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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정보

故 장진영, 그녀의 삶이 영화같았던 이유

by 피앙새 200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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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故 장진영이 유행시켰던 CF카피입니다. 그녀는 배우로서 영화처럼 열심히 살다가 영화처럼 떠났습니다. 서른 일곱의 나이, 이제 세상 모진 풍파와 희노애락을 표현하며 장진영만의 영화를 한창 보여줄 때인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구천의 길을 훌쩍 떠났습니다. 투병 중에도 끝까지 삶의 의지를 보이며 언제라도 훌훌 털고 일어날 것 같았는데, 뭐가 그리도 급해서 황망히 떠났는지요?

위암 투병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엄습합니다. 그 참기 힘든 고통을 견디며 고 장진영 뿐만 아니라 가족, 팬 등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바랬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두고 영화처럼 살다갔다고 하는 것은 지난 2003년에 출연한 <국화꽃 향기> 때문입니다. 장진영은 이 영화에서 실제와 똑같이 위암환자 민희재역을 맡아 극중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박해일과 눈물나도록 아름답고 슬픈 사랑을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된지 한참 후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DVD로 빌려다 본 후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제 장진영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국화꽃 향기>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줄거리를 다시 더듬어 본 후 실제 장진영의 삶과 어떻게 같은지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하철에서 운명처럼 스쳐간 두 사람, 바로 희재(장진영 분)과 인하(박해일 분)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다 그렇지만 인하는 첫 눈에 봐도 당차고 예쁜 희재가 마음에 끌립니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인하는 선배에게 강제로 끌려온 역사동아리에서 운명처럼 다시 희재를 만납니다. 역사동아리 회장이었던 희재에게 인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어느 날 섬마을로 MT를 가서 바닷물에 빠진 희재를 구한후 인하는 고백을 합니다. “선배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요” 이 고백후 인하는 희재에게 기습키스를 하지만 희재는 뿌리치며 인하의 배를 때렸습니다. 그 때 인하의 대사가 참 인상적입니다. “그녀가 때린 것은 배였는데, 아파오는 것은 가슴이었습니다...”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동안 희재는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과 약혼자를 동시에 잃고 자신의 행복마저 잃었습니다. 인하는 라디오 방송 PD로 일하며 희재에 대한 사랑 사연을 방송하며 희재가 들어주길 기대했습니다. 친구에 의해 인하가 하는 라디오라는 것을 알게된 희재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은 이미 인하를 잊었다고 답장을 보내지만 인하가 포기할리 없습니다. 희재를 극적으로 다시 만난 인하는 사고 여파로 신선한 요플레만 먹을 수 있는 희재를 위해 동네 슈퍼, 편의점을 다 돌아다니며 산 요플레로 희재에게 감동적인 프로포즈를 합니다. 이 장면이 영화 <국화꽃 향기>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입니다. 인하의 프로포즈에 희재는 참 행복해 했고 그때 장진영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희재와 인하는 결국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지만 희재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몇 년전 사고로 인해 후유증이 심했던 희재는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 맙니다. 그러나 힘들어 할 인하와 아이를 낳기 위해 희재는 통증을 홀로 참아가며 이 사실을 숨깁니다. 인하는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사연을 우연히 듣다가 희재의 사연임을 알게 됩니다. 그 사연을 다시 들어 보면 눈물이 금방 쏟아질 것 같습니다.

그의 향기는 근사합니다. 그는 자기 눈빛과 닮은 청량한 향기를 풍깁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향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처음엔 아기가 싫어하나보다 생각하고 잠깐 아기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위가 암세포들에게 자리를 많이 내주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그의 향긴데... 이제 그의 향기가 힘들어진다는 사실이 새벽에 홀로 맞는 통증보다 더 아파옵니다. (영화 '국화꽃 향기' 희재의 라디오 사연중에서)

희재의 라디오 사연으로 모든 사실을 알게된 인하는 희재를 위해 모르는 척 하며 그녀를 위해 진통제 주사하는 방법도 배우고 남은 시간 희재와 함께 보내기 위해 PD직도 휴직합니다. 그리고 희재에게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게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시골로 내려가 얼마 남지 않은 둘 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냅니다. 그러나 위암이 점점 더 심해지고 통증도 커져 희재는 결국 거짓말이 탄로납니다. 사랑하는 인하와 아이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했던 희재가 아파하는 모습에 인하의 마음이 무너지고 오열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희재는 수술에 들어갑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인하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재인)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극도로 몸이 약해진 희재는 점점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힘겹게 눈을 떠서 인하와 재인을 바라보는 희재는 미소를 지으며 들릴 듯 말 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우리 재인이 참 예쁘다. 근데 어떡하지? 난 집에 같이 못갈 거 같아. 그래도 인하씨 혼자 집에 가지 않아도 되서 참 다행이다. 인하씨 옆에 재인이 남겨놓고 가니까. 나 용서해 줄 수 있지? 인하씨 때문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내 영혼에 차곡차곡 새겨서 갈께. 우리 재인이는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아빠한테 엄마가 못다 한 말까지... 엄마는 겨우 한번밖에 말하지 못했지만 우리 재인이는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 (영화 '국화꽃 향기' 희재의 세상 마지막 인사)

위의 말을 남기고 영화 <국화꽃 향기>속의 민희재는 편안히 눈을 감고 하늘 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실제 고 장진영의 삶을 보면 영화속 민희재의 삶과 어찌 그리도 똑같은지요?


영화 <국화꽃 향기>속의 희재는 위암말기로 고통을 받다가 사랑하는 인하와 아이를 남긴 채 참으로 행복했다고 고백한 후 미소를 지은 채 편안히 떠났습니다.  故 장진영 역시 지난해 발견 당시 이미 위암 말기(4기) 상태였습니다. 약 1년간의 투병생활중 삶의 끈을 놓치 않으려 힘썼지만 죽는 그 순간에도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투병 중일 때 뿐만 아니라 마지막 가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곁을 지켜준 연인과의 애틋한 사랑으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하며 응원해준 사랑하는 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는 “끝까지 사랑해줘 고맙다. 그리고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였습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중 사람들이 <국화꽃 향기>를 기억하는 것은 그녀의 삶이 영화같았다는 것입니다. 동명 소설을 동명 영화로 만든 <국화꽃 향기>의 민희재역과 실제 故 장진영은 너무 똑같았습니다. 이제 장진영이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화속 민희재와 만나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편히 쉬기를 기원합니다. 그녀는 떠났지만 '국화꽃 향기'는 영원할 것입니다. 삼가 故 장진영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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