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선덕여왕>이 이번주 두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하나는 '여자임금이 먼저인가, 진골임금이 먼저인가?'라는 골품제 문제고, 또 다른 하나는 비담이 처음으로 덕만에게 '설렌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야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골품제 문제는 춘추가 '골품제는 천한 것이다'고 해 덕만과 미실 모두에게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춘추의 말은 미실보다 덕만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골의 한계를 갖고 있는 춘추가 먼저 전례를 깨는 것보다 여자인 덕만이 먼저 전례를 깨준다면 자신도 나중에 왕이 되는데 수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춘추, 머리 하나는 비상합니다.

오늘은 골품제 문제보다 이른바 '비덕라인'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 비담의 덕만을 향한 마음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야심일까요? 이번주 비담은 덕만에게 "저 한테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세요. 그래야 설렙니다"며 처음으로 덕만을 향한 마음을 보였습니다. 사실 비담은 덕만의 신분을 모를 때부터 스승 문노에게 덕만을 돕고 싶다고 말하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 관심이 사랑이냐, 야심이냐는 무 자르듯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네요. 비담은 자신의 태생적 한계때문에 덕만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진평왕이 부마를 들이겠다고 하자, 자신도 덕만과 혼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덕만에게 '설렌다'는 표현을 쓰며 마음을 드러낸게 아닐까요?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진평왕이 덕만의 국혼을 서두르면서 부마(왕의 아들이 아닌 사람이 왕위를 계승)를 들여야겠다고 했으니 비담도 진골이지만 부마가 될 수 있습니다. 국선 문노밑에서 왕보다 크고 높은 삼한지세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문노의 말에 비담의 어린 가슴은 수없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대업을 꼭 이루겠다는 비담의 야심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꿈틀대고 있으니까요. 진지왕의 혈통인 비담을 부마로 만들어 왕(王材)으로 키울 것이라는 문노의 계획을 알게된 비담은 마음속으로 야망을 키워왔습니다. “내가 덕만과 혼인할 수 있다면 신라의 왕좌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비담인데, 진평왕이 '부마'로 왕의 문을 열어놓았으니, 덕만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야죠.

덕만의 국혼을 두고 비담은 "원래 뜻대로 하실 거죠?"라고 물으니 덕만은 "혼인하지 않겠다. 이제 시작이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비담은 부군으로 왕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네요. 비담이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 사랑과 야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만을 마음속으로 사랑하지만 부마가 되어 왕이 되려는 야심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죠. 지금 비담은 덕만 곁에서 공주 덕만을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생모 미실에게는 가시돋힌 말로 쏘아 붙이며 덕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날카로운 눈으로 덕만을 바라보는 비담의 눈은 이 가을 우수에 찬 남자처럼 깊은 고뇌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물론 선덕여왕 말년에 난을 일으켜 사랑도 야심도 모두 이루지 못하고 죽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 극중의 비담은 극도로 혼돈상태입니다. 생모 미실도 외면하고 덕만을 향한 그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뜨겁습니다. 비담의 그 열정이 현재로서는 '사랑'으로 보입니다. 이 사랑이 야심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기술된 비담의 죽음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남자들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을 할 때 보통 야망을 선택하지요.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도 사랑 대신 야망을 택한 남자주인공이 결국 파멸에 이르지요. 요즘 비담의 눈빛 연기를 유심히 보면 예전과 다르게 호수처럼 맑다가도 거친 해일처럼 일렁이기도 합니다. 비담팬들은 비덕라인이 이어지길 바라는데, 결국 사랑을 택하라는 것이죠.


비담 : 묘해요. 정말 반하겠어요!
덕만 : (이상한 기분이 들자 말을 바꾸며) .... 내가 좀 성급했나봐. 쉽게 생각한 것 같아. (중략)
비담 : (앞에 얘기 계속 이으며) 그러니까 저한텐 있는 그대로 보여 주세요.
비담 : (덕만을 보면서) 그래야 설레요...

어찌보면 요즘 비담은 휴화산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20년을 거친 광야에서 자라다 이제 어릴적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까지 와있습니다. 사랑이든 야심이든 비담에겐 강력한 경쟁자 유신이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요즘 유신을 바라보는 비담의 눈은 질투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덕만과 유신이 가까이 하는 것을 눈꼴시려 합니다. 덕만의 유신에 대한 애정 때문에 비담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눈빛으로 변했습니다. 덕만을 향해 금방이라도 '나도 좀 사랑해줘요!'라며 특유의 장난끼 어린 말로 투정을 부려도 되건만 비담은 지금 그럴 계제가 아닌가 봅니다.

비담은 요즘 덕만공주를 짝사랑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덕만은 비담보다 '여왕'이 되려 하기 때문에 비담보다는 유신을 더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진평왕이 국혼을 서두르려 하지만 덕만은 사랑 따위엔 관심도 없습니다. 덕만을 사랑하는 비담의 마음이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야망을 위한 발판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비담이라는 인물 자체가 선악을 함께 가진 모순적 인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담을 보며 언제 퓨어 비담에서 다크 비담으로 변하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아마도 그 시기는 덕만을 향한 사랑이 외면받을 때가 아닐까요?

