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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선덕여왕, 미실은 신라 최고의 외교관?

by 피앙새 200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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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선덕여왕>은 온통 미실이 쏜 화살 얘기뿐이네요. 뭐 그 화살이 곧 미실의 죽음을 뜻하는 복선을 깔고 있으니 당연히 시청자들의 관심이 지대하겠지요. 화살을 맞는 사람이 칠숙인지, 덕만인지, 아니면 덕만을 구하러 나타난 비담인지에 따라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동도 다르겠지요. 그런데 이번주는 미실이 쏜 화살신 말고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어요. 바로 당나라 사신과 미실이 벌인 담판이죠. 미실은 덕만과 그동안 치열한 머리 싸움을 하며 '100분 토론'같은 담판을 많이 해왔지요. 그런 경험 때문인가요? 당나라 사신은 미실을 변방의 오랑캐 나라 계집이라며 깔봤다가 혼쭐이 났어요.

미실은 야심이 가득찬 정치가인가요? 아니면
언변술이 뛰어난 외교관인가요? 그동안 미실은 야심이 가득한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주는 고려 시대 서희를 능가하는 담판 능력으로 당나라 사신을 꼼짝 못하게 했으니 최고의 외교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큰 소리 뻥뻥치던 당나라 사신이 미실의 말 한마디에 사시나무 떨듯 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왠지 통쾌함마저 느껴졌어요. 이 담판을 보며서 중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서희와 소손녕(거란족)의 담판이 생각났어요.


스스로 신라의 주인이 되겠다며 정변을 일으킨 미실은 위국령까지 내려가며 여왕이 되기 위한 마지막 걸림돌인 덕만을 제거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죠. 믿었던 칠숙이 덕만을 죽이지 못하고 나라가 어수선할 때 당나라 사신까지 온다니 미실은 안팎으로 머리에 쥐날 지경이네요. 덕만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공개 추국이 열리지만 200여명의 귀족중 고작 40명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덕만측으로 돌아섰으니 이제 미실의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네요. 뭐, 카운트다운에 들어간거죠. 제작진이 다음주 50회에 고현정이 하차한다고 하니 미실은 틀림없이 죽나본데 어떻게 죽느냐가 또 초미의 관심사죠. 미실이 쏜 화살이 누구를 맞추는가는 다음주 제작진에게 그 답을 물어보기로 하고 간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재미, 즉 미실이 당나라 사신과 벌인 담판을 리뷰해보고 외교관으로서의 미실을 조명해보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선덕여왕의 재위기간이 632년부터니까 미실이 당나라 사신과 맞장 토론을 한 시기를 굳이
따지자면 632년 바로 직전이겠네요. 서희는 고려 성종때인 933년에 거란의 소손녕 천막으로 찾아가서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군사적 요충지인 강동 6주를 찾아오죠. 서희에 대한 자세한 역사적 사실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요.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서희에 앞서 신라 미실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담판술로 당나라 사신의 기를 팍 꺾어놓았으니, 이미 서희를 능가하는 외교력을 빛냈다는 거죠.

당나라 사신이 신라에 올 당시 중국의 정세를 보면 수나라를 무너뜨린 당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지요. 주변국들이 알아서 조공을 바치며 설설 기던때죠. 당나라 사신이 온다고 했을 때 미생은 '위국령으로 안그래도 어려운 시기니 그쪽(당나라)에서 요구한대로 왠만하면 다 해줍시다'라고 하죠. 필자는 미실이 미생의 말을 듣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당나라의 요구 조건이 아무리 무리수가 따르더라고 들어줄 것으로 생각했어요. 아니, 그런데 당나라 사신 참 도둑놈 심보를 가졌더라구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황금 1천관인데, 지금의 가치로 따지면 얼마일까요? 정말 어마 어마 합니다.


