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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선덕여왕, 덕만을 향한 비담의 사랑과 야심

by 피앙새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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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선덕여왕>이 이번주 두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하나는 '여자임금이 먼저인가, 진골임금이 먼저인가?'라는 골품제 문제고, 또 다른 하나는 비담이 처음으로 덕만에게 '설렌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야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골품제 문제는 춘추가 '골품제는 천한 것이다'고 해 덕만과 미실 모두에게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춘추의 말은 미실보다 덕만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골의 한계를 갖고 있는 춘추가 먼저 전례를 깨는 것보다 여자인 덕만이 먼저 전례를 깨준다면 자신도 나중에 왕이 되는데 수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춘추, 머리 하나는 비상합니다.

오늘은 골품제 문제보다 이른바 '비덕라인'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비담의 덕만을 향한 마음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야심일까요? 이번주 비담은 덕만에게 "저 한테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세요. 그래야 설렙니다"며 처음으로 덕만을 향한 마음을 보였습니다. 사실 비담은 덕만의 신분을 모를 때부터 스승 문노에게 덕만을 돕고 싶다고 말하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 관심이 사랑이냐, 야심이냐는 무 자르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네요. 비담은 자신의 태생적 한계때문에 덕만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진평왕이 부마를 들이겠다고 하자, 자신도 덕만과 혼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덕만에게 '설렌다'는 표현을 쓰며 마음을 드러낸게 아닐까요?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진평왕이 덕만의 국혼을 서두르면서 부마(왕의 아들이 아닌 사람이 왕위를 계승)를 들여야겠다고 했으니 비담도 진골이지만 부마가 될 수 있습니다. 국선 문노밑에서 왕보다 크고 높은 삼한지세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문노의 말에 비담의 어린 가슴은 수없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대업을 꼭 이루겠다는 비담의 야심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꿈틀대고 있으니까요. 진지왕의 혈통인 비담을 부마로 만들어 왕(王材)으로 키울 것이라는 문노의 계획을 알게된 비담은 마음속으로 야망을 키워왔습니다. “내가 덕만과 혼인할 수 있다면 신라의 왕좌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비담인데, 진평왕이 '부마'로 왕의 문을 열어놓았으니, 덕만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야죠.

덕만의 국혼을 두고 비담은 "원래 뜻대로 하실 거죠?"라고 물으니 덕만은 "혼인하지 않겠다. 이제 시작이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비담은 부군으로 왕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네요. 비담이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사랑과 야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만을 마음속으로 사랑하지만 부마가 되어 왕이 되려는 야심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죠. 지금 비담은 덕만 곁에서 공주 덕만을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생모 미실에게는 가시돋힌 말로 쏘아 붙이며 덕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날카로운 눈으로 덕만을 바라보는 비담의 눈은 이 가을 우수에 찬 남자처럼 깊은 고뇌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물론 선덕여왕 말년에 난을 일으켜 사랑도 야심도 모두 이루지 못하고 죽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 극중의 비담은 극도로 혼돈상태입니다. 생모 미실도 외면하고 덕만을 향한 그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뜨겁습니다. 비담의 그 열정이 현재로서는 '사랑'으로 보입니다. 이 사랑이 야심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기술된 비담의 죽음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남자들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을 할 때 보통 야망을 선택하지요.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도 사랑 대신 야망을 택한 남자주인공이 결국 파멸에 이르지요. 요즘 비담의 눈빛 연기를 유심히 보면 예전과 다르게 호수처럼 맑다가도 거친 해일처럼 일렁이기도 합니다. 비담팬들은 비덕라인이 이어지길 바라는데, 결국 사랑을 택하라는 것이죠.


비담 : 묘해요. 정말 반하겠어요!
덕만 : (이상한 기분이 들자 말을 바꾸며) .... 내가 좀 성급했나봐. 쉽게 생각한 것 같아. (중략)
비담 : (앞에 얘기 계속 이으며) 그러니까 저한텐 있는 그대로 보여 주세요.
비담 : (덕만을 보면서) 그래야 설레요...

어찌보면 요즘 비담은 휴화산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20년을 거친 광야에서 자라다 이제 어릴적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와있습니다. 사랑이든 야심이든 비담에겐 강력한 경쟁자 유신이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요즘 유신을 바라보는 비담의 눈은 질투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덕만과 유신이 가까이 하는 것을 눈꼴시려 합니다. 덕만의 유신에 대한 애정 때문에 비담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눈빛으로 변했습니다. 덕만을 향해 금방이라도 '나도 좀 사랑해줘요!'라며 특유의 장난끼 어린 말로 투정을 부려도 되건만 비담은 지금 그럴 계제가 아닌가 봅니다.

비담은 요즘 덕만공주를 짝사랑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덕만은 비담보다 '여왕'이 되려 하기 때문에 비담보다는 유신을 더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진평왕이 국혼을 서두르려 하지만 덕만은 사랑 따위엔 관심도 없습니다. 덕만을 사랑하는 비담의 마음이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야망을 위한 발판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비담이라는 인물 자체가 선악을 함께 가진 모순적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담을 보며 언제 퓨어 비담에서 다크 비담으로 변하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아마도 그 시기는 덕만을 향한 사랑이 외면받을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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