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김태호PD 징계하라는 ‘방개혁’ 성명 읽어보니

by 피앙새 2009. 9. 8.
반응형
연말이면 방송사마다 연예대상 시상식을 하고 생방송으로 중계를 합니다. 한해동안 고생한 배우, 가수, 개그맨 등이 나와 수상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짓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수상소감은 상을 받기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은 물론이고 기획사 사장, 동료배우, 심지어 미장원 언니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송사의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은 상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나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난 3일에는 제 3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우수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인의 창작의욕,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이날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연예오락부문 작품상과 TV연출자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으로 “밖에서 고생하는 최문순 사장님, 엄기영 사장님! 힘내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이 수상소감은 김태호PD가 2002년 MBC에 입사한 이래 그가 모시던 전현직 사장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 그리고 미디어법 등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엄기영사장에 대한 응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말입니다. 수상소감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며, 직장 상사에 대한 김태호PD의 평소 의리를 엿볼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김태호PD의 발언을 두고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혁’ 표기)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어제 ‘방개혁’은 ‘MBC무한도전 PD, 방송을 사적통신으로 이용’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김태호PD의 발언을 조목조목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김태호PD에 대한 엄중 처벌을 MBC에 요구했습니다. ‘방개혁’에서 김태호PD 발언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 정치적 배경과 목적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성명 내용을 보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개혁'은 김태호PD의 수상소감이 한마디로 기분이 무척 나빴나 봅니다.  어제 ‘방개혁’이 발표한 성명을 하나 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방송을 업으로 삼고 있는 방송전문가인 PD가 전국에 생방송되는 SBS를 통해 노조위원장 출신의 전직 사장과 진퇴문제로 사내외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현직 사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석에서나 할 수 있는 격려성 충성발언을 한 것은, MBC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노영방송이며 방송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국민 앞에 선언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은 수상자가 평소 도움울 준 사람들을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최문순, 엄기영 사장님 힘내십시오’라는 말은 일반적인 소감일뿐인데 이런 말을 왜 사석에서만 해야 하는지요? 그리고 이것은 ‘충성발언’이 아닙니다. 충성발언은 유신시대 차지철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박정희전대통령에게나 하던 발언인데, 김태호PD가 최문순, 엄기영사장에게 충성발언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의 유명PD가 되어 오히려 엄기영사장이 김태호PD에게 격려의 말을 해야할 상황입니다. <무한도전>이 유일하게 요즘 MBC 예능을 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방송개혁시민연대는 이번 MBC PD의 발언이 일개 PD의 사소한 해프닝성 이벤트로 넘길 일이 절대로 아님을 천명하며, 오늘의 MBC가 처한 실상을 극명하게 입증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방송을 사적 통신수단으로 이용한 문제의 PD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노영방송 MBC의 조속한 개혁을 방문진과 경영진에 엄중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방개혁’은 김태호PD가 한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을 MBC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김PD의 발언이 어떻게 ‘MBC가 처한 실상을 극명하게 입증하는 중대한 사안’인지 모르겠습니다. 논리의 비약도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미디어법 문제로 가뜩이나 꼬투리를 잡고 싶어하는 입장에서 방문진과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김태호PD발언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개혁’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김태호 PD와 MBC경영진에 묻는다. 방송 PD들은 국민의 공적 자산인 방송을 사적인 통신수단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지? 민주당 최문순의원은 아직도 MBC사장 신분인가? 아니면 지금도 MBC노조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영원한 노조위원장인가?"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한 김태호PD 발언을 ‘방개혁’은 어느새 ‘사건’으로 확대시켰습니다. 그리고 김PD의 수상소감은 어느새 방송을 사적으로 이용한 꼴이 되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김PD의 수상소감을 발표하게 한 방송대상 주관사 한국방송협회와 이를 생중계한 SBS도 ‘방개혁’이 주장하는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민주당 최문순의원은 MBC사장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는데, 왜 MBC노조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영원한 노조위원장으로 몰아세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최문순위원은 현직 국회의원이며 MBC 노조위원장이 아니라는 것을 ‘방개혁’만 모르고 질문하는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송심의규정과 방송강령 등에 공영방송 임직원은 특정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방송을 통해 특정 정당이나 정당인의 정치적 행위를 지지, 찬동할 수 없음에도 이번 김태호 PD의 공개발언은 이 규정들에 저촉된다고 보는데 MBC의 입장은 무엇인지? 만약 저촉되지 않는다면 MBC직원은 대한민국 법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이며, MBC는 직원들에게 방송강령, 심의규정 등 방송인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소양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지? MBC와 당사자는 문외한의 우문에 답해주기 바란다."

위 성명대로라면 김태호PD는 정치활동을 한 사람이 됩니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 전현직 사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힘내라는 격려성 발언 한마디 한 것을 두고 ‘방개혁’은 특정 정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 찬동으로 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MBC의 입장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아마 MBC는 ‘방개혁’ 성명에 대꾸할 가치가 못느껴 ‘노코멘트’ 할 것 같습니다. 위 성명 마지막 부분에 ‘방개혁’ 스스로 방송 ‘문외한’임을 인정하기도 했는데, MBC는 ‘문외한’이 한 질문이라 그런지 답변이 없습니다.

김태호PD는 MBC <무한도전> 연출자 신분도 있지만 개인 김태호도 있습니다. '방개혁‘은 개인 김태호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공재인 방송사에서 일하는 공인 김태호입장만 우선해서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힌 MBC에 대해 김태호PD 발언을 꼬루리 잡아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국민파워'를 가진 김태호PD가 ’방개혁‘의 성명에 군기를 잡힐 것 같지 않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