1관은 3.75kg, 1천관은 3.75톤이네요. 그런데 그 옛날에 3.75톤을 어떻게 가지고 갈까요? 줘도 못가지고 갈 무게죠. 배로 실고 가더라도 중간에 가다가 배가 가라앉겠죠. 암튼 금 거래기준(온스)으로 볼 때 1온스가 약 31그램입니다. 요즘 국제시세로 볼 때 약 1,050불이죠. 3.75톤은 온스로 12만 온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 2천 7백만불 정도 되네요. 정말 엄청나죠? 당나라 사신은 양국간의 우호의 증표로 달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칼만 안든 도둑놈이 따로 없죠?

미실은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서운 면모를 보여왔는데, 당나라 사신이 왔을 때는 유난히 열을 받았나 봅니다. 그 시기는 정변을 일으킨 후 눈엣가시 덕만을 빨리 제거해야하는 일로 신경이 곤두섰던 때죠.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방 폭발할 것 같은 때인데, 당나라 사신이 방문 일정을 잘못 잡은 듯 하네요. 덕만을 잡지 못해 뿔이 잔뜩난 미실은 안그래도 기분이 그런데, 상상할 수 없는 황금을 요구한 당나라 사신에게 '너 잘 걸렸다' 하며 한방 먹인건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미실이 당나라 사신에게 한 논쟁의 승리는 미실이 정치가를 뛰어넘어 외교적 능력을 보인 담판이었죠.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미실은 침착하게 당나라 사신을 말발로 요리하니 정말 대단해요.

덕만측이 방패연을 이용해 유인물로 뿌린 내용을 이미 당나라 사신들은 알고 있죠. 그 내용은 '기개있는 백성은 의로운 분노로 폐하를 구하라. 개양자 덕만공주 이름으로'인데, 사실 정변을 일으킨 수괴 미실로서는 여간 껄끄러운 입장이 아니죠. 그런데 당나라 사신이 먼저 이를 치고 나옵니다. 미실의 약점을 치고 나온 거죠.
'미실의 담판'이라고 이름지을 수 있는 당나라 사신과의 대화 내용을 다시 볼까요?


사신 : 공주를 역적으로 몰아넣은 것은 찬탈이 아니냐? (약점을 잡았다는 듯 당 사신이 선제 공격)
미실 : 당 황제는 양씨(수나라)를 찬탈한 것 아니냐? 또한 당의 황제가 국조가 되는 일은 지금부터
         대의를 어찌 펼쳐가는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이 말에 당나라 사신 흥분 모드 돌입)
사신 : 어찌 이런 변방의 오랑캐 계집년이 천하의 대의를 입에 담느냐?
          (먼저 당나라 사신이 욕을 한 것에 미실이 열 받은 듯 직격탄을 날리죠...)
미실 : 네 놈은 감히 나와 천하를, 대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나와 그것을 논하고 싶다면 적어도 이세민을 직접 데려오라! (이에는 이로)
사신 : 당나라의 군대에게 계림이 짓밟혀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말로 안되면 무력으로 위협?)
미실 : 이같은 선전포고에 응하는 외교적 관례를 아느냐? 당나라 군대에게 계림이 짓밟혀야 정신을
         차리겠냐는 말은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외교적 언사다. 정사의 목을 베어 부사에게
        귀국으로 들려 보내면 되겠느냐? (놈의 간사한 목을 먼저 베겠다 헉!)

미실이 당 사신과 대화한 내용을 보니 덕만과의 싸움은 싸움이고, 신라에 이롭지 못한 일은 단호하게 거절한다는 추상같은 기개가 넘쳐나요. 덕만과 신라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할 때 덕만이 미실에게 '새주님은 신국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고 했죠. 그러나 당 사신과 담판을 벌일 때 미실은 신라의 주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대국 당나라에 단 1온스의 황금도 그냥 바칠 수 없다는 각오로 단 칼에 굴욕적인 당의 요구를 거절해버렸어요. 악역 미실이라도 멋지지 않나요?

사극 <선덕여왕>에서의 미실은 그동안 야심을 품은 여걸 정치인의 모습만 비춰졌는데, 다음주 죽음을 앞두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미실은 정치 9단인 동시에 신라 최고의 외교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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