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허벅지' 미인대회는 도를 넘었다

예능프로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은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동시간대 <무한도전>에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 어느 PD가 프로를 맡아도 '무도'에 대한 압박감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킹'PD들은 프로그램의 품격과 질보다 어쩌면 '타도 무한도전'이 제1의 목표인지 모릅니다. 시청률에서 '무도'를 이기려면 시청률 보장의 마약과도 같은 선정성, 막장 등이 가미돼야 하는데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에 눈이 익은지라 왠만한 선정성은 눈 깜짝도 하지 않으니 강도가 점점 세질수 밖에 없습니다. '스타킹'도 예외가 아닙니다. '꿀벅지'란 단어는 특정 신체부위를 뜻하는 성적인 연상이 떠올라 사용 자제를 하는 마당에 최고의 허벅지를 뽑는 이른바 '허벅킹' 방송을 한다는 것은 경악 그 자체입니다.

소위 '허벅킹'을 뽑는 대회는 걸음마도 못하는 갓난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출연해 건강한 허벅지를 과시한다고 합니다. '스타킹' 제작진은 이번주 '무도'의 벼농사 특집에 대비해 아마도 초강수 프로로 '맞짱' 한번 제대로 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무도'의 벼농사 특집은 1년여 동안 추진돼온 장기 프로젝트로 2PM의 박재범의 촬영분을 그대로 방송될 예정이어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특집입니다. 이런 특집에 맞서려면 보통 프로그램보다 강도를 조금 더 세게 한다는 것이 도를 넘고 말았습니다.

'스타킹'의 '허벅킹 대회'는 이미 유이를 쏙 빼닮은 '고딩유이'(고등학생 출연자)가 포털 검색어에 등장하는 등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끌기에 성공했습니다. 이 고딩유이 학생은 유이의 소주광고 CF까지 그대로 따라해 고등학생에 어울리지 않는 섹시함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제작진이 유이의 인기까지 묻어가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인가요?

그동안 '스타킹'은 일본 TBS 예능프로 '3분 출근법'을 그대로 따라해서 '표절킹',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을 성나게 했던 한우고기 패션쇼로 '구설킹', 선정성 논란으로 올해만 해도 여러번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아 '비난킹'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일본 예능프로 표절로 모 PD는 '스타킹'에서 방출되고 프로그램 제작 참여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PD가 들어와 '스타킹'이 이제 제 모습을 찾는구나 생각했는데, 후임PD 역시 시청률 경쟁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PD는 오직 시청률로 말한다'는 말처럼 예능 프로PD는 엄청난 시청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경쟁프로 <무한도전>을 이겨보겠다고 무리하게 경쟁하다 보면 선정성을 넘어선 '구설'로 비판만이 기다릴 뿐입니다. 프로그램의 교양성, 품격부터 갖춰놓고 '스타킹'을 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토요일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무한도전>과 '스타킹'은 각자 취향에 따라 시청률을 나눠가질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무도'와 '스타킹' 모두 예능 프로가 가진 웃음과 재미를 다 가졌지만 '무도'에 비해 '스타킹'이 갖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공익성'입니다. 스타킹은 오락프로의 본질인 재미만을 쫓지만 '무도'는 재미와 웃음외에도 '공익'을 가미했기에 시청률에서 '무도'가 앞서는 것입니다. 섹시퀸을 뽑는다고 신생아를 데려다 요염한 포즈를 짓게하는 프로가 과연 정상적인 프로그램인지요?

얼마전 아동성범죄로 온 나라가 경악했습니다. 아동들을 출연시켜 섹시미를 강조한다고 성인들의 춤을 따라하게 하고 어린 아이 허벅지까지 보여주며 방송하는 것은 안그래도 '아동성범죄'가 판을 치는 마당에 이를 조장하는 거 같습니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심의위원들은 밥 먹고 뭐하고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또한 MC 강호동은 허벅지 미인대회처럼 선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할 수 없다'고 제작진을 설득할만한 파워가 있는데, 왜 그대로 방송하는지 모르겠습니다. MC도 나름대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스타킹'이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강호동에게 미치는 이미지 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스타킹'은 SBS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이 뽑은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인중에서 참신한 재주나 특기를 가진 사람들이 출연해 신선한 웃음을 주었지만 제작진은 올해들어 '욕심'이 난 것 같습니다. 그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초심'을 잃은 예능 프로는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1박2일>도 인기를 얻자, 초심을 잃고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 점거 문제로 호된 비판과 시청률 하락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모든 예능 프로가 시청률이라는 숙명을 피해갈 수 없기에 제작진의 어려움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선정성 등으로 시청률을 노린다면 어느 한 순간은 기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요즘 SBS는 예능에서 MBC의 <무한도전>과 KBS의 <1박2일>에 견줄만한 프로가 없습니다. 잘 나간다던 <패밀리가 떴다>도 최근 식상함으로 시청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SBS 예능의 위기입니다. 이런 마당에 예능국 PD들은 보이지 않는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스타킹' 제작진은 예능 프로의 최고봉이라는 <무한도전>과 경쟁하다 보니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최고 잘 나간다는 꿀벅지 유이의 인기와 갓난아기부터 할머니까지 출연자들의 '허벅지' 선정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한 건 해보자' 했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또 한번의 '구설킹'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스타킹은 '구설킹', '표절킹'도 모자라 유이의 꿀벅지를 모방한 '허벅킹'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