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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오직 연기로만 말하는 배우다

by 피앙새 200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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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지난 추석 극장가를 평정했습니다. 6일 현재 누적 관객수가 150만명을 넘으며 국내 개봉작중 가장 좋은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를 통해 자신의 최다 흥행기록이던 <무방비도시>(2008년, 162만명) 관객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영화 개봉전부터 김명민이 20kg의 몸무게를 감량한 것으로 화제를 뿌리더니 개봉 2주도 채 안돼 150만을 돌파한 것은 김명민의 힘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루게릭병 환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장례지도사 여인(하지원)의 가슴 아픈 최루성 맬로 영화일 뿐인데, 만약 김명민이 아니고 원래대로 '권상우가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박진표감독은 참 운이 좋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박감독의 작품성보다 관객들은 배우 김명민을 보기위해 극장을 찾고 있으니까요. 관객들은 그만큼 '명민좌'의 연기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내용은 이미 슬플 맬로라고 알려졌과 박진표감독의 영화 <너는 내 운명>처럼 소리 죽여 눈물 좀 짤 수 있겠구나 하고 갔다면 낭패를 보기 쉽상입니다. 필자는 영화 시작 10여분이 지난후 '이런 영화를 보에 눈물을 흘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루하게 전개되던 영화가 엔딩 부분에 이르러서는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 대는 관객들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훔찟 놀랐습니다.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이성적인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당최 눈물을 흘릴 영화가 아니란 것입니다. 그런데 관객들은 왜 눈물을 흘릴까요? 그 이유를 곰곰히 살펴보니 배우 김명민에게 그 답이 있었습니다.

배우가 영화 개봉전에는 방송에 나와 영화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김명민은 영화홍보를 위해 방송출연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의 체중감량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0kg의 체중감량은 보통사람도 하기 힘든 것인데, 극한 상황을 극복한 김명민의 열정이 영화 홍보보다 더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영화 개봉전부터 '김명민을 보고 영화를 꼭 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행 돌풍은 이미 예상된 것이죠. 물론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하는 관객도 있습니다. 갈비뼈가 앙상할 정도로 뼈만 남은 몸으로 루게릭병 환자역을 연기하는 김명민의 연기외에 볼거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3루 최루성 맬로라 해도 그 눈물속에 김명민의 연기력이 녹아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운대>를 통해 천만 관객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하지원이 오히려 영화로는 한번도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던 김명민을 통해 흥행을 등에 업고가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가슴 아픈 사랑을 애절하게 연기한 하지원의 연기 또한 김명민에 비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툭 까놓고 얘기해서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을 빼놓고 생각해본다면 지금과 같은 흥행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내 사랑 내 곁에>와 경쟁하고 있는 개봉작으로 수애와 조승우가 열연한 사극 액션 맬로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최강희가 주연한 <애자>가 만만치 않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들 영화를 모두 물리치고 <내 사랑 내 곁에>가 누적 관객수 1위를 차지한 것은 김명민외에 다른 요인을 찾기 힘듭니다. 박진표감독이나 하지원이 들으면 기분이 좋을리 없는 말이지만 김명민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명민은 영화 개봉후 '대타, 땜방으로 나온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배우로서 흥행에 욕심이 없는 배우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연기자 김명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타' 출연입니다. 야구 선수도 아닌데 번번히 대타로 출연하는 작품을 볼 때마다 김명민의 자존심은 어땠을까요? 오기가 발동했겠죠. 그러나 그의 대타인생은 위기때마다 한방을 터뜨려주는 홈런타자처럼 정말 출연작마다 성공을 했습니다. 1996년 SBS 공채(6기)로 스타의 꿈을 키우며 단역도 마다않고 열심히 했지만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출연했던 영화마저 흥행이 되지 않아 연기자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민을 결심하는데, 하늘이 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은 최수종, 정준호, 이병헌, 송일국을 거쳐 맨 마지막에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제작진이 김명민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 김명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배우 김명민'이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얀거탑>도 차승원으로 캐스팅됐다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함에 따라 김명민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입니다. 대타인생이지만 연타석 홈런을 날린 후 지난해 지정타석으로 나선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만루홈런을 치며 최고의 한해(MBC연기대상 대상)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대타 인생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권상우로 캐스팅된 <내 사랑 내 곁에>에 대타로 출연제의가 들어왔을 때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김명민은 극도의 체중감량 걱정으로 출연을 망설였습니다. 제대로 연기하려면 목숨도 내놓아야할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그는 출연을 겸심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중감량으로 루게릭병 환자를 완벽하게 표현해 영화에서도 생애 처음으로 흥행 돌풍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김명민의 영화 이력을 보면 김명민은 지금까지 의학스릴러물 <리턴>(2007년, 65만명), 손예진과 함께한 액션 스릴러 <무방비도시>(2008년, 162만명)에 출연했지만 그의 연기력에 비해 흥행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명민좌'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여세를 몰아 그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생애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배우란 좀 유명해지면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기 쉬운데, 김명민은 연기를 위해 자존심 따위는 엿 바꿔 먹은지 오래입니다. 대타로 극적 홈런을 날린 선수는 오래 기억되기 마련입니다.

그가 지난 4월에 방송된 <MBC스페셜>을 통해 인터뷰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아직도 캄캄한 길을 걷고 있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그 길을 따라서 걷고 있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저는 행복한 것입니다." 정말 김명민은 운이 좋은 건가요? 그럼 지금까지 대타로 출연한 모든 작품들을 운으로 이야기해야 하나요? 그에게 운이란 없습니다. 아직도 볼펜을 입에 물고 대사 연습을 할 정도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입니다. 김명민의 오늘은 남보다 한번 더 대사를 보고, 남보다 캐릭터에 더 몰입하고, 대타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해온 결과로 얻어진 값진 승리입니다. 이런 승리로 그는 대중들의 스타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배우이길 바라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합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는 김명민 연기 인생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이 들어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김명민과 하지원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혹독하게 자신을 다스려 앙상한 뼈만 남은 모습으로 연기 투혼을 불사른 김명민의 연기력에 눈물 흘리는지도 모릅니다.

김명민, 그는 오직 연기로만 말하고, 연기를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이 시대 진정한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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