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비밀병기 비담(김남길)과 춘추(유승호)는 지루하게만 전개되던 스토리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병기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염종입니다. 염종을 연기하는 사람은 연극배우 엄효섭입니다. 연극배우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몰라도 <선덕여왕>에서는 능글능글하고 비열한 캐릭터라 그야말로 단역에 불과할 줄 알았는데, 날이갈수록 염종의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요즘 비담의 포스가 잠시 주춤되고 있어서 그런가요? 암튼 염종 이 사람 생각해보니 신라 최고의 '앞잡이'란 생각이 듭니다.

염종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가 국선 문노를 독살할 때입니다. 비담이 스승 문노가 ‘삼한지세’를 유신에게 물려주려 하자, 왜 자기에게 주지 않느냐며 차라리 자기를 죽이고 가라며 스승과 한판 대결을 하죠. 비담과 문노가 멋진 무예로 대결을 하는 사이 누군가 뒤에서 문노를 독침으로 죽이죠. 그게 바로 염종이 한 짓입니다. 비담은 문노가 쓰러지자 ‘삼한지세’ 책보다 스승 문노를 등에 업고 미친 듯이 달리죠.

그 사이 염종은 ‘삼한지세’ 책을 가지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지만 비담에게 들켜 죽음 직전에 몰리는데, 비담은 차마 염종을 죽이지 못합니다. 염종이 비담에게 “너도 나랑 같이 문노 죽였잖아(공범이잖아?)”라는 말에 스승에게 칼을 들이댄 죄책감에 빠지는 등 복잡한 심경때문이죠. 그 이후 비담은 사이코같은 염종을 자기의 하수쯤으로 생각하며 염종이 갖고 있는 정보를 이용하게 됩니다. 염종은 비담의 힘을 이용하면서 춘추를 다음 왕으로 옹립하려는 대권 앞잡이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44회) 방송에서는 대권의 향방을 두고 갈팡 질팡하는 염종의 모습을 보고 권력의 중심에 따라 머리 회전이 무척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실은 일생을 꿈꿔오던 초라한 황후 자리를 내던져 버리고 자신이 직접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난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실이 염종을 이용합니다. 이른바 미실의 난을 일으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딱 한명 걸리는 사람이 비담인데, 염종으로 하여금 함께 청유를 떠나게 한 것입니다. 염종은 처음 보는 미실의 모습(권력)앞에 벌벌 떨지만 비담과 함께 왜 청유를 떠나라고 한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립니다. 비담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약을 탄 술을 먹게 한 후 비담을 꽁꽁 묶어 둡니다.

비담이 염종의 집에 묶여 있는 동안 미실은 난을 일으킵니다. 비담이 깨어나자, 염종은 미실과 만난 이야기를 전하며 ‘미실이 직접 나선 점, 오늘과 내일이라고 한 점’을 상기시키며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 하죠. 비담은 직감적으로 미실이 정변을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포박을 풀어달라고 합니다. 염종은 앙앙대는 목소리로 ‘너를 풀어줘도, 묶어도 문제’라며 만약 풀어주게 되면 미실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안된다고 하지만, 왜 미실이 비담을 청유 보내게 한 이유를 알려주면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비담은 미실이 정변을 일으킨 것이라고 하자, 염종은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자신이 왕으로 옹립하려는 춘추보다 미실이 대권을 잡으면 염종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때문이죠.


현재 염종은 비담의 힘을 이용해 춘추를 옹립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덕만측과도 협조하고, 이제는 미실측과도 협조하고 있습니다. 미실파와 덕만파의 중간을 아슬아슬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힘이 기우느냐에 따라 파워가 큰 쪽으로 앞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미실, 덕만, 춘추 어느 쪽도 등을 돌리게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킹메이커 같기도 합니다. 요즘 정치권으로 말하면 영원한 정치 2인자였던 모 정치인 인물이 아닐까요? 가늘고 오래 사는 인물의 전형이죠.

역사 기록에 따르면 염종은 선덕여왕 재위 말년(647년)에 비담과 함께 “여자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여 난을 일으켰다”고 했는데, 염종이 문노를 독살했을 때 비담이 그를 죽이지 않은 것이 반역의 역사를 함께 쓰게 될 줄은 비담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화랑세기 24세 천광공편
공이 5년간 풍월주의 지위에 있는 사이에 낭정은 무사로 많이 돌아갔다. 선덕제의 병이 몹시 위독해지자, 비담과 염종이 모반을 했다. 유신공이 신주(=진덕여왕)를 도와 전쟁을 독려했다. 그 때 서울의 군대가 적어 공이 낭도를 모두 동원하여 먼저 그 진으로 돌격했다. 비담이 패하여 달아나고 난이 평정되었다. (천광)공은 그 공으로 발탁되어 호성장군이 되었다.


염종 캐릭터는 방랑자처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생존을 위해 상거래를 하던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본능적으로 권모술수나 처세에 매우 능해 최고의 앞잡이로 보입니다. 얼굴을 보면 사기성이 줄줄 흐르고 눈을 보면 간교함이 넘쳐 납니다. 비담과 대화를 할 때 카리스마 넘치는 김남길도 가끔씩 귀엽고 장난스런 대사가 나오곤 하는데, 염종역을 맡은 엄효섭 또한 대본인지 아닌지 모를 애드리브로 시청자들에게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극 대사가 워낙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데, 염종의 대사는 사극 대사 같지 않고 마치 시트콤 대사 같습니다. 염종 캐릭터가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염종역만큼은 애드리브를 허용했는데, "나 창백하잖아~" 등 엄효섭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애드리브가 시청자들에게 빵빵 터지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요즘 <1박2일>에서 이수근이 미워할 수 없는 ‘앞잡이’로, <무한도전>에서는 노홍철이 ‘사기꾼’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능에서 보여주는 ‘앞잡이’, ‘사기꾼’은 재미와 웃음을 위한 것이란 알기 때문에 이수근, 노홍철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앞잡이는 통상 악역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싫어하게 마련인데, 염종은 ‘귀엽다’‘ ’최고의 로비스트다‘, ’앙앙대는 앞잡이‘ 등 칭찬과 격려 일색입니다. 아마도 15년 넘게 쌓아온 연극배우 내공으로 염종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서 풀어내는 엄효섭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암튼 요즘 염종 때문에 선덕여왕 보는 재미가 배가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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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갈수록 흥미를 더하는 작품
    좋은 해설까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으로 승리하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2. 염종 역할 하시는 분 연기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 개그캐릭터 같지만 극진행에 해가 되거나 따로 논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어요 ㅎㅎ

  3. 앙앙되는 앞잡이란 말이 딱 와 닿습니다. ㅋㅋ 진짜 어제도 왜케 앙앙대시던지..

  4. 염종 참 재미있는 캐릭터에요. 선덕여왕 감초 역할을 잘 해주고 있지요. 저도 이분때문에 요즘 많이 웃어요.ㅎㅎㅎ
    앞잡이보다는 글 곳에서 지적하신 대로 장사꾼이지만...
    그런데 상거래를 위한 단순한 장사꾼은 아니고 주로 국경을 드나들며 정보를 취합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여요.

  5. 염종이라는 캐릭터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6. 염종 연기 정말 잘 하드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