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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김제동'좌파', 나경원의원 말실수인가?

by 피앙새 2009.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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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엄친딸’입니다. 얼굴 예쁘고, 공부 잘하고 똑똑해서 서울대 법대 졸업과 사법고시 패스, 사법연수원 10위권 이내의 성적으로 판사,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의원 등 그의 이력을 보면 흠잡을 데 하나 없이 화려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습니다. 방송에 나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짓는 모습을 보면 '천하의 엄친딸 나경원도 아픔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 힘 없는 약자 편에 서서 의정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는데, 한나라당에 입당 후 초심을 잃었는지 국민들의 기대는 날이갈수록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의 정서와는 다른 말실수나 행동 때문입니다.

김제동에게 '좌파' 용어를 쓴 것이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핫 이슈가 되자 질의가 와전된 것이라고 했는데, 문제는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말이란 것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평소 속마음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나경원의원은 김제동의 KBS 하차와 관련해 또 한번의 말실수로 가뜩이나 김제동 하차 문제로 시끄러운 인터넷을 뜨겁게 했습니다. 김제동 하차 문제는 처음에는 KBS의 ‘외압설’로 흐르다가 손석희씨 하차와 맞물려 정치권까지 문제가 확대된 상태에서 나의원이 국감장에서 던진 질문 하나가 ‘좌파’ 논란으로 비화됐습니다. 나의원이 국감장에서 KBS 이병순사장에게 던진 질문은 “김제동씨가 노무현전대통령의 노제에서 좌파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바꿨느냐?”입니다. 김제동 하차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외압설 vs 가을 정기개편 하차‘ 논란 구도가 나의원의 말 한마디로 정치권의 ’좌파 vs 우파‘의 색깔논쟁으로 비화된 것입니다. 나의원의 질문을 워딩 그대로 본다면 분명 ’좌파‘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질문 의도가 어떻든 간에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쓴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필자는 김제동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봤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른 MC에 비해 따뜻한 감성을 가진 진행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전대통령 노제때 김제동이 했던 추모사는 당시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하늘로 떠나는 노전대통령을 보내는 국민들의 마음을 김제동이 대신 표현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추모사의 핵심 키워드를 보면 ‘사랑’과 ‘영원’입니다.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간 노전대통령의 사랑을 잊지 않고 그분의 열정이 영원토록 살아있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을 추모했다고 해서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용어를 쓴다면 이 나라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빼고 모두 ‘좌파’가 됩니다. 가뜩이나 미디어법 문제로 나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김제동에게 ‘좌파’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때도 곤혹스런 단어입니다. 같은 당 홍사덕의원이 김제동의 추모사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본 추도사로서 가장 걸출한 추도사‘라고 극찬을 한 것과 너무 비교가 되고 있습니다. 나의원측은 ’좌파‘ 불똥이 번지자 즉시 ”김제동 교체가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편에 따른 게 아니었느냐고 이병순사장에게 질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도 질문 내용이 이병순사장과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느껴집니다.

나의원은 어제 국감장에서 질의에 앞서 "내가 어제 말한 것은 김제동씨가 노제 사회를 봤고 좌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렇게(좌파로) 평가하고 도중하차를 시켰느냐고 물어본 것"이라며, "김제동씨를 좌․우파로 재단하는 게 아니다. 연예인을 좌우로 재단하는 건 옳지 않고 (오히려) 개그맨들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민주당측에서) 논평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의원은 일단 실언을 해서 파장이 크면 늘 이렇게 수습용 해명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나의원을 얼마전 후배들로부터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창피를 당했습니다. 지난 9월 16일 나의원은 서울대 후배들을 대상으로 ‘품격있는 대한민국’이란 특별강연을 했습니다. 이 강연에서 학생들은 "선배님, 당신이 창피합니다.", "자위대 창설기념식, 방문은 했으나 참석은 안했다.", "미디어법 여론조사, 국민은 무식해서 안된다구요?", "대리투표가 품격인가?" 등 나의원으로서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습니다. 강연 중 한 학생은 "강연 내내 해명에 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으로서 최고의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그 뻔뻔스러움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것인가"라고도 묻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많은 구설수에도 창피함을 모르는 선배에 대해 나의원보다 더 창피하다고 했지만, 나의원은 창피함을 모르는 듯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 강연에 우호적인 학생들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나의원은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패션잡지에 찍은 사진(4월 30일 촬영, 6월에 뒤늦게 논란이 됨) 이 6.10 범국민대회와 관련해 단식투쟁 중이던 이정희의원 사진과 비교되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지난해 11월 11일 한나라당 정책위 조정의원으로서 진주시청에서 열린 ‘경남 여성 지도자협의회 및 정기총회’에서 여교사 비하 발언으로 전국의 여교사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교사 비하발언은 선생님들의 인기를 설명하려던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좋은 뜻으로 설명하려 해도 선생님들의 품위를 저하시킨 비유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나경원의원은 김제동 하차 문제로 가뜩이나 심경이 날카로운 국민들에게 ‘좌파’ 발언으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이 불을 끄려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냈지만 그녀가 했던 과거의 구설수로 봐서 이 해명을 믿어줄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말이란 것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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