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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세바퀴’ 인기, '아줌마 파워' 덕분이다

by 피앙새 200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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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심야시간에 방송되는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무한도전>을 누르고 2주 연속 주말 예능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3일에 이어 10일 방송된 '세바퀴'는 시청률 18.2%를 기록해 14.3%의 '무한도전'을 누르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바퀴‘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코너로 방송돼다 토요일로 독립 편성된 후 중장년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토요일 심야시간인 밤 10시 45분에 방송되는 것으로 20% 안팎의 시청률을 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은 열풍의 진원지로는 무엇보다 질펀한 얘기도 마다 않는 '아줌마파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경실, 선우용녀, 김지선, 양희은 등 이른바 아줌마 연예인들이 뿜어내는 수다의 열기는 주말 밤을 뜨겁게 하고도 남습니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오면 감추고 싶은 것,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꺼려하지만 ‘세바퀴’에서는 이런 것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가식도 통하지 않습니다. 솔직담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세바퀴’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가끔씩 아줌마들이 쏟아내는 수다중에는 ‘저런 것까지 말해야 되나?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나?’ 하고 느껴질 정도로 '19금 수위'를 아슬 아슬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야하거나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선우용녀, 이경실 등 고정게스트 아줌마들의 껄쩍지근한 얘기에 젊은 게스트들도 자연스럽게 동화돼어 연애시절 첫 키스 얘기들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주는 길과 연인사이인 쥬얼리의 박정아가 출연해 김제동 집에서 첫 키스를 한 얘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조형기는 김제동이 노총각인데, 염장 지를일 있냐며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퀴즈쇼지만 그 퀴즈속에는 아줌마들의 웃음폭탄이 장전돼 있어 퀴즈를 푼다는 긴장감은 커녕 웃음만이 가득합니다.

최근 예능 프로는 이렇게 아줌마파워(Power)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통적인 안방마님의 이미지는 함부로 나서지 않고 말도 가려서 하며, 남자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타는 보수적인 아줌마였습니다. 그러나 예능 프로에서 이러한 전통적 이미지를 깨고 나온 것이 1986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쓰리랑 부부'의 김미화였습니다. 일자 눈썹을 그린 얼굴로 남편으로 나온 김한국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당시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또한 1991년 코미디 프로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이경실은 토크쇼의 시초가 되었던'도루묵 여사'란 코너를 통해 질펀한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이경실은 ‘도루묵여사’에서 당시 드라마 <파일럿>으로 인기를 얻은 얌전한 이미지의 이재룡을 게스트로 초대해 막춤을 추게 하는 등 거침없는 입담과 몸개그로 예능에서 토크쇼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이후에도 <개그콘서트>에서 김지선,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박미선 등이 본격적인 아줌마 예능시대를 열어왔고, 최근에는 <세바퀴>에 출연하고 있는 이경실, 양희은, 선우용녀, 김지선, 임예진 등이 ‘줌마렐라 시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여주는 ‘아줌마 파워’의 근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첫째, 억척스러움입니다. 우리 나라 아줌마들은 자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은 특유의 힘이 있습니다. 이러한 힘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때 우리나라 여자핸드볼 선수들입니다. 오성옥, 오영란 등이 주축이 되어 끈질긴 정신력과 투혼으로 세계에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억척스러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능 프로에서도 이런 아줌마들의 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출연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고 오래 출연해야 인기와 돈이 따르기 때문에 기혼 연기자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연기자 생활이 곧 이들의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능 프로에서 보여주는 아줌마 연기자들의 억척스러움은 직업정신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예능 프로에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때로는 몸개그 등 과감히 망가져야(?) 합니다. 요즘은 숙녀다운 말투와 교양을 떨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어렵습니다. 이경실, 조혜련 등 아줌마 연기자들은 산전수전 다 겪어서인지 몸개그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 자신들의 개인적인 일상사까지 부끄러움 없이 다 드러냅니다. 김지선은 출산드라 이미지로 만삭의 몸으로 출연하여 남편과 넷째를 가진 사연들을 가감 없이 얘기하며 부끄럽지 않은 수다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줌마의 수다가 바가지를 깨는 것이 아니라 웃음폭탄을 만드는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셋째, 수다로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여자 셋만 모이면 바가지 깨진다'는 말처럼 여자들은 먹을 것만 있으면 하루 종일 수다를 떨며 지낼 만큼 수다는 예능 프로에서 여자들의 전용무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다 컨셉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게 바로 토크쇼입니다. 예능 프로의 특징은 토크이며, 수다는 결혼한 여자들에게 더 많은 얘기꺼리가 있기 때문에 미혼 연기자보다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강호동, 이승기가 공동 진행하는 <강심장> 첫방송을 보니 퀴즈대신 특정한 주제를 놓고 입담대결을 펼치는 것 외에는 ‘세바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세바퀴'와 같이 많은 게스트가 출연하고, 입담 좀 있다는 게스트들이 출연해 토크로 재미와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심장>은 출연자들이 토크를 통해 어떡하든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세바퀴’는 퀴즈를 풀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생활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이 토크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강심장>의 젊은 출연자들에 비해 아줌마들의 수다에 공감하고 유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세바퀴’가 시청자들에게 더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천하의 강호동도 '세바퀴'의 인기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말 밤 아줌마들의 수다 보는 재미에 많은 시청자들이 푹 빠져 있습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당분간 예능에서 아줌마 파워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남자 안부럽다!"는 말이 이제 예능에서 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잘 키운 아줌마들의 유쾌한 수다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는 물론 재미와 즐거움까지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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