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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선덕여왕 비담, 패륜아 아닌 의리의 남자다

by 피앙새 200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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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뜨리면 될 거 아닙니까?” 비담이 스승 문노에 맞짱 한번 제대로 뜨자고 덤볐습니다. ‘삼한지세’를 두고 사제지간의 도, 의리를 깡그리 뭉개고 덤빈 비담을 문노는 너그럽게 받아주었습니다. 스승과 제자, 문노와 비담의 한판 대결은 칼에 불꽃이 튄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누가 이기고 지더라도 가슴 아픈 승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반전으로 국선 문노가 죽었습니다.

흐드러지게 꽃이 핀 들녘에서 문노는 죽었습니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습니다. 문노가 비담에게 남긴 마지막 말, “스승으로서 많이 부족했지? 누가 뭐래도 넌 나의 제자이니라...” 비담은 문노를 부둥켜안고 오열했습니다. ‘삼한지세’를 유신에게 주려고 했던 스승을 못마땅해 하면서 사제지간 한판 승부가 펼쳐졌을 때 비담이 미실의 피를 이어받아 어쩔 수 없이 다크 비담, 패륜아가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작가는 시청자의 허를 찔렀습니다. 염종의 부하가 쏜 독화살을 맞고 문노가 숨을 거둔 것입니다.


어제 <선덕여왕>에서 ‘삼한지세’를 두고 벌인 문노와 비담의 막상막하의 무예대결은 비담이 이겨도 문제, 문노가 이겨도 문제였습니다. 손에 땀을 쥔다는 표현은 어제 문노와 비담의 대결을 두고 한 말 같습니다. 그런데 문노가 누군가의 독침을 맞고 쓰러지자, 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비담에 의해 문노가 쓰러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아니면 문노가 비담의 칼자루를 부러뜨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겨서일까요? 두 사람의 대결은 선덕여왕 명장면중의 하나였습니다.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면서 문노는 마지막에 비담과 서로의 진심을 알게됩니다. 스승과 제자로서 서로를 인정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문노가 좀더 일찍 비담의 마음을 알아차렸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해보며 마지막 가는 길에 문노가 비담을 진정한 제자로 인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담은 '삼한지세'를 위해 스승에게 칼을 겨누었으나 결국 책보다 스승을 선택했습니다. 비담을 사이코패스, 패륜아라 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제는 의리의 비담이었습니다. 비담에게는 미실의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문노에 의해 나쁜 피가 어느 정도 정화된 듯 합니다.


그러나 문노의 죽음은 비담의 다크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비담이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승 문노뿐이었습니다. 이제 문노가 세상에 없기 때문에 비담은 럭비공과 같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문노는 숨을 거두며 "왜 삼한지세를 가져가지 않고 나를 데려왔느냐?"라며 "이제서야 니 마음을 알겠다. 고맙구나. 화랑이 되어 유신과 덕만을 도우라"고 마지막 유언을 했습니다. 다행히 문노가 마지막 유언대로 어제 화랑이 되어 서라벌로 입성을 했습니다. 남루한 옷차림만 보다가 화랑옷을 입은 비담의 모습은 유신, 알천, 보종보다 훨씬 더 멋져 보였습니다.

비담은 문노를 살해한 염종의 뒤를 밟아 그를 죽이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염종의 집에 춘추가 있었던 것입니다. 춘추는 ‘삼한지세’ 책을 찢어 종이공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미 춘추는 책을 다 읽고 찢은 것으로 보여 춘추의 대단한 머리를 짐작케 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염종의 집에 왜 춘추가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그렇다면 염종을 사주해 문노를 살해하게 한 인물이 김춘추라는 것인가요? 극의 전개로 봐서는 미실이 사주해 문노를 죽인 것으로 해야 스토리가 산으로 가지 않는데, 작가진이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춘추가 염종집에서 비담과 맞딱뜨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데, 이것이 <선덕여왕>을 국민 사극으로 만든 원동력인지 모릅니다. 조금 기분 나쁘지만 다음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는 최고의 머리를 가진 작가진입니다. 일각에서는 태백산맥으로 간 문노가 살아서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말들이 나도는 것은 그만큼 작가진에서 예고편과는 달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상상력도 풍부하게 나래를 펴는 것이겠죠. 어쨌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문노는 죽음으로서 <선덕여왕>에서 하차하게 됐습니다.

국선 문노가 <선덕여왕> 마지막 부분에 난폭해진 비담에 의해 죽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조금은 어이없게도 독화살 한 방에 가고 말았습니다. 신라에서는 감히 대적할 자가 없다는 문노가 독화살 한방 맞고 죽는 것을 보니 뭔가 아쉽습니다. 그러나 비담이 문노가 죽을 때 보여주었던 스승에 대한 도리를 보니 사이코패스, 패륜아는 아닌 듯 합니다. 앞으로 비담이 화랑이 된 후 선덕여왕이 늙고 노쇠해졌을 때 어릴적 꿈이었던 왕이 되기 위해 다크 비담이 되겠지만, 적어도 어제 문노가 죽을 때 보여줬던 눈물로 봐서는 패륜아가 아니고, 시청자들을 울릴만큼 비담은 가슴이 따뜻한 남자, 의리의 사나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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