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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는 덕만이 미실을 꺾을 히든카드 [선덕여왕]

by 피앙새 200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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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드디어 공주가 되었습니다. 화사한 공주옷을 입은 덕만의 모습은 화랑 덕만의 모습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이내 미실과 대적하는 공주 덕만공주의 모습에 또 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한 치 양보도 없이 불꽃 튀는 이요원과 고현정의 눈빛 대결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을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어제 방송된 선덕여왕의 핵심은 첨성대였습니다.

지난주 ‘사다함의 매화’의 숨겨진 실체로 드러난 월천대사에게 일식의 날짜를 확보한 덕만공주는 미실이 일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하기 위한 함정을 파놓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덕만공주는 유신랑과 비담까지 모두 허패로 쓰며 진패 하나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알고 있었습니다. 미실은 덕만공주의 허패였던 유신랑과 비담에게 연속해서 속아 넘어갔고,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던 미실의 예언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천신황녀 체면은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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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실을 무너뜨릴 덕만공주의 히든카드는 바로 첨성대였습니다.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숨긴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공주로 추인된 덕만이 가장 먼저 착수한 소임은 상천관을 폐지하고 천문기상에 관한 모든 것, 즉 책력을 백성들에게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천신황녀 미실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공주 본래의 신분을 되찾기 위해 덕만공주가 내세운 첨성대 카드는 백성들에 대한 희망이었습니다. 월천대사를 궁으로 불러들인 덕만은 첨성대를 만들겠다고 천명합니다. "서라벌 땅의 천문 관측의 기준점인 책력을 건축물로 지을 것이다. 이름은 '첨성대'라고 할 것이다."

월천대사가 설계한 첨성대는 어제 극중에서는 간단히 설명했지만 맨 위에 얹혀진 정(井)자 모양의 돌을 합치면 28단, 즉 기본 별자리수인 28수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또 첨성대를 받치고 있는 맨 밑의 기단석을 합치면 29가 되는데, 이는 음력의 한 달에 해당합니다. 몸체 중앙에 난 네모에 창을 기준으로 보면 창 위로 12단, 아래로 12단이 되는데, 이것은 일년 열두 달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이 둘을 합치면 춘분, 하지 등 24절기를 나타냅니다. 첨성대에 사용된 돌의 개수는 대략 365개로 일 년의 날수가 됩니다.

덕만공주에게 첨성대는 단순한 천문 관측대가 아닙니다. 신라를 차지하기 위해 덕만이 넘어할 태산은 바로 미실입니다. 미실은 천신황녀로 왕도 꼼짝 못하게 하며 궁내 모든 신하들을 자기 휘하에 두고 절대 권력을 휘둘러왔습니다. 그런데 그 권력의 원천이 바로 신권(神權)입니다. 그래서 덕만공주는 미실의 권력 기반인 신권을 빼앗는 일이 시급했고, 월천대사를 통해 미실의 숨통을 조이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실은 천문 기상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무지한 백성들에게 천신황녀처럼 군림하며 통치의 수단으로 삼아왔는데, 덕만공주가 이를 백성들에게 공개하겠다는 통치권력 기반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미실은 "백성들은 일식이 왜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같은 지배자로서 굳이 신권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덕만공주를 설득합니다. 그러나 덕만공주는 오히려 ”백성들이 24절기를 통해 파종시기를 스스로 알도록 하는 것이 곧 희망“이라며 미실의 말을 일축했습니다.

국보 제 31호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때 건립된 천문 관측대지만 극중 의미는 권력의 실체요, 덕만공주가 미실을 꺾기 위해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진패)였습니다. 천문 기상에 관한 것은 천신황녀만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미혹한 백성들을 통치하던 당시 상황에 비추어볼 때 기상관측을 할 수 있는 첨성대를 지어 이를 백성들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은 권력의 원천이 곧 백성이라는 것을 덕만공주가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덕만공주가 미실에게 “백성은 환상이 아닌 희망을 원한다”고 한 것은 더 이상 미혹한 기상 정보를 가지고 백성들을 통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첨성대가 기상 관측대였다는 것에 대해 천문학자들은 진위 여부를 따지고 있지만 첨성대가 기상 관측대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덕만공주는 첨성대를 통해 절대 권력 미실을 꺾으려 한 점이 중요합니다. 천문학은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관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길흉을 점치던 점성술이 고대국가에서 중요시된 점으로 보면 정치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해 미실이 절대권력을 휘두른 것입니다.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는 미실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합니다. 신통하게도 덕만공주는 미실의 급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여고시절 수학여행때 꼭 들르던 곳이 경주 첨성대였습니다.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건립된 이 첨성대가 역사적으로 덕만공주가 미실을 누르기 위한 히든카드였다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덕만공주와 미실의 대결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인지 모릅니다. 첨성대로 한방 먹은 미실이 또 다른 계략과 비책을 준비할 것입니다. 총 50부작중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갈수록 덕만공주와 미실의 두뇌싸움은 치열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권력자 미실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덕만에게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입니다. 어제부터 미실은 덕만공주의 히든카드인 첨성대로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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