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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33년동안 폐지줍는 노인, "이젠 힘들다"

by 피앙새 2009.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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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렵고 힘들게 사는 우리 이웃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힘든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지난주 33년 동안 폐지줍는 노인을 보니 마음이 짜안했습니다. 땀흘린 만큼 묵묵히 하루 하루 폐지를 주워서 성실하게 살아오신 김○(78세)옹은 "이제 힘들다!"며 머리에 송글 송글 맺힌 땅방울만큼이나 지난 세월의 무상함이 얼굴에 그대로 배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을 만큼 김할아버지의 삶은 절박했습니다. 1년만 해도 힘든 폐지 수거일을 33년간 해오시면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아직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일을 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김할아버지는 지난 1976년부터 성남시 태평동에 살면서 휴지를 주워오셨습니다. 배우지 못하고 특별한 기술이 없다보니 우선 '휴지라도 주워서 연명해야지' 하던 것이 어느덧 33년이 되었습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 남부럽지 않게 키우지는 못했어도 다 출가시키고 이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얼마전에 간경화로 쓰러져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라 김할아버지는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폐지를 주워 할머니와 생활을 하던 때는 차라리 부자였습니다. 이젠 아들 병원비라도 보태야 한다며 평소보다 일찍 나와 폐지를 줍다보니 하루 해가 짧기만 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중앙시장에 가면 매일 휴지를 줍는 김할아버지를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휴지를 줍는 일은 84세된 할머니 한 분과 하루씩 교대로 했는데, 이 할머니가 요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이제 매일 나와 휴지를 줍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휴지줍는 일도 김할아버지보다 더 어려운 할머니와 하루씩 양보해가며 함께 일을 해왔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시장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아둔 박스와 신문지 등을 할아버지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이곳에 터를 잡은지 33년이 되다보니 이제 중앙시장에서 김할아버지를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인사였습니다.

아직 여름 땡볕이 따가운 오늘도 할아버지는 시장 사람들이 가져다 준 휴지를 접어서 리어카에 싣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것입니다. 손자들 재롱을 보며 이제 집에서 편히 쉬실 나이인데, 시장  길바닥에 앉아 폐지를 모으는 걸 보니 무척 힘들어보였습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해서 할아버지 손에 쥐는 돈은 1만5천원 정도입니다. 폐지 1kg에 30원이기 때문에 100kg단위로 고물상에 가져다 주는데, 리어카에 가득 폐지를 실어야 100kg(3천원)정도 됩니다. 고물상에 하루 5번을 가야 15,000원을 벌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버는 돈이 15,000원이라니, 흘린 땀에 비하면 너무 적은 돈입니다.

김할아버지는 폐지값이 너무 떨어져 예전 수입의 반도 안된다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폐지 1kg에 70~80원정도였는데, 이젠 절반도 안되는 3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전보다 일을 두배로 많이 해야 그나마 하루 15,000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일하는 시장앞 도로는 차가 씽씽 달려 보기에도 위험한 곳입니다. 시장 사람들이 매일 폐지를 모아놓는 곳에는 폐지뿐만 아니라 썩은 과일과 각종 쓰레기가 함께 있어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그 속에서 종이박스 등을 차곡 차곡 모아 리어카에 싣는 할아버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힘겨워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폐지뿐만 아니라 전에는 고철도 함께 수집했는데, 고철값이 고가라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고철 등은 아침 일찍 모두 수거해가버려 고철 수집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이박스보다 신문지가 값을 많이 쳐주기 때문에 어쩌다 신문지 꾸러미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고물 수집을 하러 다니는데, 김할아버지보다 앞서 고철, 신문지 등을 싹쓸이해가서 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종이상자 등 값이 덜 나가는 폐지를 수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틀에 한번 하던 일을 같이 일하던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가셔서 이제 매일 일을 하게된 것입니다. 아들 치료비 때문에 걱정하던 할아버지는 그나마 매일 일을 하게돼 다행이라고 하시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여간 힘들어보이지 않았습니다.

33년간 폐지를 주으며 살아오셨지만 할아버지 살림 형편은 아직까지 피지 않았습니다.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땀 흘린만큼만 댓가를 받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할아버지같은 분들이 우리 사회는 많습니다. 이제 한가위 추석도 다가오는데,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다면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때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중앙시장에서 김할아버지는 오늘도 폐지를 줍느라 땀흘리고 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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