Posted by 피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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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덕만이 언제쯤 비담의 마음을 알지 궁금하네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 아직은.... 2009.10.08 09:5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직은 사랑이 아닐런지...
    덕만공주가 혼인을 하지 않을거라는 말에 그리 좋아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비담을 보면 부마보다는 여왕이 되려하는 덕만에게 푹빠져있어 보였어요.
    얼마전 미실이 하차한다는 기사를 보고 걱정되었던건 그동안 비담의 캐릭이 미실을 대신해야할 카리스마와 극의 중심에 확고히 자리잡아야 마지막회까지 흥미진진할텐데 하는 걱정이었어요. 지금까지는 덕만편에 서서 미실과 적대적 관계니 어느 일을 계기로 덕만과 적대적 관계가 되어 비담의 난을 일으킬지 궁금하네요.ㅋ

  3. 그래서 비담을 볼 때마다 불안하답니다.
    트랙백 걸고 가요. ^^

  4. 김남길은 점점 매력있는 매우로 변하는 것 같아요.
    모던보이,쌍화점에서는 크게 못느꼈는데....^^

  5. 선덕여왕으로 보면..모던보이에서 보았던 김남길은 없는 거 같아요..

  6. 비담이 덕만공주를 바라보는 눈을 보고 저도 마음이 안쓰럽더라고요.
    하지만 연결은 시켜주지 못하겟지요?.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ㅎ

  7. 이런들 2009.10.08 15:0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비담이 난,,,,

    교과서에도 나왔던 역사적 사실이죠.

    상대등인 비담이 염종과 함께 선덕여왕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선덕여왕을 죽이지만, 김춘추와,김유신에게 진압되어 죽음을 당하고, 김춘추는 왕위서열에서 앞서는 **의 양보로 왕이 되죠...왕을 양보할정도록 김춘추가 기세등등했죠.

    지금 말로 하면 국무총리가 쿠테타 일으켰다가 진압되었다는 것인데,

    흡사, 박정희대통령이 피살되자 전두환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오히려 반역자로 몰아
    실각시키고, 대통령이 되었던 사실을 떠올립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 점을 감안해보면,

    비담은 정승화, 김춘추는 전두환 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8. 비담짱 2009.10.08 16: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아 ㅜㅜ 비담이가 덕만에게 은글슬쩍 고백하니까
    나까지 설레이네요ㅜㅜ.........
    저런 남자 있음 좋겠네여 ㅋㅋㅋ

  9. 비담 너무 좋아합니다
    얄미운듯 귀여워요 ㅎㅎㅎ
    착하게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10. 내가...변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2009.10.08 21:3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문노의 죽음으로 비담은 순수한 마음으로 덕만을 돕고, 덕만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마지막 선(善)을 지키기 위해 선한 것들로 잠재되어있는 악하고 어두운 마음들을 덮고 있는 거예요.비담에게 문노는 어버이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 같은 존재였지요.
    그런 문노의 죽음을 통해 현재의 비담은 야망보다는 자신이 처음으로 순수하게 다른 사람에게 측은지심으로 가질 수 있게했고, 대가 없이 덕만을 도우려했던 마음...에서 벗어나있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번째는, 문노의 유언으로 "김유신을 따르고 공주님을 도와드려라."라는 유지를 아직까지는 그대로 받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삼한지세를 춘추에게 주겠다며 그를 왕으로 만들겠다는 염종에게 "우리가 만들 왕은 춘추가 아니다." 라고 한 것인데요. 그는 미실에게도 말했듯이 덕만을 왕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반해 자신 스스로가 왕이 되겠다는 야심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번째...'그러면... 혹시 나도 변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는 독백입니다.
    지금 비담은 문노에 이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심어줄 덕만에게 모든 것 걸고, 자신에게 새 빛과, 선하고 순수한 것들로 채워져 자신이 변할 수 있기를 간절하고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끈일 거예요. 하지만 덕만은 이런 비담을 받아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는 다시 상처입은 새끼 늑대가 되어 비담 자신과 덕만,유신 그리고 세상에 사나운 이빨과 발톱으로 할퀴며 분노를 포효하겠죠.

    저도 역사 너머의 진실을 볼 때 위의 그런들...님의 의견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드라마 안에서의 흐름은 이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덕만과 비담, 유신 누구 하나도 사랑을 이루지 못할 슬픈 운명에 안타까움만 남습니다.

  11. 부마는 2009.10.09 08:4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왕의 사위를 뜻하지, 왕족 아닌 자가 왕위를 계승한단 뜻이 아닙니다.
    역사를 다 뒤지면 간혹 부마가 왕이 되는 일도 없지야 않았겠지 싶지만 단어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