어가겠다고 했는데, 석품랑이 함께 한다고 하며 ‘칠숙․석품랑의 난’이라고 하네요. 석품랑 그러고 보니 참 의리가 있고 남자답네요.

석품랑이 알천과 월야와 맞서며 덕만측 병사들을 붙잡아둔 사이 칠숙은 덕만이 있는 곳으로 달겨갑니다. 비담이 미실의 아들인 것을 알게된 덕만은 비담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이때 칠숙이 나타나 덕만을 죽이려고 합니다. 칠숙은 단 칼에 비담을 베버릴 것 같은 기세로 현란한 무예솜씨를 보이는데, 난데없이 유신랑이 등장해 칠숙은 졸지에 1:2로 불리하게 싸우네요. 필자는 모처럼 비담과 칠숙의 1:1 매치를 기대했는데, 유신이 끼어드는 바람에 곰 김샜나요? 그만큼 칠숙의 무예가 뛰어나 비담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 좀 뜬금없지만 유신을 긴급 투입시킨거죠. 세 사람의 칼이 눈부시게 왔다 갔다 하다가 비담의 칼이 칠숙의 복부를 예리하게 가릅니다. 비담의 칼, 여기에 유신의 칼까지 맞고도 칠숙은 끝까지 꼿꼿이 서서 쓰러지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이미 복무에 칼을 맞아 입에서 피가 흘러도 칠숙의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네요. 비담과 유신 두 사람이 자신의 칼을 칠숙의 배에 꽂자, 칠숙은 장렬한 최후를 맞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칠숙은 덕만에게 “이제야 끝이 나는구나. 결국 나 소화...” 라는 말을 남깁니다. 물론 그 이전에 석품랑도 알천의 칼로 스스로 자결을 해서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어요.


칠숙의 난과 죽음은 이미 역사에 나타난 대로 예견된 것이었지만 그가 한 평생 미실을 위해 충성을 다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진정한 무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덕만공주 입장에서 보면 미실에 이어 난을 일으킨 역적이지만 미실측에서 보면 둘도 없는 충신이었어요. 미실이 죽은 후 가장 큰 충격에 빠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설원랑, 세종공 등 미실 측근들, 그리고 아들 비담의 슬픔도 컸겠지만 미실을 측근에서 지켜야 했던 호위무사 칠숙의 슬픔도 측근들의 아픔 그 이상이었을 겁니다. 칠숙은 미실의 난 당시 궁궐을 빠져나갔던 덕만을 추포해서 죽이는데 실패한 후 미실에게 죽음을 예고하는 말을 했었지요. 덕만의 아지트를 습격해 덕만을 죽이지 못하고 30년 동안 마음에 두었던 소화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후 칠숙은 더 이상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죽음을 예견하는 대사를 남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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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용케 살아남았다 싶었는데, 매번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음엔... 다음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칠숙의 공식 직함은 미실의 호위무사입니다. 미실의 지근거리에서 24시간 새주를 지키는 충신이죠. 칠숙은 미실의 명으로 진평왕의 쌍생아중 한 명인 덕만을 제거하려 했으나 문노에 의해 실패합니다. 그리고 15년간이나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중국 타클라마칸의 한 사막에서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덕만을 만나 소화가 운영하는 여인숙까지 오게 됩니다. 소화를 발견하고 죽이려다 호위무사답지 않게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맙니다. 죽이라는 덕만은 죽이지도 못하고 소화와 정분까지 나서 중국을 떠돌다가 서라벌로 돌아와 미실에게 덕만과 소화를 죽였다는 거짓말을 편지 속에 남기고 미실을 떠납니다. 미실은 보종에게 칠숙을 찾아오라고 명하고, 다시 미실 앞에 나타난 칠숙은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합니다. 미실은 칠숙을 용서해 줌은 물론 월천대사로 하여금 칠숙의 시력을 회복시켜주고, 화랑을 가르치는 원상화로 복귀시켜 줍니다. 미실은 칠숙의 충성심을 알아보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기를 보필하도록 했지요.

미실은 칠숙에게 주군 그 이상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칠숙을 데려다가 원상화까지 오르게 한 것은 오직 미실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칠숙은 미실이 하늘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하늘이 무너지고, 평생 마음에 두었던 소화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인 마당에 칠숙은 더 이상 삶을 유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실이 자결한 후 칠숙의 난을 일으켜 스스로 죽음을 택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칠숙의 난은 미실이 차지하려던 신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실의 뒤를 따라가기 위한 최후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는 칠숙이 난을 일으켰다고 기술했지만 칠숙이 난을 일으킨 목적은 죽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역사는 어차피 승자에 의한 기록이기 때문에 칠숙이 신라를 차지하기 위해 난을 일으켰고, 그 난을 유신과 알천 등이 진압한 후 덕만이 여왕에 즉위했다는 사실만이 존재하니까요.


극중 칠숙이 난을 일으킨 것은 소화가 죽고 난 후 얼마 안돼 미실이 죽은 시점입니다. 소화와 미실 두 여인은 칠숙에게는 목숨 그 자체입니다. 특히 소화는 연정보다는 평생을 연민의 눈으로 봐오던 여인입니다. 미실측 호위무사기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데, 소화 앞에서는 한 마리 순한 양이었습니다. 자신을 칼로 찌르고 한쪽 눈의 시력까지도 잃게 만들었지만 소화의 매력에 빠져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게 했지요. 칠숙에게 소화는 연정보다는 그가 살아가야 할 이유였는지 모릅니다.

삼국사기와 화랑세기에 따르면 칠숙은 반란을 일으키다 죽임을 당한다고 기록돼있어요. 사극 <선덕여왕>도 역사 기록에 충실해서인지 어제 칠숙의 난을 그린 후 덕만측의 유신과 비담에 의해 장렬한 최후를 마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칠숙의 내면은 그리지 못했습니다. 소화와 미실의 죽음 이후 칠숙의 정신적 공황상태가 어떨 것이라는 것은 그동안 칠숙을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기술된 대로 미실측 인물로서 단순히 난을 일으키다 구족을 몰살당한 칠숙으로 기록하기보다 소화와 미실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무사로서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묘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랬더라면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칠숙은 진정한 무사로서 역사에 기록됐을지 모릅니다.

역사에 기록된 칠숙의 난을 포털 다음(Daum)에서 검색해보니 역시 어제 방송된 내용과 비슷하네요. 역사에 기록된 칠숙의 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아래  펼침을 눌러서 보시기 바랍니다.

어제 칠숙․석품의 난을 진압한 후 덕만공주가 이렇게 얘기했죠. "칠숙과 석품의 난으로 공표하세요!“
이것은 칠숙과 석품의 죽음으로 더 이상 미실측 사람들을 처형하지 않고, ‘화합’의 정치로 끌어가는데, 칠숙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요? 덕분에 미실을 위해 끝까지 충성을 다하다 죽은 칠숙은 졸지에 반란의 수괴로 기록된 것이고요. 반란의 수괴냐, 진정한 무사냐 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사에 기록된 것과는 달리 사극 <선덕여왕>에 나타난 칠숙은 주군 미실과 평생을 연모하던 소화를 위해 장렬한 최후를 마친 진정한 무사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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