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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 오연수, 그녀의 망가짐이 시작됐다

by 피앙새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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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수하면 청초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예능 프로에 출연하지 않고 오직 드라마, 영화에만 전념하는 배우기 때문에 그녀의 인간적인 내면을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1989년 MBC 공채 텔런트로 데뷔한 후 그녀가 맡은 드라마와 영화속 주인공들 역시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청순가련형이거나 한 남자만 바라보는 순애보 여주인공을 맡아 왔습니다. 그녀는 인간 오연수보다 작품속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로 지난 20년간 필로그래피를 채워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월화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이하 '공돌' 표기)에서 제대로 망가지지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연기자로 발을 들여놓은 후 이렇게 망가져보긴 처음입니다. 상대역인 조각미녀 황신혜 역시 망가지는 연기와는 담쌓고 지내는 여우지만 오연수와 작정을 한 듯 첫 방송부터 기선을 잡기 위한 싸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극중 맡은 배역이 억척 아줌마라서 그런지 이제 청초, 도도 이미지를 과감히 내 팽개쳤습니다. 오연수는 '공돌'의 차도경 역할이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이제 오연수도 더 이상 청초, 내숭, 순애보 여인이 아니라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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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수가 맡은 차도경은 극중 발레리나를 꿈꾸다 억척 아줌마가 됐는데, 17년만에 상황이 역전돼서 만난 장공심(황신혜)과 티격 태격 하는 코믹 드라마입니다. 차도경은 작곡한답시고 놀고 먹는 남편 나봉희(탁재훈)와 살면서 속깨나 썩고 살지만 천하무적 대한민국 아줌마파워로 무서운 것 없이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녀 곁에 학창시절 뭐 하나 잘난 것 없던 장공심(황신혜)이 삐까번쩍한 자가용을 타고 골드미스로 나타나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합니다. 그런데 발레를 하는 도경의 이란성 쌍둥이 아들 나선남(오승윤)이 오성 발레단 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싶은데, 그 아카데미 단장이 장공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바뀐 팔자에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극중 장공심과 차도경은 전생에 아마도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나 봅니다. 어릴적부터 라이벌이었는데, 장공심의 남자였던 나봉희(탁재훈)를 차도경이 빼앗아가면서 두 여인의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어제 오연수는 눈에 검은 마스카라가 흘러내려 눈물이 범벅이 된 채 흘러내리며 공항을 달리는 우스꽝스런 연기로 이제 '예전의 오연수는 잠시 잊어달라'는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그러나 오연수의 망가짐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녀는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고 제대로 망가지기로 작정했기 때문입니다. 억척아줌마로 자존심 따위는 다 버리고 짝퉁 명품을 꿰매입으며 장공심에게 당하는 굴욕을 아들 선남이 때문에 꾹 참습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데 도경이가 만난 남자 나봉희는 가수지망생이지만 천하태평 백수입니다. 그래서 도경이에게 꼼짝 못하는 공처가이기도 합니다. 오연수는 청순가련형 여인에서 이제 남편을 쥐잡듯이 잡는 공포의 아줌마로 연기변신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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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아침드라마 <일요일은 참으세요>에서 오연수는 손지창과 함께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가 부부가 함께 출연한 유일한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극중 알콩달콩 살아가는 신혼부부로 나왔는데, 진짜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1992년초에 만나 1998년 결혼할 때까지 두 사람의 열애소식을 아무도 모를 정도로 비밀 데이트를 해왔으니 그만큼 주변 관리가 깨끗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연수=대박'이라는 인식이 방송가에 퍼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2004년 <두번째 프로포즈>, 2005년 <슬픔이여 안녕>, 2006년 <주몽>에 이르기까지 3편 모두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오연수에 대한 인기는 절정이었습니다. 이런 인기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연기를 위한 오연수의 열정을 잘 보여준 드라마가 지난해 방영된 <달콤한 인생>입니다. 여기서 그녀는 비키니신이 나오는데, 결혼한 주부로서 그것도 40이 가까운 나이에 수영복 몸매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연수는 제작진에게 비키니신을 뒤로 미뤄달라고 부탁한 후 3주간 뼈를 깎는 다이어트로 몸을 만든 후 40이 가까운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만큼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었습니다. 김명민이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kg이 넘는 체중감량을 하듯, 오연수도 극중 혜진의 날씬한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몸을 만드는 프로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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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 <춤추는 가얏고>에서 최초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 그녀는 출연을 고사했었습니다. 공채 탤런트로 뽑히자 마자 주인공으로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연기력에 아직 자신이 없을 때 출연한 첫 드라마가 망하면 그 이후 다시는 배역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연수는 우여곡절 끝에 '가얏고'역을 맡았는데, 이왕 맡은 거 죽기 살기로 덤벼 들었습니다. '가얏고' 인물에 맞추기 위해 대역이 있었지만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가야금을 배워 완벽하게 연기를 소화해냈습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가얏고'가 끝날 때쯤 그녀는 이미 스타가 돼 있었습니다.

대중들은 첫 드라마 <가얏고>부터 주연을 맡으며 운이 좋은 배우로 생각하지만 오연수의 이런 노력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 연기 경력 20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그녀는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옆에서'에서 나오는 누님처럼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왔습니다. 내숭, 도도, 청초할 것만 같은 그녀가 망가지면 망가질 수록 시청자들은 즐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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